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에 예수께서는 갈릴래아의 나자렛에서 요르단 강으로 요한을 찾아와 세례를 받으셨다 (마르 1장 9). 마르꼬복음서의 이 귀절은 예수의 발걸음을 소개하는 말이다. 다른 복음서 특히 루가와 마태오의 복음서는 예수의 유년사기를 퍽이나 길게 소개하였고 마르코가 복음을 쓰기 전 그리고 다른복음서가 나오기 전에 사도교회신자들은 예수의 유년시대이야기를 구전으로 듣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간에 예수의 동정은 12세 때 성전에 올라가신 이야기로 마감했고, 예수께서 30세에 정식 활동을 시작할 때까지(루가 3장23)의 동정은 전혀 언급이 없다. 그래서 마르코는 그 공백 기간을 한 마디로 처리하면서『그 무렵에』라고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유년시절, 소년시절, 청년시절을 지내고 완벽한 사회인이 다된 30세때에 드디어 나자렛을 떠났다. 웅지(雄志)를 품고 세상에 떨쳐나서는 풍운아인양 예수께서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가운데 세상을 구원하러 나섰다. 나자렛은 예수께서 탄생하시기 전에는 구약성서에도 그 이름이 없고 그 밖에 다른 문서에도 이름이 없는 보잘것없는 무명의 촌락이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는가』나타나엘이 필립보에게서 예수의 출신지에 대해서 들었을 때에 한 말이다(요한1장45-46). 무례함을 용서한다면 예수님은 강촌 놈이었다. 예수님은 이 마을을 떠난 후 단 한번 이곳을 들렀을 뿐(루가4장16)아주 떠나버렸다. 고향사람들이 그를 깔보고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하여튼『예언자는 자기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격언을 남기고 떠나셨다.
현자라야 현자를 알아보고 성인이 성인을 알아본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를 곧장 알아보았다. 예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청했을때 요한은 펄쩍 뛰었다. 『제가 선생님한테서 세례를 받아야 할 텐데 선생님께서 제게 오십니까』이 분의 종노릇을 할 자격도 없다고 한 요한이 아니었던가 후에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을 때 사로 베드로는 같은 태도를 취하였다. 예수께서는 요한에게『나하는 대로 내버려 두시오』하고 점잖게 타일렀다. 베드로에게는 더 심한 말씀을 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죄 없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죄의 용서를 받는 요한의 회개의 세례를 예수께서는 받으실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예수께서 굳이 다른 죄인과 같이 이 세례를 받으셔야 했던 것은 하느님의 정의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하느님의 정의는 죄인들을 구원하여 당신과 올바른 관계를 화해시키는 일이다.
예수께서 아무 죄도 없으시면서 십자가의 사형을 당해야 했던 것도 마찬가지, 하느님의 정의를 이룩하기 위한 것이었다. 요한이나 베드로나아무도 알게 모르게 이 일을 막을 수는 없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 앞에 세례를 받으려고 무릎을 끊는다. 악당들의 손에 사형을 받는다. 얼마나 참을성 있는 겸손이 필요했던가. 예수님의 구세 사업은 겸손에서 시작하여 겸손한 순종으로 완성된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와 기도를 올리고 계셨다. 예수께서는 중요한 때에 기도를 올리셨다. 12제자를 가려 뽑으실 때에 산에 들어가 밤을 새워가며 기도하셨고(루가 6장12),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시기 전에 혼자 기도하셨고(루가 9장 18), 제자들에게「주의기도문」을 가르치시기 전에 기도하셨고(루가11장1), 마지막날밤 죽음을 앞에 보며 올리브 산에서 기도하셨고(루가22장41), 마지막으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면서 기도하셨다(루가23장 46). 세례를 받고 올라오신 이때는 예수님께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일생을 몸 바쳐 주님의 사업을 위하여 성직자들이 새 출발하려고 신품을 받는 중요한 순간이다.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이 드러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하느님 아버지의 일을 떠맡는 거룩한 순간이다. 이 때에 하늘이 열리면서 하느님의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그의 머리위에 내려 왔다. 비둘기는 성서에서 사랑의 표상이다(아1장15, 2장14, 4장1, 5장2, 12, 6장9). 성령은 하느님의 중요한 사업이 시작할 때 내렸다.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하느님의 영이 물위에 휘돌았고(창세1장2), 예수께서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될 때에 성령은 힘이 되었고, 사도들이 복음을 전파하는 교회를 형성할 때에 성령이 내리셨다. 혀 모양으로 나타나 그들에게 지혜를 주었다. 오늘 예수님이 복음전도를 시작하려는 찰나에는 사랑의 상징을 내려오셨다.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 아버지께로부터 출발하여 성령의 보호로 그 진실 됨이 보존되며 성령의 힘으로 추진된다. 예수님은 이 자리에서 복음전도자로서의 임명장을 받는다. 『너는 내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내 마음에 드는 아들대신『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라고 된 사본도 있다.
하늘에서 들려온 이 목소리는 이사야예언서에서「주님의 종」이란 이름으로 신음하는 백성을 구할 사명을 줄 때 한 말을 재현한 것이다. 주님의 종은「고통 받는 종」이며 고난과 죽음을 통하여 주님의 사명을 완수할 종으로서 주님이 믿는 사람 마음에 들어 뽑아 세운 주님의 종이다. 그는 주님의 영을 받아 못 백성에게 바른 인생길을 펴줄 사람이다(이사42장1). 이 귀절은 하느님의 사명을 띤 사람에게 주는 임명장으로 해석되어왔다 이제 예수그리스도는 일을 시작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예언자자격의 연령인 30세가 되었고「주님의 종」으로서 임명장을 받았고 수종의 태세를 갖추었다. 이제부터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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