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의 척추질환으로 가슴아래로는 신경이 마비된채 10여년간 투병생활을 하고있는 황진(42ㆍ라파엘)씨가 12월1일부터 7일까지 홍대앞 사계화랑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홍익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온종일 누워 지내야 하는 고통과 불편 속에서도 붓을 놓치지 않고 그림을 그려 이미 9차례에 걸쳐 달력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 일반에 선보일 작품들은 대부분 그동안 달력의 삽화로 발표했던 것들이다.
이번 전시회는 그래픽, 펜화, 크로키, 연필화, 수채화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 45점이 전시되며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절망해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그림을 그리면서 극복했다는 황진씨. 그는 삶의 의지를 담은 자신의 작품이 다른 이의 절망과 아픔극복에 작은 도움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시회를 열게 된 소감을 밝힌다.
자기 십자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행복한 삶의 처지에 처연한 황씨는 하느님의 뜻, 그것이 더 큰 고통과 절망이라 할지라도 언제나「네」라고 대답할 준비가 된 이제는 완숙한 신앙인이기도 하다.
대학재학시절 가톨릭 학생회를 조직하고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지금도 그들과 유대를 갖고 도움을 나누고 있다.
후배들이 사시사철 누워 지내는 황씨를 방문해 얘기를 나누고 그가 그린 그림으로 달력을 제작 판매하는 일이나 이번과 같이 전시회를 여는 일의 일선에서 다리가 되어 뛰어주고 있었다고.
죽음의 고비를 수차례 넘기고 난후 생활자체가 기도가 된 황진씨. 그는 투병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기쁨을『작은 것, 정상인이 소홀히 지나치는 것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느끼게 된 것』이라 말한다. 침상에 길게 드리우는 한조각의 햇볕도 그에겐 더없는 은총이며 그분의 사랑이라 말하는 황씨의 얼굴엔 자신의 삶과 고통에 대한 절대긍정의 빛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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