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들이 유치원ㆍ유아원 등을 통해 유아교육에 활발하게 참여하고있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생계유지를 위해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도시빈민 자녀들을 위한 탁아소 운영에는 본당들이 얼마만큼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
가난하기 때문에 닥치는대로 일거리를 찾아나서야하는 도시빈민, 특히 그들의 자녀들과 함께 하면서 교회의 참모습을 행동으로 증거하고 있는 현장중에 서울 난지도「애기들의 집』을 찾아 본당 유아사목의 현주소와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신촌 로타리에서 상암동행 시내버스를 타고 15분 남짓 달리다 종점에 내리면 번화한 거리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접하게 된다.
작은 토담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일차선 도로를 따라 3㎞정도를 더들어가면 맨먼저 거대한 언덕이 눈에 띈다.
코에 저절로 손이 갈 정도로 퀘퀘한 냄새가 나는 방향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언덕으로 보인 거대한 능선은 다름아닌 쓰레기더미인 것을 알게되고 그 밑에 군대막사를 연상케 하는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있음을 보게 된다.
이곳이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 70년대로 서울시가 쓰레기 매립장으로 결정한 후부터 마을이 형성된 이곳은 주민 모두가 하루에도 수백톤씩 쏟아져 들어오는 쓰레기를 생활수단으로 삽고 살아가고 있다.
촘촘히 붙어있는 가옥들을 가로질러 언덕바로 밑의 좌측 맨끝 막사에 가면「애기들의 집이라는 작은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표지가 붙어있는 쪽문을 열고 들어가서면 목마와 각종 완구가 옹기종기 놓여 있고 변면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있는 것이 여느 유아원 못지 않다.
40평 규모의 방안에는 이 제 막 젖을 뗀 유아로부터 취학전까지의 아동 70여명이 5,6명의 여성들과 함께 어우러져있다.
이곳 주민들에게 모두가 이모라고 불리우고 있는 여성들은 자원봉사자들로서 이들 말고도 수색ㆍ역촌동ㆍ연희동본당 등에서 매주 교대로 레지오단원들이 찾아와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일터로 나가는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오는 시간이 아침 8시. 아직 세수 안한 아기는 씻기고 아침밥 안먹은 아이는 밥을 먹여 소꿉놀이도 하고 노래를 함께 부르는 등 이모들은 아기 엄마들이 일터에서 돌아올 무렵인 저녁 5시경까지 어린이들에게 다정한 엄마 노릇, 언니노릇, 친구노릇을 해주며 하루를 보낸다.
난지도에 살고 있는 주민수는 총 1천여세대에 5천여명.
쓰레기 언덕밑 4천평 대지위에 마련된 80평 규모의 연립주택 50여채가 이들이 몸담고 있는 보급자리이다.
80평의 주택 한동에 입주해있는 세대수는 20세대. 가족수에 상관없이 한세대가 차지하는 면적은 4평에 불과하다.
이곳 주민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다른 빈민지역과 크게 다를바 없다.
그러나 난지도 주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쓰레기 더미에 올라가면 비록 작은 액수지만 최소한의 노력의 댓가를 보상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쓰레기와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자연히 어린아이들을 맡아 줄 탁아소가 필요한 상태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애기들의 집」이 이곳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이제는 공동체의 한일원으로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물론 오늘의「애기들의 집」이 있기까지는 인근 수색본당을 비롯 명동본당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으나 난지도 주민과 애기들의 집이 이웃사랑을 실천해야하는 대표적인 교회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상호신뢰속에서 묶여있기 때문이다』고 원장 조정희씨는 밝히고 있다.
가난이들이 겪고있는 여러문제 중 빈민자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본당공동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현재 빈민가에서 활동중인 탁아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본당은 서울의 경우 15개 정동이다.
대다수 본당들은 지역사회내 어린이들을 위한 유치원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부담이 커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가난한 이웃의 자녀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빈민유아사목을 전개하고 있는 일부 본당은 지역민과의 유대를 강화하전교ㆍ의료활동까지 담당하며 친근한 이웃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의 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주일 가운데 주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간을 비워놓고있는 본당에서 가난한 이웃의 자녀들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본당은 신자들만의 교회가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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