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영등포교도소에서 대전과 공주교도소로 이감 중이던 미결수 12명이 호송버스를 탈취, 9일간의 탈주행각을 벌이다 비참한 종결을 맞이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회는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힘써야할 교회사목 방향에 대한 자체반성이 있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에 본보는 교도사목의 활성화가 재소자의 인권신장과 직결되며 교도행정을 바꾸는데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면에서, 또한 이것이 기능할 때 사회복음화에도 큰 기여를 한다는 차원에서 교도사목의 현주소와 교도행정과의 관계를 알아보고 교도사목의 전망을 분석해본다.
「교도」및「교화」는 재소자들의 특수한 환경 및 처지를 감안할 때 행정조치에 앞서 신뢰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교도사목은 인력 부족으로 사목자가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만나는 시간이 극히 짧을 뿐만 아니라 재소자들과의 인격적인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상담이나 미사도 한 달에 1~2회 정도에 불과, 교도사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여년간 교도사목을 해온 최남순 수녀는『교회에서 교도사목은 소외되고 있다. 그 좋은 예가 한국천주교2백주년 사목의 안에서 관광사목의안은 나왔어도 교도사목에 대한 것은 없었다.』고 교회의 교도사목에 대한 관심과 사목적 제시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교도사목을 전담하는 사제와 수녀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대교구 교도사목 담당 추영호신부도『재소자들처럼 사회와 가족으로 부터 소외된 계층은 없음에도 불구, 지금까지 교회로부터도 너무 작은 관심을 받았다』고 지적하고『교도사목에 보다 더 많은 교회의 배려와 함께 각 교구에서 활동하는 교도사목자들이 모여 축적된 사목경험을 나눠 교도사목을 더욱 체계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도소는 단지 실정법을 위반한 죄수들을 수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재소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보다 건전한 사회인이 되도록 도와주는 장소이기도하다. 그러나 보호와 감시를 주로 하는 보안과 교도관이 교화를 전담하는 교무과교도관 보다 많은 등 현재의 교도행정은「계호」빚「격리」를 위주로 하는 행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교도사목자들도 적은 인원에서 뿐만 아니라 경색된 교도행정에 의해서도 사목활동에 많은 곤란을 겪고 있어, 교회의 무관심과 경색된 교도행정의 체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교도사목자들은 비록 지금까지의 활동이 상담, 예비자교리, 재소자들을 위해 간혹 베푸는 일괄 생일파티 등 1차적인 사목에 머물러 있지만, 이것조차도 교도소내의 특수 환경과 감시를 위주로 하는 교도행정으로 인해 가끔 이뤄지기 힘들 때가 있다는 것.
특히 미결수에 대한 교화활동에 있어서 교도사목 관계자들은『현재 실정법을 위반, 구속되면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미결수로 분리돼 교화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만나기가 힘들다』면서『그러나 사목경험에 비춰볼 때 이기간이 가장 심적으로 불안하고 심중을 털어놓고 얘기하고 싶어 할 때』라고 지적, 『당연히 이들에 대한 면담 및 교도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도행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19년간 교도관을 지냈던 고중열씨는 교도를 위주로 하는 교도행정이 되기 위한 여건에 대해 언급『실질적으로 재소자들에게 영향을 주기위해선 보안과와 교무과의 교도관이 교도소 내에서 동등한 위치와 숫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현실적인 면에서 교도소의 특수 환경 때문에 사목자들이 재소자들에게 접근하는 데는 한계점은 있으나 가장 절박한 심경을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최소한의 기본적인 사목활동을 하고 있는 사목자수는 재소자수에 비해 너무 적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영등포교도소ㆍ의정부교도소ㆍ서울구치소성동구치소ㆍ영등포구치소ㆍ소년원등을 관할하고 있지만 전담 사제는 한명에 불과하다. 서울대교구 교도사목담당사제인 추영호 신부는『전담수녀를 구하는데도 무척 힘이 들었다』면서 교회의 교도사목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하고『현재의 교도사목은 사목이 아닌 후원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한 교도사목관계자들은 영세 시에 대부를 구하기 힘들어 간혹 신자교도관이나 평신도교도사목자가 혼자서 일괄 대부를 서주고 있어 교회의 무관심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목이 인간의 한부분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면에서 접근, 하느님 안에서 영혼이 새롭게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생각할 때 교도사목 역시 교회의 관심을 배가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재소자들의 인권과 재소자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변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이런 현실 상황을 감안해볼 때 교도사목은 재소자들도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된 똑같은 인간이라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 계속적인 만남을 통한「인간화작업」과 이들이 올바로 생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교회 안ㆍ팎의「제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발전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선상에서 현재 서울대교구 교도사목회가 구상하고 있는 것은 교도사목의 장기적인방향성을 잡아나갈 교구차원의「교도사목위원회」설립.
전담사목자ㆍ활동가ㆍ봉사자ㆍ전문가ㆍ관계 공공기관종사자들로 폭넓게 구성될 예정인 교도사목위원회에 대해 추영호신부는 △현재 개별적으로 흩어져있는 교도사목의 경험을 한자리에 모아 이를「신학전 반성」을 통해 사목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동시에 전교구적인 교도사목위원회설립에 기본 토대를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탈주범 사건을 계기로 극명하게 드러난「교도행정의 난맥」「보호감호」같은 문제들도 교회가「사형폐지 운동」같은 구체적인 계기를 만들어 사회적인 분위기 환기에 노력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다양한 제안들 속에서도 다년간 교도사목에 임해온 관계자들이 가장 절실한 문체로 꼽고 있는 것은 △전담 교도사목자 확보 △진정한 관심, 두 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교도사목회 한 봉사자는 이번 탈주범들에게 인질로 잡혔던 고영서(하상바오로ㆍ수색본당)씨댁 자녀들이 그런 한계 상황 속에서도『탈주범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들을 점차 이해할 수 있었다.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해서 전과자로 전락하는지 또 이들이 어떤 고뇌와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됐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면서『바로 이와 같은 진솔한 이해가 교회 안에 더 깊이 뿌리내려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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