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섬 선재도(仙材島). 지난 7월 10일 오전 이곳 마을 어귀 해변가에서는 8명의 젊은이들이 백사장 곳곳에 널려있는 유리조각, 비닐봉지 등 각종 오물을 수거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비록 폭 50m, 길이 2백m 정도밖에 안되는 좁은 백사장이었지만 모래속에 숨어있는 오물들을 일일이 찾아내기란 그리 수월치 않은 일이었다. 『반나절 동안 겨우 20m밖에 못나갔습니다. 안해보던 일이라 힘들기도 했지만 워낙 오물이 많아서···. 그렇지만 이곳이 마을내 어린이들의 유일한 놀이터라는 점에서 꼭 우리 손으로 고르고 싶었습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 기름때가 다닥다닥 붙은 작업복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이들은 하계 방학중소위 현장체험을 위해 선재도를 찾은 가톨릭대학 신학부 4학년생들. 모두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금년 처음 실시된 어촌봉사활동에 자원한 신학생들이다.
어촌 주민들의 생활상·공소실태·신자들의 신앙정도·자녀교육 등 어촌과 관련된 모든 의문들이 이들을 선재도로 향하게 한 이유가 됐지만 바다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그러나 7월 6일 정오현장에 도착한 8명의 신학생들 앞에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가아니라 먼저 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었다.
누구라고 할것도 없이 짐을 풀자마자 모두 일거리를 찾아나섰다. 바다가 우리의「낭만의 대상」이기에 앞서「그들 생존의 밭」임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이날부터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밤 12시경 취침하기까지 고추밭매기, 포도밭 지주 박기, 가옥신축공사및 수리, 연탄나르기, 쓰레기줍기, 어린이지도 가정방문 등 숨돌릴 틈이 없는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어촌에서 밭매기 지주박기 등을 할줄은 미처 예상못했지만 모두들 지난해 농촌봉사활 동을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익숙하게 해냈다.
7월 6일부터 10일까지 4박 5일간 이어진 봉사활동중 비교적 많은 관심을 쏟았던 분 야는 신자가정 방문과 어린이지도. 전체주민 2백20여세대 8백여명중 신자는 불과 40여명으로 성인신자교육은 물론 어린이들의 신앙교육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기때문이다.
최성기 신학생(중림동본당)은『기간도 짧고 이원도 부족한 관계로 매일 2~3명이 1개 조가 돼 한가정씩을 방문했는데 대개 전교사나 봉사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며『이곳이 물 때에 맞춰 노동시간이 정해지는것이니 만큼 그에 따른 사목적 배려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린이 교리, 놀이지도에 큰 관심을 보인 최호영 신학생(신수동본당)은『조금만 체계적으로 지도해주면 발전될 소지가 많다. 도시본당 교리교사회, 청년회 등이 이런곳에서 연수회를 갖는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짧은 기간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무인도에서의 밤기도 등을 통해 성소 의지를 재확인한 신학생들은 이번 어촌봉사활동이 서울대교구의 특수성 때문에 미래의 사목에까지 직접 연결될 수 는 없지만 농어촌본당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우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7월 10일 돌아오는 배의 갑판위에서 소주잔을 나누며 이같은 의지를 확인한 8명의 신학생들은 곧바로 의정부수련장으로 향했다. 같은 기간동안 서로 다른 장소에서 현장 체험에 참가했던 동료신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난지도 쓰레기처리장에서 빵을 주워 먹었던 일, 막장에서 탄가루를 마셨던 일, 뙤약별 아래에서 성지를 개발했던 일 등등.
이 자리에서 8명의 신학생들은 동료 신학생들과 하나의 공감대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머리로 알고 있던「가난과 소외」의 문제가 실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체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안이했던 신학교 생활을 반성하고, 서품후 좋은 결실을 맺어보자는 것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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