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사기꾼의 속정을 품은 마귀는 하느님나라를 훼방 놓으려고 단칼에 그 건설자를 베어버릴 작정을 하였다. 그는 4일 주야를 재 시켜 거의 탈진상태에 있는 예수께 가까이 갔다. 사탄은 악의 나라의 모사꾼이다. 악의 나라는 세속이다. 그러니 하느님나라를 무너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번쩍거리는 세속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느님의 성자를 무너뜨리는 시도는 쉬운 일이 아님을 악마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는 성자의 탈을 써야만 했다. 우선 미끼를 던진다. 예수님의 약점을 살핀다. 40일 동안 굶은 상태에서 먹을 것을 제공하는 일은 손쉬운 일이다. 허기진 사람이 먹을 것을 빨아먹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마귀는 이것을 악질적으로 변형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의 내적인 약점을 찌르는 것이다. 예수님은 착한 사람에게 약하시다. 당신을 하느님의 아들로 믿는 신앙인에게 더욱 약하시다. 이런 사람에게는 죄까지도 용서해 주시는 분이시다. 하자는 대로 응해 주시는 분이시다. 악마는 이점을 노려서 성서의 말씀을 가지고 덤벼든 것이었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니 이 돌덩이를 빵으로 변화시켜 먹으면 어떠냐고. 마귀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면서 지도자이며 민족의 구원자인 모세덕분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 떡을 먹고 구원된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예수가 만일 새 이스라엘, 즉 하느님나라의 영도자라면 기적을 행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경쟁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예수한테서는 사탄이 상상도 못했던 응수가 나왔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예수님의 대답 중 후반 절은 신명기의 말씀이다. 너의 하느님 야훼께서는 너희가 40년 동안 광야를 걷는 동안…너희를 배고프게도 하시고 만나 떡을 내리시어 너희를 배불리 먹이기로 하셨다…그것은 사람이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것으로 산다는 것을 알게 하시려는 것이었다(신명8장2~3). 하느님의 말씀은 생명을 주는 힘을 가지며 그 어느 하나라도 사람을 살리는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마귀가 사람을 유혹하는 데는 언제나 정해진 레퍼토리가 있다. 손쉬운 육신에 관한 일에서 실패하면 다음순서는 공명심을 내세워 공격을 한다. 그때 예수님은 막 세상에 나서려고 하는 때였고 혈기왕성한 30의 나이였다. 이 나이에 세상에 나서려면 이름을 알리는 일을 해야 했다. 논어에도 30에 입신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마귀는 예수를 성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서게 하였다. 예루살렘은 당시 모든 사람의 눈이 바라다보는 구원의 도시였다. 더군다나 성전은 거기서 무엇인가 하느님의 표징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다리는 거룩한 곳이다. 그 많은 눈들이 쏠리는 현장에서 무엇인가 놀라운 일을 하기만 한다면 삽시간에 그 이름은 영웅의 이름이 될 것이다. 마귀는 또다시 하느님의 아들임을 추켜세우며 성경말씀을 들먹였다. 『여기서 뛰어내려보아라. 천사들이 너를 떠받쳐 다치지 않게 하신다라는 성경말씀의 보증이 있지 않느냐』. 마귀가 인용한 이 말은 시편91장11절?12절에 있는 말씀이다.『주께서 너를 두고 천사들을 명하여 너 가는 길마다 지키게 하셨으니 행여 너 돌부리에 발을 다칠세라 천사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고 가리라. 성서의 이 예언말씀이 바로 예수를 두고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마귀가 해석하고 시인한 셈이 되었다. 수난하시기 바로 전에 사도베드로가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이십니다 라고 신앙고백을 한 것을 마귀가 먼저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신앙고백은 마음에 없는 허위고백이었고 오로지 유혹에 빠뜨릴려고 한 가정에 지나지 않았다. 마귀의 이 유혹은 이제 시작할 메시아의 업을 모든 사람의 탄성과 박수갈채 속에 화려한 출발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극히 세속적인 유혹이었다.
예수께서 출발하려는 메시아의 업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마음 아픈 사람들을 어루만지며, 죄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하여 그들과 함께 쌓여 모욕을 함께 당하고 때로는 슬픔을 맛보며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하려는 것이었다. 하느님의 영광은 그 후에 떨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예수의 응수는 간단하다.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을 떠보지 말라는 성경말씀을 모르느냐(신명 6장16절).
마귀의 공격은 집요하다. 2패를 당했지만 마지막 남은 라운드에서 케이오만 시키면 결국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결정타를 먹어야 한다. 이번에는 하느님의 아들 운운하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앞에 서있는 적수는 하느님나라의 왕이 될 사람이다. 자기는 이 세속 왕국의 우두머리이다. 세속의 자기 나라를 몽땅 준다하더라도 하느님 나라만 망가뜨리면 승리는 자기의 것이다. 마지막 유혹: 내 앞에 엎드려 절만 한번 하라 그러면 저 모든 영화와 권세를 주마. 왕국을 건설하려는 메시아의 사명을 띤 사람에게 얼마나 구미당기는 유혹인가. 세상에서 권력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이런 유혹이 던져진다면 절뿐인가. 그앞에 엎드려 발바닥이라도 핥을 것이다. 사실 세상의 권세는 모두 마귀의 손에 들어있다. 그리고 그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그 권세를 줄 수 있다(루가4장6). 예수께서는『사탄아 물러가라』고 하시지 않았다. 그 말은 후에 베드로에게 할 것이다. 베드로는 순진하였기 때문에 예수도 넘어갈 뻔 했을 것이다. 마귀에게는 점잖게 성경말씀으로 물리치셨다 : 오직 네 하느님께만 무릎을 꿇고 경배를 드려라. 역시 신명기 6장13절의 말씀이다
유혹자는 다음기회를 노리기로 하고 일단 물러났다. 다음 기회는 여러 번 있었지만 예수님께는 큰 문제가 되지 못하였다. 예수께서는 세 번째 유혹을 물리치시고 산에서 내려오셨고 내일부터 세상에 하느님의 참 말씀을 전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수난전날 다시 이 산에서 제자들과 함께 죽음을 앞에 보며 우민하게 피땀을 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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