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성당에 도착했을 때 신자들은 이미 미사봉헌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약4백여명의 베트남인 신자들 눈에는 활기가 차있었다. 미사집전은 우리와 함께 캠프를 방문한 수라디부라타 신부(예수회 총장의 동아시아 보좌관)가 집전했다.
미사 중 신부는 영어로, 신자는 베트남어로 응답하면서 미사에 참여하는 상황을 보면서 어색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지만 안쓰러움이 먼저 갔다.
나는 한 모퉁이에 앉아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눈빛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젖어 들었다. 『이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 작은 보금자리가 이제 낯설지 않은 곳이 되었을까, 생사를 걸고 탈출했기 때문에 지금의 처지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동안 온몸에 전율이 흐르며 나의 마음은 뒤흔들렸다. 『이곳에 당신이 계시는 것이 확실합니까? 저의 마음에는 한가득 의문인데 이 느낌을 어떻게 당신께 보여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성가는 이들의 삶을 표현하는 것과 같아 가슴이 메어지는 듯합니다. 이들의 합창은 찬미의 송가요, 슬픔의 외침이요, 한풀이요, 감사의 기도입니다. 주님! 이들을 어루만져 주세요. 이스라엘 민족이 사막을 방황할 때 당신께서 그들을 거두어 주셨듯이 이들을 당신의 자녀로 거두어주세요』
미사 후 베드로 신부는 마태오 수사와 나에게 사탕봉지를 주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나의 느낌은 정말 이상했다. 솔직히 사탕을 나누어 주기가 싫은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사탕봉지를 들고 어린이들 앞으로 다가갔지만 어색한 느낌은 버릴 수 없었다. 아이들이 내미는 손에 사탕을 하나씩 나눠주면서 이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물론 이들에게는 이 사탕하나 하나가 긴요한 간식이겠지만 나누어 주는 내 심정은 그렇게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6ㆍ25후의 한국모습과 이곳 상황이 연관되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 우리는 크메르 고전무용을 공연하는 피네 아트센터로 갔다. 여기서 크메르 고전의상을 입고 무용을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의 순박함을 느끼게 됐다. 무용을 관람한 후 스페인 예수회 신학생이며 장애자를 위한 기술학교 진행을 맡아서 하는 키크 수사의 안내로 장애자 기술학교를 둘러봤다. 최홍대 수사가 키크 수사의 뒤를 이어 일할 곳이 바로 이 학교였다. 대강 학교를 방문하고 캠프를 벗어나면서 어떤 사람이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나는 너무 엄청난 것을 보아서인지, 아니면 아무 느낌도 받지 못해서인지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 내 성격이 모든 것을 서서히 느끼는 체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3월 6일 주일 우리는 크아오~아이~당(KHAO-I-DANG) 캠프를 방문했다. 이곳은 난민 캠프촌들 중에서 제일 먼저 형성된 곳이다. 여기에는 큰 병원이 있으며 모든 위급환자와 부상자들은 이곳으로 이송된다. 사람들에게는 영화「킬링필드」의 후반부를 촬영한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주일마다 이곳에 있는 조그만 성당에서 미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성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기에 있는 신자들은 다른 캠프에 있는 베트남인들과는 달리 무엇인가 맥이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편집자註〓필자는 격려의 편지와 함께 이곳 고아들을 위해 송금해준 국내 은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또한 9회부터는 캄푸치아국경의 난민촌에 대한 실상들을 주로 기술하겠다고 밝혀왔다.
(주소=Gabriel Byeong Young Je. S. T Box TAPRAYA PRACHIN BURI 25180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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