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흥종교는 계보도 다양하고 수효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들의 수효가 많고 경전이나 교리상의 용어가 다르다고 해서, 각 종교의 교리나 사상체계가 서로 이질적인 것은 아니다. 이들의 경전이나 교리서 또는 설교내용들을 분석해보면 교리나 사상에 있어서 놀랄만한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이들 종교가 동일한 한국의 문화와 종교유산을 상속받고 있으며, 동일한 역사적 사회적 조건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종교에 대한 민중의 욕구가 동일하다는 것과 이들 종교간에는 신도들의 이동이 빈번하다는 사실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현실사회구조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응해서 발생하는 신흥종교들은 기존 사회질서를 개편하려는 강한 열망을 나타낸다.
어떠한 신흥종교를 막론하고 이들은 추상적인 내세에서의 열복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이들의 주 관심은 내세보다도 오히려 현세에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내세에 관한 교리가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대단히 미약하다. 이것은 이들이 현실의 사회상황이나 사회문제에 관해 적극적인 관심과 태도를 갖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현세질서의 개편을 열망하는 신흥종교의 태도는 후천개벽사상(後天개벽思想)과 지상천국신앙(地上天國信仰)으로 구체화된다. 이들이 주장하는 후천개벽은 계보에 따라 그 설명방식이 약간 다르다. 즉 그리스도계 신흥종교들은 오늘의 시대를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교가 재림하여 공의로운 심판을 하고, 천년성(天年城) 또는 천년세계라는 그리스도왕국을 건설하는 말세라고 규정한다. 반면, 전래의 토착미간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종교들은 인류의 역사를 선천 5만년과 후천 5만년으로 구분하면서, 현대는 선천으로부터 후천으로 넘어가는 선후천교역기(先後天交易期), 즉 말세라고 설명한다.
이들이 말하는 선천시대란 모순과 부조리로 특징되며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된 불의·불평능·억압의 시대를 뜻하며, 후천시대란 모든 모순과 부조리가 제거되고 참다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며 물질적인 풍요와 정의로운 분배가 실현되고 모든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벗어난 시대를 뜻한다. 민족종교들은 말세의 때가 되면 선천시대의 모순과 부조리가 일시에 표출되기 떄문에 위기상황이 조성되게 마련이고 여기에 덧붙여 큰 재앙이나 질병이 언엄습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계보에 관계없이 모든 신흥종교들은 말세에는 대심판이 이루어지게 되고 그 결과 기존의 권위·가치·제도·종교·집단 등은 거꾸러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새로운 질서가 열리게 되고 지상천국이 건설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또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말세의 심판을 면하고 지상천국에 들어가는 방법은 자기 종교를 신앙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이 말하는 구원이란 죽은 후에 가는 천상천국에서의 구원이 아니다. 그것은 이 지상에 건설되는 지상천국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지상천국은 종교마다 그 표현이 다르다. 통일교의 「공생공영공의 주의사회」, 증산교의 「후천선경」박장로교 또는 전도관으로 불리우는 천부교회(전 한국예수교전도관 부흥협회)의 「천년성」동방교(대한개혁 장로회)와 천국복음전도회 및 동학에서의 「지상천국」,정도교의 「계룡낙원」,단군교의 「능원세계」,용화교(현 대한불교 용화종),용화교「용화선경」,미륵불교의 「후천극락세계」,갱정유도(일심교)의 「춘일원선경」,산성기도원의 「천년세계」등 거의 모든 신흥종교들이 용어는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지상천국을 약속한다.
신흥종교에서 주장하는 말세의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어떤 종교에서는 이미 말세의 심판이 시작되었다고 하고, 또 어떤 종교에서는 지금이 바로 말세라고 어떤 종교에서는 말세의 심판이 곧 닥치게 된다고 예언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일부 신간을 예언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한부 말세론의 예로써는 용화교가 주장했던 1964년 10월 1일을 비롯하여 동방교의 1965년 8월 15일, 장막성전의 1965년 11월 1일, 일영산기도원의 1971년 8월 15일, 팔영산 기도원의 1972년 6월 25일, 천국복음전도회의 1973년 11월 10일 오전 10시 등을 들수 있다. 또한 외래 신흥종교이기는 하지만 여호와의 증인(워치 타워 성서책자협회)에서도 1914년 1975년 10월 1일의 도차례에 걸쳐말세심판의 떄를 예언한 일이 있었다.
신흥종교의 시한부 말세론은 사회적인 물의와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그 종교의 신자들에게는 다가오는 말세의 심판과 지상천국의 도래를 앉아서 기다리게 함으로써 사회성원으로서의 역할 포기는 물론, 자기의 재산과 직장과 가정까지도 모두 버리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이들이 예언한 말세의 심판과 이들이 약속한 지상천국은 도래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 종교의 대부분은 그 시간이 지난후 급격히 위축되거나 소멸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에서와 같이, 그 시간을 다시 수정하거나 교리자체를 수정하여 그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흥종교의 후천개벽사상과 지상천국신앙은 공상적 사회주의나 「젊은 마르크스」를 무색케 할만큼, 진보적이고 혁신적이며 유토피아적인 것을 내용으로 한다. 어떤 점에서는 이 사상은 그동안 소외되고 억압되어온 민중의 한과 바람이 종교적 형태로 승화되어 나타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이들의 사상속에는 민중의 한이 서려있고, 그 한을 풀고자 하는 바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후천개벽사상과 지상천국신앙을 비로 민중의 해원(解寃)이고 신바람이며, 민중해방을 향한 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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