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이 날로 푸르름을 더해가는 초여름.
때마침 현충일을 맞아 춘천교구 최선아(엘리사벳ㆍ죽림동본당 봉의국교6), 정현석(안또니오ㆍ효자동본당ㆍ효제국교5), 최재룡(프란치스꼬ㆍ운교동본당ㆍ춘천부국6), 윤광호(요셉ㆍ운교동본당ㆍ동춘천국교6)어린이가 지난 6월 6일 오후 3시 주교관에서 박토마 주교님을 찾아뵙고 약 2시간 동안 평소에 궁금했던 주교님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주교님.
▲어서 들어와요. 오늘은 친구들과 재미있게 노는 날인데 못생긴 할아버지가 방해를 놓은 것은 아닌지요?
-아니어요. 친구들한테 자랑할 일이 생겨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리고 꼭 한번 만나뵙고 싶었답니다.
▲(창문을 열면서)자 여기 시원한 곳으로 앉아요. (그리고 주교님은 어린이 기자들의 이름과 세례명, 가족관계와 어느 학교와 어느 성당에 다니는지를 물으셨다)
-평소 외국사람인 주교님을 뵐 때면 주교님은 어떤 분일까 하고 무척 궁금했답니다. 굉장히 무서운 분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만나뵙게 되니 꼭 산타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어요.
▲고마워요. 이렇게 못생기고 뚱뚱한 할아버지를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산타와 비교해 주어서….
-주교관이 깨끗하고 조용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큰집에서 혼자 사시면 무섭기도 하고 무척 외로우실텐데….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은 제가 누구라고 생각해요?
▲춘천교구에 있는 신자들은 누구나 다 한 식구랍니다. 모든 신자들을 한 식구처럼 매일 만나고 있는데 어떻게 외롭겠어요.
-주교님 고향은 굉장히 먼 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한국에는 언제 오셨는지요?
▲영국이라는 나라 알고 있지요? 그 나라하고 붙어있는 아이랜드가 내 고향이지만 한국과 모든 면에서 비슷해서 내가 한국에 있어서 외국에 와있다는 생각이 나질 않아요. 내가 한국에 온 것이 벌써 33년이 되니까 여러분 부모님이 학생들만할 때 한국에 왔지.
-주교님은 무척 높으신 분이라 찾아오는 손님도 많고 할 일도 많으실텐데 힘들지는 않으신지요.
▲사람들과 만나니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힘들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가만히 앉아서 사무보는 것은 싫어하지.
-주교님은 일이 없을때는 무얼 하시는지요?
▲하루에 30분씩은 꼭 산책을 하지. 그리고 지금같이 더울때면 수영하러 간답니다. 이렇게 뚱뚱해보여도 어렸을 적에는 학교 수영선수를 지냈지. 참, 여러분 수영 좋아해요?
-예(모두 크게 대답했다)
▲그럼 올 여름방학 때 같이 강릉으로 수영하러 가요.
-와…(주교님과 어린이들은 수영할 계획을 세우느라고 한참동안 달력을 들여다봤다.) 주교님 고마워요. 땀을 많이 흘리시는데 땀 닦으세요. (최선아 어린이가 주교님 땀을 직접 닦아드렸다)
-주교님 한가지 여쭈어 볼 것이 있는데요. 학교에서 개신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성당은 개신교보다 훨씬 못한 곳이라고 약을 올리는 때가 있어요. 어떤 때에는 너무 속이 상해 울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가톨릭이나 개신교는 모두 똑같은 하느님을 믿고 있지요. 그러나 예수님이 세우신 교회는 가톨릭 하나뿐이랍니다. 주교 할아버지도 잘 못할 수 있고 어린이 여러분도 잘못할 수 있는 것처럼 예수님 말고는 전부 다 잘못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예수님이 세운 교회를 인간들이 나쁘다고 하면 진짜로 하느님을 믿는 신자가 아니지요.
-주교님은 왜 미사때 큰 모자하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시는지요.
▲주교는 예수님을 대신해서 모든 신자들을 이끌고 있어요. 신자들을 착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잘 지도하기 위한 표시로 큰 모자와 지팡이를 들고 다니지.
-주교님 오랜 시간동안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모든 일을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든 것을 하느님한테 맡겨보셔요. 그러면 공부도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주교님은 어린이들이 돌아갈 때 방학이 되면 꼭 수영하러 같이 가자고 약속하시며 어린이들에게 묵주를 하나씩 선물로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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