『사실 50년대 후반과 60년대 초에는 전쟁으로 인해 천애고아가 많이 발생했으나 지금은 부모가 버리거나 가출해서 생기는고 아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60년대 가출한아이들을 만나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호소했는데 최근에는 가출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발끈 화를 내면서 대든답니다』
「사회의 명예보다 세상의 소금이 된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갖고 결혼도 마다하고 26년간 가출아동및 가출청소년을 선도해온 오복규씨(54세).
그는 갖고있는 가치관만큼 셀수도 없는 많은 가출아들을 선도, 참으로 사회의 짜고 맛난 소금의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모든이가 단잠을 자고있을 조용한 새벽2시30분부터 오복규씨의 하루일과는 시작된다. 가출아들을 선도해온지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한번만 주의깊게 보아도 가출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수 있다는 오복규씨는 첫번째 기차가 서울역에 도착하기 30분전에 서울역에 당도, 가출아들을 만났을때 예기치 않게 생길수 있는 일에 대처하기 위해 주변상황을 점검한다.
오늘은 가출아가 없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첫기차 도착부터 새벽5시30분까지 오복규씨는 눈코 뜰새없이 기차에서 내리는 인물중에서 혹시 가출아들은 없는지 세심히 살핀다. 오복규씨는 가출아들을 발견하면 지체없이 다가가 그들을 설득, 근처파출소에 대기시키고 계속해서 도착하는 기차에서 다른가출아들이 없는지 찾아본다.
새벽열차가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새벽5시40분 이후 오복규씨는 파출소에 대기시킨 아이들의 신상을 파악,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로 달려가 이들의 집에 연락을 취해준다.
이렇게 분주하게 다니는 오복규씨를 보고 어떤 이는『뭣하러 전화비를 낭비해 가면서 연락을 취해줍니까. 시간이 지나면 아동상담소에서 다 처리할텐데요』고 하지만 오복규씨는『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수 없어요. 또한 학교다니다 가출한아이들에게 가출한 하루의시간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간입니다. 따라서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야지요』하면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다.
이런 일을 자신의 평생 소명으로 알고 살아온 오복규씨. 그가 많이 활동하던 때는 일년에 1천명까지 선도했다고 한다.
오복규씨가 온삶을 가출아선도를 위해 투신하게된 계기는 고아원에서 생활한 6여년의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6ㆍ25가 발발, 홀로 남하하게된 오복규씨는 부산시장등지에서의 떠돌이 생활, 미국 극동사령부소속 캘로부대 입대등 온갖 고초를 겪다가 우연히 YMCA에서 운영하는「보이스 타운」이란 고아원에서 살게됐다.
이곳에서 오복규씨는 어린이들이 삐뚤어진 사고방식과 함께 도둑질과 가출을 일삼는 것을 목격하고 단10명이라도 올바르게 세상을 살아가도록 돕고싶다는 마음을 갖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오복규씨는 신자가 아니다. 그러나 명예도, 부도, 권력도 바라지 않고 그의 한평생을 오롯이 가출아 선도를 위해 헌신한 그의삶은 익명의 참된 신앙인이 아닐수 없다.
현재 서울 청담동본당의 지원을 받아 서울역 근처에 숙소를 잡아놓고 활동하고 있는 오복규씨는『이제는 늙고 힘들어 많이활동은 할수 없지만 죽는날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듯 말한다.
한편 오복규씨는 지난 87년 가출아 선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동백장을 수상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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