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11월 7일 화요일
나는 앞선 배를 놓쳤는데 그배는 내가 제주로 돌아온 바로 그날 출발했다. 걸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나는 산책을 좀 했다. 특히 제주도 사람들의 세 조상인 고 (高) 양 (良) 부 (夫)가 나왔다는 세개의 성스러운 굴인 삼성혈 (三聖穴)에 갔었다.
11월 8일 수요일
9시에 나는 전에 나를 데려다 준 바로 그「미우라마루」호에 올라탔다. 2명의 동료신부들은 10시에 작별인사를 했다. 배는 즉시 출발했다. 기분좋은 항해였다. 갑판위에서 맞은 저녁은 매혹적이었고 멀리 제주도가 보였다.
11월 9일 목요일
배는 저녁 6시에 부산에 도착했다. 여기서 내가 놓친 배가 바다에서 불타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출리장 신부가 성사집행을 하러갔기때문에 그의 석유난로 불로 음식을 만들었다. 나의 처음 사제관이었던 이 집에 다시 오게된 사실이 나로 하여금 잠들기전에 오랫동안 공상에 잠기게 했다. 얼마나 오랜 옛날인 것 같은지…
12월 15일 금요일
올해에도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뮤뗄 주교로부터 교세통계표를 받았다. 우리 새 교구의 가톨릭 신자수는 우리가 관할하고 있는 충청도의 5개본당을 포함해서 2만6천4명이다. 5개본당을 제외시키면 2만4천6백94명이다.
12월 23일 토요일
마라발 신부가 지난 여름의 나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여기서 일주일간 지내기 위해왔다. 일종의 피정인데 그는 피정동안 숙고하게 될 것이다. 나는 매일 그를 위해 미사를 드리겠다. 이 영혼의 구원을 위해 나와 같이 기도하고 또 가장 너그러운 조처를 취하려고 결심한 뮤뗄 주교도 모든 경과를 잘 알게 될 것이다.
12월 24일 일요일
우리의 시설이 정말로 너무 불안정하다. 다음 피정을 위한 장소가 전혀없고 또 서 아오스딩(徐相燉)이 장래의 주교관 대지증서를 정리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있어서 나는 일본인 건축 청부업자와 55간의 큰 건물을 짓기위한 계약을 맺었다.
이 건물은 길이 21m에 넓이 9m, 비용은 2천원이다. 이 건물에는 당가(當家)ㆍ피정을 위한 공동실ㆍ손님방 2개 그리고 평상시를 위한 작은 식당이 있게 될 것이다. 후일 이 건물은 주교관 부지로 이전되고, 또 벽토 (壁土)를 벽돌로 바꾸어 오로지 가톨릭 청년회를 위해서만 사용될 것이다.
12월 31일 일요일
마라발 신부가 나를 만나러왔다. 우리는 아주 긴 대화를 가졌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뮤뗄 주교에게 사죄할 용의를 표명하였으며 나의 제의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그것을 받아들일만하다고 인정하기는 했지만『선교사 생활을 다시 할 흥미가 없다』고 하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일 결심을 할 수가 없다. 그는 오랫동안 나의 인도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고 나의 의자에서 30분동안 묵묵히 앉아있었다. 얼굴에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아주 격렬한 암투 끝에 그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제물포로 가서 한두달후에 결심한 바를 편지로 알리겠습니다』불행히도 악마가 우세한 것이 분명하다. 인간이 살아있는한 희망은 있다. 마지막 순간에서의 회개는 언제나 기대할만한 것이다. 그렇지 않을때 나는 놀랄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우리 모두는 서로 새해 축하인사를 나누었다. 대구교구가 탄생한지 반년이 되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것인가. 그것은 하느님만이 아신다. 미래는 그분께 달려있기 때문이다. 젊은 주교는 경험을 시작했다. 나쁜 이삭들이 오랫동안 감춰져 있을리없고 언젠가는 더욱 드러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신뢰를 가지고 일을 해야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사목방문을 하면서 알게된 것인데 그것은 지도서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긴급하다.
믿고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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