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성과 일탈성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신흥종교가 곧 사이비종교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신흥종교란 용어 그대로 새롭게 창교 된 종교를 말한다. 그들 중에는 건전한 종교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종교들도 많으며, 민족사에서 결코 낮게 평가될 수 없는 업적들을 남긴 종교들도 많다. 외세의 충격과 봉건체제에 대응하여 발생된 후 갑오농민전쟁을 주도하였던 동학, 3ㆍ1독립만세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였던 천도교, 독립군을 창설하여 청산리대첩을 거두었던 대종교, 초창기부터 산업진흥운동과 교육운동을 전개하였던 원불교, 재래의 문화적 전통과 종교적 유산들을 체계화시켰던 증산교 등은 민족사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많은 신흥종교들은 일탈행위를 빈번하게 일으킴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흥종교가 일탈행위를 자주 일으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들이 갖는 구조적성격과 또한 거기에서 나타나게 되는 열광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초기과정에서 보여 지는 광신적인 신행(信行)과 집단적인 히스테리현상은 이들이 일으키는 일탈행위의 주요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신흥종교는 극심한 소외감과 피해의식을 가진 자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은 카리스마적 권능을 가진 것으로 신앙되는 종단 지도자에게 의탁함으로써 자신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코자 시도한다. 또한 종단 지도자들은 치병ㆍ도통ㆍ사업번창과 같은 현세기복적인 것을 약속하거나 신비체험을 갖도록 함으로써 신자들의 의존성과 소속의식을 유지코자 노력한다.
신흥종교에서의 열광성은 신자들의 피해의식과 기복신앙, 신비체험, 종단 지도자와의 결합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됨으로써 나타난다. 신자들은 사회로부터 갖는 소외감과 피해의식을 곧 닥쳐올 말세심판에서 구원을 얻으리라는 희망과, 카리스마적 권능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는 지도자와의 결합을 통해 해소한다.
대부분의 신흥종교에서는 이러한 신자들의 희망과 집단의 결속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철저한 신자재교육을 시행한다. 신흥종교에서의 신자재교육은 기성종교의 그것보다 철저하다. 또한 교육의 내용은 기존의 관념과 의식을 깨끗이 털어버리고 오직 종교적인 이념과 활동에만 전념토록 하는 세뇌교육 내지는 의식전환이 중심을 이룬다. 그 방법은 신자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응답토록 유도하는 체계화된 질문의 반복이나 장기적인 집단교육과 집단수련의 형태로 행해진다. 간혹 음료수에 흥분제를 타서 먹게 하거나, 미인계를 사용하는 방법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한편 신흥종교에 대한 외부의 비난도 이들의 열광성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흥종교 에서는 체계화된 교리나 사상보다도 지도자의 카리스마와 말세론 또는 현세기복적인 약속이 강조된다. 따라서 신흥종교는 외부의 충격으로 쉽게 와해될 수 있는 약점을 갖는다.
많은 신흥종교에서는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위해 집단생활을 시도하기도 한다. 기도원ㆍ수도원ㆍ신앙촌과 같은 집단공동체생활은 신자들의 열광성을 지속시키고 내적인 결속을 유지하며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특이한 신행(信行)이 외부인들로부터 조소를 받을 경우 이들의 집단 에토스(ethos)는 흔히 광기(狂氣)를 띠우게 된다. 외부에서의 비난은 이들에게는 그나마 얻게 된 삶의 의미와 희망마저도 훼손시키는 것으로 해석되게 마련이고 그 결과 이들의 피해의식은 점차 광적으로 변화되면서 자신과 종단을 보호하기위한 방어기제(防禦機制)를 강화시키게 된다. 이것은 자신들을 비난하는 자들을 곧 심판을 받게될 것이라는 말세론의 강화와 종교의식에서의 광란적 행위, 그리고 기존 사회질서와 기존 사회집단에 대한 철저한 거부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성격변화는 종종 일탈행위를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신흥종교에서 자주 보여 지는 폭력과 과실치사, 살인, 혼음, 집단나체예배, 가출과 이혼학업과 직장의 포기 등은 이러한 열광성과 그것이 빚어내는 집단히스테리와 밀접히 관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흥종교에서의 집단 히스테리가 일탈행위로 연결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1978년 전세계를 경악케 하였던 인민사원(People-s Temple)의 경우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종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국장을 지냈던「짐 죤스」(Jim Johnes)에 의해 창교 되었다. 짐 죤스는 성도착증자였고 편집증 환자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죄악으로 가득 찬 미국에는 지상천국이 건설되지 않는다며 추종자들을 남미의「가이아나」로 집단 이주시켜 신앙촌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1978년 미국 하원의원들이 이 신앙촌의 인권실태를 조사하러 나오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이들을 저격ㆍ살해한 다음, 소위「죽음의 의식」을 거행하여 9백 23명이 집단 자살하는 참극을 연출하였다. 당시 그는「이제 우리가 딴 세상에서 만날 순간이 왔다」면서「죽음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강조하였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다. 또한 작년에 발생 하였던 소위「오대양교」의 32명 집단사망사건도 이러한 점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이 사건은 그 실상이 아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교주가 신비적 성향이 강했다는 사실과 이들이 집단생활을 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사망한 여신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정액이 검출되었다는 사실 등은 신흥종교의 열광성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집단 히스테리현상이 이러한 참극을 가져오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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