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흥종교운동의 성격을 규명하고 앞으로 어떠한 양상을 띠울 것인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한국 신흥종교운동의 전개과정과 그 사상적 성격을 다시 한번 주지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중엽이후 밀어닥친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충격은 오랫동안 쇄국정책을 고집하던 한국사회를 세계무대에 등장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내적 기반을 갖지 못했던 한국사회는 결국에는 식민체험과 타력에 의한 해방ㆍ민족분단 그리고 6ㆍ25전쟁이라는 민족모순과 함께, 소수 지배계급과 다수 민중간의 괴리라는 계급모순을 심화시키고 말았다. 한국의 근대사와 현대사는 이 두가지 모순관계의 동시병행적 과정으로 특징된다.
이러한 두가지의 사회적 모순은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도 특권과 혜택을 누리는 수단을 갖지 못하는 민중에게 더 한층 삶의 어려움을 가져 왔다. 따라서 민중은 심각한 실존상의 문제들을 겪게 되었으며, 그 결과 이들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충격의 피해자로 남게 되었다.
신흥종교는 기존 사회체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조직시킬 능력을 가진자들이 새로운 종교적 체험을 통하여 자시의 삶을 재구성하려는 사회운동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신흥종교운동은 그자체가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체험의 산물이고, 그들의 교리와 사상속에는 사회적긴장의 원인과 그에 대한 대처방안이 나름대로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신흥종교의 교리와 사상은 한국의 근대사와 현대사속에서 갖게 된 민중의 체험과 고뇌의 산물이라고 할수있다. 따라서 그들의 교리와 사상은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에 대한 고발인 동시에 개인ㆍ계급ㆍ민족ㆍ국가의 정체의식을 회복하려는 강한 열망이 종교적 형태로 응결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있다.
한국신흥종교의 공통교리로 지적되는 내용들, 예를들어 인간이 그무엇보다도 존귀하며 민중의 삶을 제약하는 일체의 제도와 모순들은 타파되어야 한다는 인존사상과 민중사상,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찬 기존질서는 종말을 고하고 자유ㆍ평등ㆍ평화ㆍ복지가 실현되는 새질서가 도래하리라는 개벽사상과 지상천국신앙, 메시아는 한국에 임하고 한민족은 세계의 주도민족이되며, 한국은 세계의 종주국이 되리라는 구세주신앙과 선민사상, 외래문화와 전통문화의 조화ㆍ성속융합ㆍ영육쌍전을 이루려는 강한 혼합주의와 통일사상, 개인ㆍ계급ㆍ민족ㆍ국가의 한을 해원시키고 민족의 문화적 전통과 종교적유산을 계승하려는 해원사상과 전통문화계승사상등은 바로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의 특징인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에 대한 민중의 고발인 동시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그들의 염원이기도 한것이다.
이점에서 한국의 신흥종교운동은 민족ㆍ반(反) 외세ㆍ민주ㆍ민중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민족종교운동 내지는 민중종교운동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의 신흥종교가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곧 오늘의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민족 자주성의 문제와 민중의 실존적상황이 개선된다면 신흥종교의 발생은 그만큼 줄어들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신흥종교의 문제는 한국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이미 발생된 신흥종교들이 기성종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교리의 체계화, 종교의식(儀式)과 종교윤리의 확립, 신자공동체로서의 교단조직의 체계화라는 세가지 차원에서의 제도화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작업은 주어진 사회적 조건과 그 변동에 대응해서 추진되어야 한다. 현실의 사회구조나 그 변동에 무관심하고서는 그에 적합한 제도화방안이 마련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신흥종교들은 창시자와 추종자들간의 열광성에만 의존할뿐, 자신의 제도화작업에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아직도 상당수의 신흥종교들은 사회와는 절연한 채, 자신들만의 공동체적 삶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신흥종교 초창기에는 창시자의 카리스마가 신자들을 모으고 집단의 응집력을 강화시키는 필수적 요인이 된다. 그러나 창시자가 사망할 겨우, 대부분의 신흥종교들은 위기를 맞게된다. 이때의 위기는 상실된 카리스마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 하는 문제와, 지금까지 창시자와 추종자들간의 수직적 관계에 유지되던 교단조직에서 나타나는 후계자의 문제, 그리고 주로 하류계층으로 구성된 종교집단이 기성종교를 비롯한 외부 이념과의 투쟁에서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문제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카리스마의 관습화, 창시자사망 이전의 후계자 선정, 지식계층의 포용등이 가정될수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한국 신흥종교들은 이러한 조건을 거의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창시자가 사망할 경우, 교단조직은 소멸되거나, 아니면 보다 영세한 집단으로 전락될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볼 때, 대부분의 한국 신흥종교들은 소규모적인 성격과 사회도피적 성격으로 인해 창시자와 그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을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보다 빈부의 격차가 해소되고 사회정의가 실현되며 민족모순이 극복된다면, 또한 기성종교가 민중의 실존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답한다면, 신흥종교의 수효나 문제점은 극히 줄어들게 될것이고, 그렇지 못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일시적인 신흥종교운동들은 계속 발생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되풀이 할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대학생을 비롯한 지식계급의 참여가 활발한 일부 신흥종교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은 자신들의 교리를 시대상황과 민중의 욕구에 맞게 체계화 하면서 교단조직을 제도화 시키고 있다.
또한 적극적인 선교 활동과 사회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들은 쉽게 붕괴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이러한 종교들은 하나의 확립된 기성종교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한국종교로서의 위치를 확립해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될 때 이들 종교들은 기성총교에 대한 새로운 경쟁세력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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