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교회시대에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나타내 보이면서 그 과정을 극적인 수법으로 기술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사람으로 혹은 착한 평범한 시민으로 군중사이에 끼어 세례를 받으신 예수는 사람의 눈을 피해 광야에서 은둔생활로 들어갔다. 거기서 예수께서는 사람들과는 상관없이 악과의 투쟁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악을 쳐 이기는 힘은 하느님의 힘밖에는 없다. 이 힘을 감지한 것은 악마뿐이었다. 이제 세상에 드러났을 때 그분의 본모습은 예언자의 증언으로 소개된다.「저분이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 이 말은 알아듣는 사람이나 알아듣는다. 이 말을 성서에서 읽은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이 말을 실감하고 그 진실을 깨달은 사람은 예수의 본모습을 실감한 사람이다. 그 사람들은 예수의 첫 제자가 될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안드레아, 베드로, 필립보, 나타나엘(사도 바르볼로매오)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복음서를 쓰고 있는 사도 요한자신도 첫 제자들 중에 끼어 있다. 복음사가 요한은 예수의 첫 번째 제자들을 부르시는 대목을「다음날」로 시작한다. 이것은 창세기에 세상의 모습이 드러나는 제3일을 가리킨다. 예수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새 창조의 제3일이다. 세례자 요한은 자기 제자 두 사람에게「하느님의 어린 양」증언을 하였을 때 이 두 제자는 이 뜻을 깨닫고 예수를 따라갔다. 그중 한 사람은 안드레아였고 또 한 사람은 누군지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아마도 이 글을 쓰는 사도 요한 자신이었다. 요한복음서는 자기 글에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하여튼 이 두 사람은 예수의 제자가 되려고 무조건 그를 따라갔다.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은 통하여 예수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의 말기 시는 사명을 따르는 일이다. 그들은 세상과 맞부딪칠 것이다. 그들은 예수에게서 학식을 배우려고 따라간 것이 아니다. 인생의 빛을 따라간 것이며 생명을 따라간 것이다. 어두움에서 헤어나 죽지 않고 살려고 우선 따라 나섰던 것이다. 그 삶은 영원한 삶이었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따르겠다고 헌신하는 이 두 사람들을 뒤돌아보시며 말씀하셨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요. 이 말씀은 요한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첫마디 말씀이다. 이 두 사람은 세례자요한의 제자들이며 요한의 증언을 믿고 예수를 따려고 작정한 사람들이다. 사실예수님은 이제부터 제자들을 선택하는 일을 앞으로의 구세사업의 기초가 되는 일이며 따라서 그 제자가 되는 일은 완전히 자기를 내려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예수의 제자가 되려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생활을 새 초점에 맞추어야만 한다. 재산은 물론 부모 형제자매 심지어는 처자까지도 버려야 한다. 그러니 예수께서는 그들에게「나에게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요」하고 물으신 것은 의미심장하다. 모든 사람들이 입교 영세하는 것은 지금 이 두 사람들이 예수를 메시아로 믿고 따르려는 것과 같은 의지를 가지고 세례대 앞에 나아간다. 거기서 사제는「당신은 교회에 들어와서 무엇을 구합니까?」라고 묻는다. 영세자는「신덕을 구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신앙은 결코 다른 어떠한 것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신앙고백이다. 여기 예수를 따르려는 두 제자는『선생님이 묵고 계시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라삐라고 부른 말을 선생님이라는 평범한 말로 번역하였지만 헤브레아 원문의 라삐는 야훼를 부를 때에도 쓰인다. 위대하신 분이라는 뜻도 있다. 복음서에서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 예수를 부를 때 쓰는 존칭이 되었다. 두 제자는 예수의 주소를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의 거처는 예수의 가르침과 삶의 전체를 표현하는 말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삶을 같이 하겠다는 두 제자의 의지 표명이었다.『와서 보라』예수님의 부르심의 말씀이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이 말씀을 듣는다. 결정은 자기들의 자유의사에 달려있다. 그들이 예수님의 계시는 곳에 가봐야 별 볼일이 없었다. 다만 예수님과 함께라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들은 거기서 예수님과 함께 지냈다. 그 다음 달은 새 창조의 제4일이다. 중요한 일이 드러나는 날이다. 두 제자 중 안드레아는 자기 형 시몬을 찾아갔다. 그리고 우리가 찾고 있던 메시아를 만났다는 소식을 알린다. 우리는 선의의 모든 이스라엘인들을 가리킨다. 그 중에서 메시아를 직접 만나 뵙는 영광을 얻은 사람은 이들 제자뿐이다. 시몬은 지체없이 동생 안드레아를 따라가 예수님을 뵈었다. 예수께서는 그를 보시고『너는 요한(요나)의 아들 시몬이로구나』하고 알아보셨다. 이 이름은 세상에서 그를 부르는 정식이름이다. 예수는 그의 이름을 개명해주셨다. 너는 앞으로 베드로라 부르겠다고.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새 사명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베드로는 반석이라는 뜻이니 앞으로 교회의 반석이 되어라는 사명을 주신 것이다. 교우들이 영세할 때에, 수도자들이 수도생활을 결정할 때에 그때까지 부르던 이름대신, 새 이름을 갖는다. 생활의 개선을 결심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으로 새 사명을 받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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