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사목 부재
장애자에 대해서 교회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느냐의 문제는「장애자 사목의 현실과 미래」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장애자들의 현실적인 복지수준을 높이면서 동시에 이를 한 차원 높은, 영성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교회가 짊어져 나가야할 몫이라고 볼 때 교회 안에서 실질적인「장애자사목」이 부재하다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관계자들은 81년부터 출발, 8년여에 이르는 교회의 장애자사목이 이제는 단순한 시설확충의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장애자들을 교회의 핵심으로 끌어들이는 차원으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서울 가톨릭대학에서는 특수사목인 장애자사목의 위상을 정립해나가기 위해 지난83년 장애자 특수사목연구회「모퉁이반」을 만들었고 수원 가톨릭대학은 86년「디딤돌」을 결성했다. 모퉁이반은 시설봉사를 통해 주로 경험적인 측면에서 활동을 펼쳐왔는데 한 회원은『교회는 선교라는 측면에서도 장애자공동체의 역할에 주목해야한다』면서『장애자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괄목할만한 것이라고 해도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면에서 배려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교회의 실정을 말했다.
그중 우선 기적되는 것은 교회 안에서 장기적인 장애자사목의 방향성을 잡아나가고 독특한 사목의 내용을 심화시켜나갈 만한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각교구 내에「장애자복지 전담기구」또는「장애자 문제연구소」를 설치, 제도화시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담기구 시급
이와 연결해서 장애자문제에 정통한 전담사제양성과 평신도 전문 인력의 활용도 필수적인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앞서나가는 장애자 전문기관들을 교회가 속속 위탁받는 현실을 감안해볼 때「사회적인 책임」때문에도 담당 수도회나 성직자들이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도 장애자사목의 중요한 측면이지만 현 단계에서 가장 초점이 주어져야하는 부분은 많은 장애자들이「교회 안에서조차 장애자들이 제대로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데 있다. 하반신마비로 집에서 계속봉성체를 해온 한 장애자는『신부님이 봉성체만 주시고 그냥 달아나듯 가버리실 때는 무척 가슴이 아프다』면서『얼마 전 본당 바자회에서 사회자가 떠드는 아이들에게「너희는 장애자만도 못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장애자들이 인간적으로 느끼는 소외감은 비단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경사로ㆍ엘리베이터 등 장애자시설을 갖춰나가는 본당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그 절대수가 모자라 성당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 농아자들의 경우 성사를 보고 싶어도 수화를 잘 구사하는 성직자가 없어 성사를 볼 수 없을 때 느껴지는 좌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크다고 한다.
「소외감」해소돼야
최소한 교회에서 만이라도 장애자들이 느끼는 이런「소외감」을「넉넉함」으로 채워 나가자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때 현 단계 장애자사목의 첫 번째 과제는「장애자에 대한 교회의 근본적인 인식변화」로 집약 될 수 있다. 장애자 기도공동체인「작은 예수회」의 박성구 신부는 이를「장애자복지」에서「장애자운동」으로의 전환이라고 단적으로 표현하는데 박 신부는『장애자들이 B급 C급인간이 아니라 똑 같은 인격체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신자들의「계몽운동」이 일어나야하고 또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성당에도 못나오고 있는 장애자들을 위해「교회 나오기 운동」을 펴야한다』고 구상을 밝혔다.
또한 신앙 안에서 자기를 봉헌하고자 하는 장애자들을 위해 현재 교회법으로 통로가 막혀있는 장애자 사제의 양성과 수도원설립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활시설태부족
장애자사목의 방향정립과 아울러 재활의 문제는 장애자들의 삶을 자리매김한다는 차원에서 교회가 풀어야 할 당면한 과제이다 「재활〓직업재활」이라는 재활에 대한 고착된 교회의 시각은 지역 공동체와 관련, 전인재활 및 생활재활로의 방향전환이 시급하다.
재활이란 장애자가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골고루 높여 사회의 적응과 효용성을 배양하여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정신적ㆍ교육적ㆍ직업적ㆍ사회적 측면의 연대적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현재 교회 내 장애자재활기관을 살펴보면, 전체장애자시설의 10%를 밑도는 수준이며 재활기관의 경우도 학교와 직업재활원의 형태, 그리고 기도공동체의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의 경우 서울지역에서만 살펴볼 때 애화학교ㆍ삼성농아원 등 특수학교로 장애에 따른 특수교육에 직업재활을 포함시키는 추세이다.
특수학교의 교육을 받는 장애자들은 거의 조기교육을 받거나 최소한 20세 미만의 장애자들로 학교를 통한 재활에 있어 30ㆍ40대의 장애자들은 제외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특수학교를 마쳐도 직업적인 재활이 어려워 다시 직업재활의 길을 열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직업재활원의 경우는 일정한 기간 동안 도자기 목공예 수공예 등의 기술을 익히게 되는데 취업율은 낮은 편이다.
한국장애자복지관의 경우『컴퓨터 등의 새롭고 전망이 좋은 직종을 개발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인식의 미흡으로 취업율은 60%정도로 저조하다』고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교회의 또 다른 재활의 형태는 기도공동체의 형태를 띠는 새로운 모습으로「사랑의 교리」ㆍ「작은 예수회」등의 공동체를 들 수 있다.
이들은 함께 기도로 장애자로서 가지는 정신적 고통과 소외감을 극복, 정신적 재활을 실현하고 있다. 사랑의 고리에 있는 한 담당자는『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공동체로 장애자 뿐 아니라 정상인들에게 신앙적 바탕을 제공할 사명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회 내에서 장애자의 재활은 장애자로서의 소외감등 정신적 재활과 직업적 재활을 겸하는 전인적인 재활일 때 뜻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인식변화 운동전개
특히 지역사회 내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본당과 관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직업재활을 겸한 공동체로 교회 내에서 새로운 재활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늘 푸른 나무」의 경우, 교육과 목공을 통한 직업재활ㆍ공동체의 모습을 포괄하는 생활 속에서의 재활을 강조하고 있다.
늘 푸른 나무의 이찬근씨는『장애자재활은 무엇보다 장애자들이 원하는 것 이여야 한다』면서『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면서 떳떳하게 재활공동체를 꾸려갈 수 있도록 지역본당이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지역사회 내의 장애자들의 소그룹 공동체를 형성하여, 재정적인 부분을 맡는다면 새로운 재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교회 내 풍부한 인력자원을 이용하여 장애자들의 현장학습ㆍ통학 등을 지도해 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밖에 교회가 장애자재활에 가장 큰 역할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본당을 중심으로 장애자에 대한 인식변화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
지역본당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한 장애자 재활은 직업재활내용의 다양화와 장애자의 개성개발을 중심으로 모습을 세워나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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