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91번지 「성심원」은 그 누구도 애써 관심을 갖고 돌봐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앉아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는 불구나환자들의 삶의 현장이다.
강복녀 (66·루시아) 할머니는 올해로서 14번째 이러한 나환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 먹을 음식과 입을 옷을 마련하기위해 전국방방곡곡을 누비며 각계의 온정에 호소하고 있다.
「총안들은 도둑」이라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도울 수 있는 형편의 사람은 기어코 설복시켜 성심원의 후원자로 만들어버리는 할머니지만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라 결코 부끄럽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몇푼의 돈이 아까와 주저하는 사람들을 보면 직접 성심원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면 누구든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호주머니까지 털어 후원금을 내놓고 만다.
이렇게 강 할머니가 모은 후원자만도 3천5백명. 작년 평화의 댐 공사관계로 후원자가 몇백명 줄어들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몇 달 동안 남모르는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강 할머니가 성심원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난 73년부터.
절대로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는 모진 병마를 물리치고 기적적으로 소생한 강 할머니는 남은 생애를 불우한 이웃과 함께 보낼 것을 결심한 것.
혹한 겨울에도 덮을 이불이 없어 신문지로 몸을 가리는 성심원 사람들을 보고 터져오르는 오열을 참을 수 없었던 강 할머니는 금방 토할것 같은 황토색의 밥을 나환자들과 함께 먹으며 결심을 굳혀나갔다.
직접 재봉틀로 몇 백채의 이불을 해다 나르기 시작했고 몇십 가마니의 미숫가루를 만들어 팔면서 기금을 마련했다.
전주 이리 대전 경주 마산 인천 등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전국을 누비며 후원자를 넓혀나갔고 대궐같은 저택에서 2시간을 기다리다 단돈 1백원을 받아 나오는 거지 아닌 거지신세도 감수해야 했다.
강 할머니는 1922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다복한 가정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5대째 내려오는 천주교 신자의 집안이라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접하게 된 할머니는 수시로 성당을 드나들며 신앙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21세 때 결혼한 남편이 딸 하나를 남기고 병사하고 그나마 남은 유일한 혈육마저 첫돌을 채넘기지 못한 채 죽어버리자 할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속에서 험하디 험한 세상을 혼자서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기름장사·밥장사·잡화점 양품점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온갖 시련과 고통속에서도 하느님과의 끈은 결코 놓지 않으며 철저한 신앙생활을 지켜왔다.
강할머니는 아직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기억해 주어야 할 모든 사람들」을 위해 3시간 동안 기도를 바친 뒤 하루의 생활을 시작한다.
『이번 장마철에 나환자들의 유일한 통로인 성심교가 떠내려갔어요. 겨울이 되면 연탄도 날라주어야 하고 음식도 보내주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누구 독지가라도 나서 다리를 놓아주면 정말 감사하겠는데…지금은 기도만 드리고 있어요』 강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불쌍한 나환자들을 위해 도와줄 길이 없겠냐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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