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국으로부터 70여명의 수녀가 참석한 제8차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수녀연합회 회의가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태국「삼프란」에서 개최됐다.
각국의 고유의상을 입고 거행됐던 개회식 전례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번 모임에서 우리들은『아시아에서 예수의 여성 제자들을 어떻게 오늘에 맞게 양성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물으며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의 양성은 각 나라의 정치, 경제, 종교, 문화적 현실의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우리의 타성과 무기력을 질책하며 소극성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부름에 응하라는 요구에 적극적 참여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우리는『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는가』하는 현실진단과『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하는 방향과 비젼을 모색하기위해 3박 4일간 10개 그룹으로 나눠 태국현실에 참여하는 현장체험을 실행했다.
설정된 10개 장소는 태국의 문화를 고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산간지역 원주민촌, 불교농촌공동체, 가톨릭 수도회 양성기관, 난민촌, 위안부 여성거주지, 도시빈민가 등이었다.
나는 이중 불교 농촌공동체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삶과 명상 안에서 제자양성이 아시아적인 지혜를 터득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에서였다.
불교 농촌 공동체를 선택한 우리 10명은 태국 동북쪽에 위치한 파수가토 절의 아칸 캄키안이라는 노스님을 만나러갔다.
캄키안은 깨달은 대스님으로서 항상 웃음 띤 얼굴로 격의 없이 대해줬고 자신의 생각을 깊게 나눠주었다. 캄키안 스님은 매일의 삶을 통한 일생의 양성을 강조하고 머리만이 아닌 마음과 몸을 통한 전인적인 양성, 동네사람들과 함께 생사 고락하는 삶을 강조했고 그들의 인간해방을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캄키안 스님은 몸과 마음의 훈련과 극기는 우리의 정신을 자유롭게 해준다면서 영적 삶을 위해 몸을 통한 수행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우리는 스님들의 환대와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일박했다.
아침 4시에 일어나 스님들의 기도에 함께 참관하고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스님들은 기도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아침을 들었고, 동네사람들도 찾아와 함께 식사했다. 이곳의 이러한 모습은 한국의 엄숙한 절과, 삶과 유리된 대웅전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것이었다.
또한 얼마 전「미니 바티칸」이라고 부르는「삼프란」의 초현대식 수도원 건물과 그 주변의 물에 잠긴 가난한집들의 대조를 목격하고, 서로의 벽과 간격이 너무 커, 서로의 만남이 힘들다는 점과 우리한국의 서구식을 본뜬 교회건물을 생각나게 했다
하느님은 사람들 사이에 그 거처를 마련했다. 그러나 우리의 거처는 담이 너무 높다고 느꼈다. 가난하지만 사랑과 따뜻한 나눔이 있는 이곳, 사람이 자연과 우주와 하나 되어 사는 이곳에서 스님들은 성과속의 이원적인 구분 없이 얼마나 사람들과 가까이 살고 있는가도 보게 됐다.
자유로움, 단순함, 따스한 인간미가 있는 그들 안에서 강생하신 예수의 모습을 보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복음적인 하느님나라의 가치를 보았다.
농촌 마을의 지도자인 널리 알려진 논무앙 절의 알칸 차렘 스님을 만났다. 이 스님은 이 동네에서 전통문화를 일으켜 세우고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개척했으며 현재 문하에 20여명의 젊은 스님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어른교육에 실패하고 난후, 젊은 청소년 교육을 통해 동네를 변화시켰다고 한다.
이 스님이 거주하는 절은 남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로써 풍요한 문화적 전통과 가정과 동네의 공동체 삶을 위해 부신하도록 격려하는 곳이며, 종교가 사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동기를 주었다.
이 스님의 양성방식은「내가 말하는 대로 하라」가 아니라「내가 하는 대로 실천하자」는 방식, 즉 개념이나 사고가 아닌 몸으로 실천해야 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이 두 동네에서 우리들에게 준 메시지를 종합해보겠다.
이 동네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인간관계」며 자연과 일치하고 친교하며 조화롭게 사는 삶이지 정복 투쟁하는 삶이 아니었다. 주민들은 초월한 어떤 분과 아주 가까이 살면서 그들로부터 경외심과 함께 자연과 우주와 일체가 되는 조화된 삶의 모습을 체험하고 있었다. 이들은 삶 안에 고통과 부족 슬픔이 있으나 자신들의 삶에 만족해하고 가족과 이웃에 대한 깊은 사랑과 나눔, 정신적 가치를 우선으로 그들 자녀들에게 전수하는 열성을 보았다. 그들의 독특한 개방성, 소박함, 인내, 평화, 관대함, 우주에 대한 순응함 등과 같은 가치는 우리에게 도전되는 것이었다.
두 스님에게서「지도자」로서 겸손함과 경건하고 소박함을 배웠다. 그들은 벽이 없이 자기역할이나 위치에서 오는 가면을 벗고 사람들안에 섞여서 전적으로 투신하는 예언자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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