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로마」「레오날드 다빈치 공항」의 파업사태로「이스탄불」을 끝으로 한 터키순례는 약간의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했다. 비행기 예약 취소 등 순례 일정이 혼선을 빚은 것이 그 이유였다.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이사건(?)은 가변적인 우리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면서 여러 묵상거리를 제공, 오히려 하나의 교훈을 남겨주었다.
터키를 거쳐 순례와 취재일정은 로마로 이어지지만「구세사의 현장을 가다」순례기행은 터키에서 일단 마무리하기로 했다. 초대교회의 양대 산맥이라 할 베드로와 바오로사도의 발자취, 순교의 피가 짙게 배어있는「로마」를 축으로 한 취재와 순례는 그 비중으로 볼 때 독립시켜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번 취재는 야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종살이에서 구출해 내신 출애굽의 현장을 필두로 그 백성과 맺은 계약의 장소 시나이 산, 그리스도를 통해 전인류와 맺은 새로운 계약의 장소 이스라엘,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도들이 복음의 씨앗을 뿌린 그리스ㆍ터키 등 구세사의 생생한 현장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기도 했다.
짧은 일정 속에서 얻어진 수확이라면 터키-소아시아지역에 산재한 사도들의 발자취, 그 현장과의 상봉이었다. 비록 소아시아 일부분에 그친 순례로 만족해야했지만 이들 지역 곳곳에 서려있었다. 이번 취재는 특히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사도들의 행적, 특히 바오로, 요한사도와 그 제자들의 뜨거운 전교의지를 거듭 확인 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유익했다.
초대교회 최고사도 베드로의 터전위에 바오로사도는 이방인의 사도가 될 수 있었고 14년이란 세월을 소아시아 복음화에 투신할 수 있었다는 사실역시 이번순례는 확고히 가르쳐 주었다.
소아시아의 여러 지역이 포함된 이번순례에서 바오로사도와 제자들의 1ㆍ2ㆍ3차 전교여행의 출발지점인「안티오키아」를 제외한 것은 커다란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당시80만의 인구로 로마제국의 3대도시 중의 하나였던「안티오키아」는 여러 종교가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복음화가 활발히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방인선교의 발상지이자 전초기지가 되었던 곳.
최초로 크리스찬이라는 이름으로 부리었던 안티오키아교회 신자들 가운데 야고보사도는 칼로, 스테파노는 돌에 맞아 각각순교, 그 역사적인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복음화에 대한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일깨워준 사실역시 이번순례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초대교회로부터 사도들의 활동무대가 되었던 이들 지역의 복음 활동은 현재 단1%에도 못 미치고 있는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해주었다.
아울러 터키를 중심으로 한 소아시아교회 유적들은 대부분 확고한 신학적 규명이 필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연구 과제를 던져준 셈이었다. 각 유적이 담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규명작업은 소아시아의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기초 작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구세사의 현장 현지기행을 마무리 하면서 취재기자로서 느꼈던 아쉬움은 해외성지순례, 그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과 경비를 투자해야하는 해외 성지순례가 거의 무비판적인 시각으로 현지안내인의 단순한 설명에 만족해야하는 현실에 그친다면 분명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성지순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신자 각자에게 유익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우리 신앙의 재발견, 신앙의 재무장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진 곳, 그리스도 탄생과 부활의 현장, 그리고 성모발현지등 계속 확대되고 있는 해외 성지순례를 위해 체계적인 안내 및 교육 자료는 반드시 필요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순례자들의 마음가짐. 각자 순례를 통해 얻고자하는 결실을 분명히 인지, 기도와 묵상으로 임할 때 성지순례는 우리 신앙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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