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조적인 모순으로 파생되는 도시빈민들. 이들은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항상 질병의 위험에 무방비상태로 놓여있다. 도시빈민지역에 위치한 본당들이 과연 본당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의 이같은 문제에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동참해 나가고 있을까.
지역교회인 본당이 가난한 이에 대해 우선적인 관심을 두고 지역민의 삶의 여러문제, 특히 의료문제에 참여하는 현장중에서 구로3동 지역을 찾아본다.
서울 구로공단 제1단지쪽으로 가는길에「천주교 구로3동교회」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지역사회와 어우러져 소박하게 자리잡은 구로3동성당은 다른 성당들처럼 화려하거나 우뚝 솟은 모습이 아니라서 일반인에게도 거부감을 주지않는다. 이곳 성당 지하강당이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진료소로 바뀐다. 주말무료 진료활동 5년째. 이제는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토요일 오후면 으레히 주민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향한다.
병원문턱이 너무 높아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못하는 이 지역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성당의 주말 의료봉사가 더없이 소중한 건강수호의 장이 되고있다.
서울대 의대 가톨릭학생회와 연세대 의대 가톨릭학생회 진료팀이 매주 교대로 내과·치과과목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펴고있다. 구로3동본당 빈첸시오회(회장·이탁수)의 적극적인 뒷바라지속에 매주 평균 진료받는 이는 1백명선. 빈첸시오회 이탁수 회장은『주말진료를 통해 위험성이 발견된 환자중 한달 평균 4~5명을 입원하시느라 교회병원의 눈치보기에 바쁘다』고 말하고『가정방문을 통해 고통스런 환경이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어떻게 괴롭히고 있는지 이해하게돼 더욱 구체적으로 동료애를 느끼며 활동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구로3동본당 관할 주민수는 17만명. 이 가운데 구호주택·간이주택 등 빈민지역에 세들어사는 이는 무려 5만여명에 이른다.
성당 바로 뒷편에도 구호주택이 줄을지어 들어서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수 있는 골목좌우로 2~3평의 방들이 빽빽이 마주보고 서있는 이 지역은 특히 요즘처럼 여름철이면 지나 다니기가 민망스러울 정도이다. 방문을 열어놓고 런닝셔츠 차림으로 누워있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더우기 통풍이 잘 안돼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한다. 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곳이 또한 이 지역이다.
2~3평방에 보통 3~4명의 식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역에서 자기집을 소유한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 세들어 사는 이들은 공단근로자·날품팔이 등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한달 평균 수입은 10만원정도. 20만원 보증금에 월 4만원, 50만원 보증금에 월 5만원씩의 비싼 방세를 지불하고 나면 살아가기가 막막한 이들이다. 따라서 전출입이 짖고 안정돼 있지않아 영세민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이런 지역에서 질병의 발생율은 높기 마련이다.
가난한 이들을 비인간화 시키는 이같은 장애물을 줄이기위해, 인간답지못한 삶의 조건을 보다 인간다운 조건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역교회가 바로 가난한 이웃의 문제에 참여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바로 가난한 이를 우선적으로 사랑한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가난한 이들의 삶의 여러문제 중 특히 의료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지역교회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현재 여러 형태의 의료봉사중 주말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서울 시내에서 구로 3동 본당 외에 10여군데에 불과하다.
뿐만아니라 빈민지역 의료봉사가 아직 단순한 1차진료에 머물뿐 지역주민과의 깊은 연대의식속에서 주민 스스로가 의식 계발을 할 수 있도록, 신자공동체가 가난한 이들의 문제에 폭넓은 관심을 갖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주말진료를 실시하는 일부지역은 지역민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실태파악·위생교육·가정방문상담 등의 역할까지 담당하며 친근한 이웃으로, 지역민과 함께 하는 교회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빈민의료 종사자들은 빈민의료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교회공동체의 폭넓은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9월「교회빈민의료협의회」를 발족시켰다. 빈민의료협의회는 단순한 질병문제뿐 아니라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과 정신적 아픔에 함께 동참하고 해결함으로써 모든 이가 인간답게 성장하고 참된 공동체를 이루게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빈민의료활동을 펴온 이들은 또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안돼있는 현실속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1차진료를 가진 환자를 위한 후속진료기관의 필요성을 절감, 최근 2차진료기관인「요셉의원」을 탄생시키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지역교회들이 꾸준한 빈민의료활동을 펴온 결과 이같은 결실이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까지 가난한 이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라는 신자들의 인식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들이 수혜자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한 동료로서 나와 평등관계를 이룬다는 의식이 신자 개개인속에 파고들어가 함께 고통을 나눌때 지역교회인 본당은 진정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호흡하는 교회상을 보여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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