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를 중심으로부터 키 순례는 일단 정점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에페소를 거쳐 동북쪽을 향해 올라가는 곳에서 만나게 되는「이즈밀」을 순례 일정에서 빼놓을 수는 없다. 현재 터키의 수도「앙카라」보다도 훨씬 잘 알려진「이스탄불」역시全로마제국의 수도였던 과거의 영화를 등에 업고 순례의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7대 교회 중「에페소」다음으로 지적되는 스마르나교회(이즈밀의 옛이름)는 BC 3천년부터 형성된 항구도시. 이곳에 주둔한 알렉산더대왕이 쌓은 성채는 지금도 비교적 잘 보존돼 웅장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 주고 있었다.
현재 3백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터키의 제2 항구도시「이즈밀」은 당시 세계를 제패한 알렉산더대왕이 수도(새 도시)로 설정할 만큼 융성했던 곳 이기도 하다.
상업이 번창하던 항구도시「이즈밀」에는 유대인들이 많이 살았고 이들은 이즈밀에 뿌리를 내리던 초대교회를 핍박하게 된다.
『나는 네가 겪은 환난과 궁핍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 너는 부요하다. 네가 유다인으로 자칭하는 자들에게 비방을 당하고 있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다인이 아니라 사탄의 무리이다. 네가 장차 당할 고통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아라…』요한묵시록 2장9절과 10절로 이어지는 이 말씀은 유대인으로 부터 핍박받던 당시 이즈밀교회의 입장을 설명해 주고 있다.
사도 요한의 제자로 초기 이즈밀교회의 대표격이었던 폴리갑이 AD156년 순교한 것을 비롯 많은 순교자들이 복음을 전파하다 목숨을 바쳤던 이즈밀에는 폴리갑 기념교회가 외로운 모습으로 이즈밀을 지키고 있었다.
「이즈밀」에서 곧바로 동로마제국의 천년수도「이스탄불」로 향했다. 역사가 토인비로 하여금「살아있는 박물관」이라 지칭케 했던 터키, 그중에서도 콘스탄티노풀이라는 이름으로 全 로마제국의 수도로 군림했던「이스탄불」은 그 명성답게 화려했던 역사의 흔적들을 깊게 남기고 있었다.
곧바로「토카피 궁전」을 찾았다. 골든혼 해협을 내려다보고 자리 잡은 토카피 궁전은 15세기부터 19세기말까지 오토만제국의 술탄(아라비아어로「통치자」라는뜻)이 살던 곳. 궁전 정면을 향해 왼편으로 늘어선 하렘가, 술탄의 무수한 후궁들이 살았던 이곳은 장소와는 걸맞지 않게 시문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터키시문학을 수준급으로 올려놓은 장소로 설명되고 있다.
토카피 궁전 내 박물관은「살아있는 박물관」으로서의 터키 명성을 대변이나 하듯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방문자들을 놀라게 했다. 세례자 요한의 두개골과 손뼈, 모하메드(이슬람교 창시자)의 발자국ㆍ술탄이 알라신의계시를 받았다는 지성소등 확인할 수 없는 유물과 현장을 비롯 박물관을 메우고 있는 무수한 전시물들은 정말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중에서도 시계 수집광 술탄에게 바쳐진 세계 각국의 희귀한 시계들은 전성기 오토만시대의 영화를 대변해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성 소피아성당은 토카피 궁전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AD360년 콘스탄틴 황제의 아들 콘스탄티우스가 처음 건축한 소피아성당은 404년 화재로 소실, 415년 데오도시우스 황제에 의해 재건되게 된다.
그러나 532년에 일어난 민란사건으로 이 역시 파괴됐고 민란사건이 진압되자 유스띠노 황제는 성 소피아성당을 다시재건, 538년 봉헌하게 된다.
바로 현재의 성당건물이다.
비잔틴 건축양식으로 가장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는 소피아성당은 명성 그대로였다. 중앙에 거대한 둥근 돔을 중심으로 40개의 창문이 둘레를 받치고 있는가 하면 모자이크 성화장식들이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이 성당은 1453년 오토만제국에 의해 콘스탄티노풀이 점령당한 후「모스크」(회교사원)으로 전환당하는 고난을 당하고 만다.
이들은 회교사원 특유의 뾰족탑을 별도로 세우고 내부에는 모슬렘기도처를 만들면서 내부모자이크 장식들을 파괴하거나 회칠을 하고 만다.
모슬렘에 의해 훼손된 모자이크 복원작업은 1840년부터 시작, 1931년부터 미국팀에 의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상당부분 옛 모습을 되찾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