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난민 제2지역으로 가기 위해 미니버스에 올라타고 아란을 벗어났다. 국경과 2~3km떨어진 국도를 따라 버스는 속력을 내어 달렸고 길양 쪽으로 펼쳐진 푸른 들판과 나무들은 나에게 싱그러운 느낌을 주었다.
차안에서 교육팀에 속한 많은 외국인들이 서로 이야기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언제 이들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차장밖에 펼쳐지는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했다.
내가 국경을 지나오면서도 거의 의식할 수 없을 만큼 한국에서의 국경이 주는 의미와 여기서 주는 의미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거의 50km를 달린 뒤에 탑라야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모든 사람들은 점심식사를 위한 과일과 음식을 사거나 어떤 이들은 간단히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도 했다.
약 10여분간 머문 뒤 여기서 약25km 떨어진 곳에 있는 난민 제2지역을 향해 다시 버스에 탑승했다. 거의 20여분을 달린 후 캠프 안으로 들어가는 검문소에 도착했다.
캠프에 들어서면서부터 검은 색 피부에 어케이 바이바이하고 손을 흔드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과 길옆에 펼쳐져 있는 대나무집 모습은 나에게 이상하게도 낯선 기분을 주지 않았다.
캠프의 지도를 받았지만 차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방향감각을 잡을 수가 없었고 새로운 정경과 인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짐해 보았다.
이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과연 나라는 존재가 이들에게(COERR)사무실에서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베드로신부와 함께 캠프를 돌기 시작했다. 캠프는 북쪽 캠프와 남쪽 캠프로 나누어져 있으며 남쪽 캠프는 세로 2km, 가로 1km이고 북쪽 캠프는 세로1.5km, 가로21km 정도 된다. 캠프 안내를 받던 중 동쪽 끝 지역에 왔을 때 베드로신부가 문득『여기서 3km만 가면 바로 크메르』라고 얘기해주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라는 문귀가 떠오르면서, 정말 고지가 바로저기인데 이들은 여기서 머물며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저곳을 향해 향수에 젖어 왔을까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캠프 북쪽 끝에는 큰 저수지가 있어 물을 저장하여 필요한 용수의 일부로 활용되고 있고 모자라는 물은 하루2백대의 트럭으로 물을 공급해 준다고 한다.
이곳 아이들은 미소가 풍부해 눈이 마주치면 소를 짓는다. 나는 가끔 이들이 엄청난 슬픔이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을 터인데도 이들 마음속에 아직도 밝은 미소가 있음을 느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
주님 당신은 이들을 어떻게 하시고자 십니까.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잃고 여기와 서있는 이들을 당신은 어떻게 사랑하고자하십니까?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이들의 고통과 배고픔, 가난과 슬픔을 이들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몸부림쳐 보아도 그들은 제자리에 있음을 스스로 얼마나 많은 순간 절망 속에서 확인했겠습니까?
이는 불평이 아니라 인간본능의 외침입니다. 주님 이들에게 조그마한 빛이라도 던져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주소=Gabriel Byong Yonng Je. S.J PO BOX, TAPRAYAPRACHINBURI 25180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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