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로 부산한 때가 되었으나 버림받은 외로운 불우이웃들의 보금자리에는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 초겨울의 스산한 날씨를 더욱 춥게 느끼게 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들은 대부분 소규모 후원회원의 성금과 몇몇 은인들의 희생으로 운영비를 간신히 충당하고 있는 형편인데, 겨울이 되면 난방비와 김장값 등으로 더욱 심각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금년 7월 부랑인 수용시설로 문을 연 영천「나자렛 집」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그나마 후원회조차도 없는 상태이다.
경상북도 영천군 화산면 연계동 야산허리에 자리 잡고 있는「나자렛 집」. 이곳은 정신질환자ㆍ알코올 중독자ㆍ지체부자유자 등 우리사회로부터 버림받은 형제ㆍ자매들의 보금자리이다.
지난 7월 11일 문을 연 나자렛 집(원장ㆍ김윤선 수녀)은 포항 예수성심시녀회(총원장ㆍ탁정자 수녀)가 정부의 보조를 받아 1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19명의 부랑인을 보호하기 시작, 현재 정원보다 25명이 더 많은 1백 25명을 수용하고 있다.
85% 이상이 중복 장애자들인 이들은 가정과 이웃에게 버림받아 거리를 배회하던 중 시ㆍ군을 통해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이다.
정신ㆍ육체건강이 악화 될 대로 악화 된 상태에서 수용된 이들은 담당 수녀들의 정성어린 간호로 1~2개월 정도 지나면 몰라볼 정도로 회복되고 있다.
나자렛 집은「서로 사랑하라」를 원훈으로 삼아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게 해주며「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깨우쳐줌과 동시에 이들의 자활을 도와주고 있는데 어느 정도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손수건 접기ㆍ검도복 부분품 만들기 등을 하도록 해 그 수익금을 각자의 통장에 저축케 할 예정이다.
또 최근에는 1차 자체 수익사업으로 돼지 35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돼지ㆍ개 등 가축을 사육 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나자렛 집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겨울의 문턱에서 차가와지는 날씨에는 속수무책이다.
경상북도의 건의로 설립돼 정부로부터 식ㆍ부식비와 연간 1백 5일간의 난방비만 보조받고 있어 기타시설물과 의약품ㆍ특별 구식비 마련에 큰 어려움을 안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중복 장애환자들로 연간 7개월 동안 난방을 해야 하는데 따르는 난방비 마련이 잿빛 하늘만큼이나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다.
김윤선 원장수녀는『주식비 등 기본적인 것은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지만, 비품마련 등 운영비는 전혀 보조가 없다』며『부족액은 포항 예수성심시녀회와 몇몇 인들의 도움과 이곳 수녀들의 월급으로 충당하고 있으나 너무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약하나마 레지오마리애 단원 등 은인들이 있기에 용기와 보람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김 수녀는 궁여지책으로 이 나자렛 집을 부랑자 수용시설에서 특수 요양시설로 법인을 바꾸어 이들에게 의약품과 특수부식을 제공해줄 수 있도록 희망하고 있다.
개원한지 5개월이 채 못돼 아직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자렛 집은 후원회조차 조직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 나자렛 집은 찾아오시는 분도 별로 없습니다. 올해 개원해서 홍보도 잘되지 않았겠지만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지역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더욱 찾기가 힘들 겁니다』라고 총무인 정영례 수녀가 덧붙인다.
나자렛 집에는 수녀 6명과 생활요원 등 직원 3명이 1백 25명의 수용자들을 돌보고 있으며, 수녀 1명이 주방의 모든 일을 하고 있으나 재정난의 압박으로 주방 일을 돕는 사람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나자렛 집은 수용자 대부분이 환자들이기 때문에 영천시내 병원과 포항성모병원에서 잦은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들을 수송할 차량이 없어 1톤 화물트럭으로 환자들을 짐짝처럼 수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수송용 차량과 함께 엄청난 경비가 소요 되는 대형세탁기를 구입하지 못해 이 추운 겨울에 수녀들과 수용자들은 꽁꽁 언 개울에서 얼음을 깨고 빨래를 해야 하는 걱정을 안고 있다.
『작은 정성이라고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라는 김윤선 원장수녀의 호소가 귓전을 맴돌고 있다.
※주소=경북 영천군 화산면 연계동 558~1번지
우편대체계좌번호=701920~31~8569543 김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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