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울 가톨릭대학 교수인 심상태 신부가 지난 77년부터「경향잡지」「성서와 함께」「사목」「가톨릭대학 신학부 논문집」등에 발표했던 13편의 논문을 엮은 것이다. (12장은 예외). 각장마다 하나의 독립된 논문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이 책의 부제가 말해주고 있듯이「인류와 한국교회가 처해있는 전환기적 상황 속에서」신앙을 올바로 이해시키려는 것이 저자 주된 관심사로 수렴된다.
이 책의 특징으로서는 여기 수록된 글들이 청탁된 물음에 대한 시론적 응답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청탁된 물음이란 시대의 물음이 전환기적 상황의 고민이다, 이 고민이 개념별로 하느님(1ㆍ2장) 그리고도(3장) 연옥(4장) 마리아(5장) 교회(6장) 계시(12장) 초월(13장) 등으로 주제별로는 한국교회의 토착화(7장) 교회일치(9장)등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해박한 교의 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해석학을 방법론으로 하여 개념을 그 원천에서 이해하게 하고 인간과 교회를 그 실존으로 접근시키려 노력한다. 『해석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신학을 올바로 이해하지』못하기 때문이다. 금세기의 사상가와 신학자들(슐라이어마허, 딜타이, 하이데거, 불트만, 판넨베르그, 라너 등)의 해석학 고찰은 구도자들에게 신학과 사유의 방법을 일깨워주는 글들임에 틀림없으며, 뿐만 아니라 20세기 신학의 동태와 방향을 파악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7장과 9장은 토착화와 교회일치에 관한 학문적 고찰로서 중요한 시사성을 던져준다. 한국교회의 토착화를 위해 한국문화의 복음화를 그 과업으로 제시한 저자는 민족문화와의 진정한 만남과 민족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토착와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기에 한국교회 초창기 지도자들이 당시 조선사회의 문화전통에 기반을 두고 전개하던 토착화작업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종교사상에 대한 서양 선교사들의 무지와 무시로 중단되고 한국교회를 서양교회의 아류교회 또는 모방교외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이후 답보상태에 있는 토착화 작업에 대한 아쉬움으로 표명하고 있다.
이 논고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화토착화의 원칙론과 필요성은 이론적으로 피력되었으나 그리스도교와 한국적 정신이 만나야 할 장(場) 이 제시되지 않아 토착화된 한민족의 교회상, 그리스도상, 그리스도인상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예수 그리스도를 종교의 원리로 갖고 있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관계가 불교와 천주교의 관계보다 오히려 멀게 느껴지는 아이러니는 한국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괴현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일치운동은 심각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저자는 신학의 해석학적 견해들을 사상적 배경의 맥락에서 분석하면서 시대가 요청하는 교회 일치를 위한 기점을 마련하고 있다.
개념과 주제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한국교회와 신학에 올바른 이해를 통한 참된 구도를 제시한 이 책은 내년으로 다가온 세계성체대회를 내용 있게 준비하는 데에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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