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종교의 발생원인
신흥종교의 사상이나 가치 또는 이들이 도전하는 문제들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 종교들이 왜 발생하는가 하는 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회학자들이나 종교학자들은 신흥종교의 발생 원인을 여러가지의 이론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신흥종교의 발생은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즉 주어진 사회의 어떤 결함이나 모순 또는 문제점들이 신흥종교의 발생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설명하는 이론들을 한국사회에 적용시킨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몇가지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신흥종교가 급격히 발생하고 있고 또한 확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급격한 사회변동에 따른 구조적 불안정이다. 안정된 사회에서는 신흥종교가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와 같이 급격한 변동을 겪는 사회에서는 삶의 목표와 기준 그리고 방법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권력이나 富 또는 지식을 가진자들은 급변하는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변동을 자신의 권력이나 지위 또는 부를 증대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만, 그러한 수단을 갖지못한 하류계층들은 삶의 목표와 기준을 찾기 어렵게 된다.
둘째로는 사회병리현상의 증대이다. 최근 20녀년간 한국사회는 급속한 산업화를 겪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회병리현상들을 발생시켜 왔다. 특히 경제성장과정에서 파생된 물질주의ㆍ물량주의ㆍ관료적 권위주의 등은 사회전반에 걸쳐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이 확산될 때, 여기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는 하류계층들은 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회복되고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갈구하게 된다.
셋째로는 절대적 및 상대적인 박탈감의 증대이다. 지난 20여년간의 경제성장은 경제적인 면에서의 풍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아직도 절대적인 빈곤생활을 영위하는 자들이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뿐만아니라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온다」「한국도 선진대열에 진입하고 있다」「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단군이래 최초의 무역흑자」등과 같은 정부주도의 흥보는 경제성장의 혜택을 고르게 분배받지 못하는 자들의 불만감을 높이고있다.
넷째로는 기존 공동체와 가치ㆍ규범ㆍ권위의 파괴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친족이나 부락과 같은 기존의 공동체를 파괴시키고 전통적인 가치와 규범을 약화시킨으로써 개인이 의지할 대상마저도 빼앗아 가고있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강력한 정치권력의 행사는 사회의 모든 기존 권위들을 약화시킴으로써 개인이나 집단이 위기에 처하였을때 의지할 도피처마저도 앗아가고 말았다.
따라서 한국 사회는 사회학자들이 일컫는 이른바 「벌거벗은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신흥종교는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확산된다. 신흥종교는 이러한 상황에 적응할 수 없는 소외계층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공동체적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분명한 삶의 방향과 방법을 찾고자하는 사회운동의 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신흥종교는「민중종교운동」으로 정의되기도 하며 그들의 교리와ㆍ사상속에는 억눌린 민중의 한(恨) 과 바람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신흥종교는「병든 사회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신흥종교의 발생정도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불안을 나타내는 바로 미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이유만으로 신흥교가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각종 이익집단이 활성화되었을 경우 그 발생은 적을 수도 있다. 또한 신흥종교의 발생에는 기성종교의 기능과 역할이라는 변수가 작용하기도 한다. 만일, 기성종교들이 종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소외계층은 신흥종교보다도 기성종교를 찾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기성종교를 외면하고 신흥종교를 찾게 되는 것에는 기성종교가 자성해야 할 기능상의 문제점들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신흥종교는 기성종교를 비판하면서 도전한다. 이들은 오늘날 한국종교계획의 병폐인 개체교회의 확장과 거대화, 각종 헌금의 요구와 헌금에 기준한 신앙평가, 성직매매와 성직계의 부패, 극도의 개인주의와 형식주의 교권주의와 율법주의, 의식주의와 외세의존경향 등을 강력히 비판한다.
즉 사회의 병리현상인 물질주의ㆍ물량주의ㆍ성장제일주의ㆍ개인주의ㆍ관료적 권위주의 등을 고발하고 치유해야 할 기성종교들이 오히려 그러한 경향들을 자신의 종교내부로 이끌어 들이고 중산충의 종교로 변신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기성종교가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한다면, 교회내에서도 인간회복과 사회정의가 실현된다면, 그리고 기성종교가「병든 사회의 병든 종교」로 변질되지 않는다면 또한 기성종교내에서도 권력이나 위세ㆍ물질적인 부ㆍ교육적인 지식 등을 갖지 못한 자들이 자리잡을 터전이 마련되어 있다면 소외계층이 신흥종교를 찾을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신흥종교의 산모(産母)는 기성종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며, 신흥종교의 발생에서 기성종교가 담당해야할 책임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종교는 신흥종교를 이단이나 사이비종교라고 매도하기에 앞서, 자신의 위상과 역할을 엄격히 살펴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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