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식 신부(대구 신암본당 주임)와 함세웅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는 지난달 25ㆍ26일 부산 온천성당(주인 박유식 신부)에서 이 본당 평협(회장 박영호)이 주최하고 가톨릭신문 부산지사가 후원한 대립절 특별 신앙 강좌에서 각각 강연을 실시했다.「주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를 주제로 열린 이번 강좌에서 박도식 신부를 25일「우리가 믿는 예수님은?」을, 함세웅 신부는 26일「우리이웃에 있는 예수는?」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대림절을 맞이하여 독자들의 묵상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강연 요지를 간추린다.
◆“십자가는 만남을 상징” - 박도식 신부
우리에게 그리스도가 누구냐는 질문은 참으로 중요하다. 적지 않은 신자들이 병고치고 예수, 빵 주는 예수 등으로 잘못알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예수의「아르바이트」이지 본업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진실한 모습은 십자가를 지고 제물로 바쳐진 뒤 3일 만에 부활하는 모습이다.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남겨준 십자가의 교훈을 대림절에 묵상해보는 것은 뜻있는 일이다. 「+」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과 땅(인간)과 하늘(하느님)의 만남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인간과 인간사이, 인간과 하느님사이에 맺어진 도덕적 질서를 말한다. 이 도덕적 질서의 바탕은 의(義)이다. 의란 기울어지지 않고 형평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아담과 이브가 이「의」를 깼기 때문에 예수그리스도가 자신의 희생함으로써 형평을 유지했다. 이를「십자가의 보상」이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균형을 잃으면「의」로써 보상을 해야 한다. 이 같은 의로운 절서가 전제되지 않은 사랑은 불행한 사랑이 되고 만다. 쉬운 예로「남을 사랑하라」고 해서 남의 아내를「사랑」할 수 없는 이치이다.
십자가의 의미는 이 같은 의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의 하느님을 일깨워준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보상은 사랑자체이신 하느님께로 인간들의「하나」로 모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고통과 죽음 및 부활을 되새기게 한다. 십자가는 고통을 받으면 죽어야하는 인생의 마지막 모습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적지 않은 신자들은 예수를 믿지만 궁극적으로 무엇을 믿는지 모른다. 바로 미사 때마다 외우는「부활」이 우리 신앙의 요체이다. 자동차가 수명을 다하면 정비공장에 가듯이 우리도 수명을 다하면「생명공장」(예수그리스도)으로 간다. 그곳에서 다시 태어나는(부활)것이다. 불과 몇 년을 흥청망청 사느냐, 영원히 사느냐의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성체는 흙 묻히면 안되나요” - 함세웅 신부
기다리는 계절인 대림절은 오신 분을 회상하는 의미와 미래에 대한 희망의 의미 2가지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시작과 끝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것이 대림절이다.
알로이시오 성인은 종말이 온다면 이란 질문에『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답변했다. 매시간의 삶을 마지막 종말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마지막 마사」「마지막 만남」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늘 진지한 인생을 엮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림절의 생활은 자선기도ㆍ희생으로 특징 지워진다. 요즈음 세계성체대회 실천운동의 하나인「한마음 한몸 운동」도 훌륭한 자선이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이웃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와 다를 바 없다. 이웃을 형제ㆍ자매로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다. 성서에 나오는「착한 사마리아인」이야말로 이 시대 그리스도인의 표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교리적으로, 전례로 신앙을 증거 하려는 반면 실생활 속에서 행동으로 증거 하려는 경향이 많지 않다.
브라질의 유명한 까마라 대주교가 성체를 영해주다 잘못하여 바닥에 떨어뜨리고 무척 언잖아 하자 초라한 노동자가『예수님 몸에는 흙이 좀 묻으면 안 됩니까? 꼭 금붙이 그릇 속에만 계셔야합니까』라는 대답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의 미사참례와 성체조배는 너무 형식적인 것이 아닌지 묵상해볼 일이다. 감실 안에서의 성체조배가 자선 속에서 이웃과 함께 하는 생활 속에서도 이루어질 때 참된 의미를 지닐 것이다.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참되다면 그것이 바로 하늘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먼저 이웃을 사랑할 때 바로 그 순간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으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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