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앞둔 환자들과 가족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호스피스(Hospice)활동. 날로 상업화ㆍ비인간화 돼가는 오늘의 의료현실에서 의료의 본질을 다시 생각케 해주는 호스피스 활동이 가톨릭제 병원에서 점차 활성화 되고 있다.
87년3월 성모대병원 강남성모병원이 호스피스과를 정식으로 개설한 이후 지난 10월 5일 강남성모병원이 호스피스병동을 독립, 개원함으로써 호스피스 활동의 중요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호스피스 병동이 설립돼 집중적인 환자관리를 실시하는 등 호스피스 활동이 활발한 편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야 호스피스의 개념이 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호스피스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63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강릉 갑바리의원을 개원, 임종자들을 돌보면서 시작된 국내 호스피스 활동은 81년 가톨릭의대 간호학과를 중심으로 의사ㆍ원목실과 함께 전개, 확산돼 나가 현재 가톨릭계 각 병원에서 실시되고 있다.
호스피스는 우리말로「선종봉사(善終奉仕)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확한 번역이 어려워 원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호스피스라는 어원은 중세기 때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순례자를 위해 편히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숙소, 호스피탈에서 나온 말로 현대에 와서는 한 생(生)에서 다른 생으로 여행하는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
호스피시는 말기환자들이 죽음을 출생이나 성장, 성숙과 같은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아름답고 평안한 죽음을 맞도록 돕고, 또 환자로 인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타격을 받는 환자가족까지 돌보는 이른바 전인치료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호스피스는 환자의 삶을 연장시키거나 단축시키지 않으며 환자와 그 가족의 욕구에 부응하도록 가능한 모든 자원을 이용, 신체적ㆍ사회 심리적ㆍ영적요구를 충족시키며 지지하여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호스피스는 의사ㆍ간호사ㆍ사목자ㆍ사회사업가ㆍ자원봉사자들로 팀을 구성, 정기교육과 소그룹모임을 가지며 호스피스대상자를 분담, 활동하게 된다.
의사는 환자에게 현재의 상태에 대한 진실을 알리며 통증완화를 위한 치료와 상담을 하게 된다. 간호사는 지속적인 간호를, 사목자는 신앙상담을 통해 영적 치유에 관한 일을 담당하고 사회사업가는 일종환자와 가족의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을 하게 된다.
또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자유롭게 의료팀을 도와줄 수 있고 환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모든 일을 함께함으로써 소외되고 버려진 상태가 되지 않게 할 뿐 만아니라 퇴원 후나 사별 후에도 계속적 유대관계를 갖게 한다.
한국 가톨릭 간호협회의 경우 지난 수년간 간호보수 교육으로 호스피스 교육을 실시한바 있고 성모병원과 강남 성모병원은 수차례 자원봉사자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을 넓히기도 했다.
호스피스의 제일 목표는 무엇보다 대상자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이다. 이로써 생을 정리하고 남은 생을 더 유용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질병으로 오는 고통을 완화시켜 편안을 도모하고 임종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므로 평화로운 죽음으로 유도하면서 임종자와 보호자에게 지속적인 간호 제공과 사별가족까지의 간호계획도 호스피스활동 요원이 함께 논의, 제공하게 된다.
호스피스활동요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상냥한 미소, 정성어린 행동 등은 환자와 가족은물론 활동요원 자신들까지 모두가 변화하고 있다고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전에는 무관심하던 환자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느껴지고 그들의 안타까움이 나의 안타까움이 됐으며 환자 사망 후에는 그 가족처럼 마음의 상처를 입곤한다』고 호스피스 활동요원들은 말한다. 이처럼 환자 편에서 활동하며 인간적인 깊은 만남으로 사랑 안에 하나 되는 체험을 하는 것은 호스피스가 곧 사람의 실천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한다.
그런데 호스피스 대상자는 보통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분노ㆍ부정ㆍ타협ㆍ체념ㆍ수용의 5단계 심리변화를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스피스 활동요원들은 이 같은 심리변화에 맞춰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하기 때문에 특별한 자질이 요구되고 있다.
호스피스 요원은 ▲성숙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 ▲죽음에 대한 어떤 경험이 있고 죽음을 인생의 한 부문으로 인정하는 사람 ▲좌절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사람 ▲겸손 되고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 ▲종교적ㆍ문화적ㆍ상징적인 것에 대해 이해력을 가진 사람들이어야 한다.
현재 10개의 병상을 갖춘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은 모든 내부 시설을 환자위주로 꾸며 놓았으며 8명의 전문 간호사를 배치하는 병원 측의 과감한 투자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죽음을 맞는 이들이 우리의 도움으로 하느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인간다운 품위를 지니도록 돕는다』는 가톨릭 중앙의료원(CMC)의 이념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양성덕 수녀는『적어도 6개월간 전에 환자를 호스피스병동에 입원, 환자가 일생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준비 시켜야 하는데 사망 2~3일전에 일반병동에서 이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겨오는 등 아직까지 의료진에서 조차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으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환자와 그 가족과의 깊은 만남이 호스피스활동에 있어 중요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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