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세례자 요한의 제자 세 명을 만나 첫 제자로 삼은 곳과 지낸 곳이 어디인지 확실치 않다. 주님이 세례를 받은 곳이 베타니아 근처 요르단 강가였고 베타니아는 요르단 강 하류 예리코근처에 있으며 이곳에서 갈릴레아 바다까지는 약220km의 먼 거리이다. 예수께서는 요르단 강을 오르내리는 여행 중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세 제자들은 요르단 강하고 갈릴레아 바다 동쪽에 위치한 벳사이다 출신들이다.
예수님은 지금 제자들과 함께 갈릴레아 지방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육로로 갔는지 배를 타고 갔는지 알 수 없다. 이들은 벳사이다의 어부였고 그 근처에서 예수님은 네 번째 제자가 될 필립보를 만났다. 필립보는 이치를 퍽이나 따지는 성질의 사림이었다. 이 사람은 예수께서 당신을 따르는 군중 5천명을 보리빵 5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배불리 먹이는 기적을 행할 때「이 사람들에게 빵을 조금식이라도 먹이자면 이백 데나리온 어치를 사온다 해도 모자라겠습니다.」라고 따졌던 사람이며(요한6장7) 예수께서 하느님아버지에 대한 교리를 가르치고 있을 때에「주님,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던 사람이다.(요한14장8)
예수께서는 그를 보시자마자「나를 따르라」고 부르셨다 .
그는 이 부르심에 군말 없이 따랐다. 사리를 따지는 예리한 눈을 가졌던 만큼 사람을 알아보는 눈도 밝았다. 그것은 그의 성서지식에 기인한다. 모세의 율법서와 예언자들의 글에는 민족적인 호프인 메시아에 관한 글이 부지기수로 많다. 그러나 알아보는 사람만이 알아본다. 필립보는 그 메시아가 바로 이분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귀중한 것을 찾았을 때 누구를 찾아가는가 뜻을 같이하는 친구를 찾아간다. 필립보는 나타나엘을 찾아갔다. 그리고「그분」을 만났다고 알려주었다. 나타나엘은 그 말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런데 자기의 성서지식과는 엄청나게 빗나가는 듯 했다. 성서의 메시아는 굉장한 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이 나자렛출신,요셉의 아들 예수라니. 나라렛은 성서도 없는 무명촌,요셉이란 듣도 보도 못한 촌뜨기,어떻게 그 사람이 메시아란 말인가. 나타나엘은 성서를 기준으로 시리를 따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하고 말하였던 것이다. 예수님을 직접 보고 마음에 와 닿던 필립보는 그럼 가서보자고 제안하였던 것이다. 필리보는 사리를 따지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을 예수께로 데려가 소개시키는 사도로 알려져 있다. 후에 이방인들이 예수를 뵙게 해달라고 할 때 그들을 예수께 소개해준 사람이 필립보이다(요한 12장21).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을 보시고『이 사람이야말로 잔꾀가 없는 참 이스라엘 사람이다』라는 평가를 내리셨다. 그가 무화과나무 밑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 속을 꿰뚫어보시고 아신 것이다.
순수한 이스라엘 사람은 하느님의 참 모습을 볼 줄 아는 사람이며 하느님의 참모습은 성서의 참뜻을 탐구하면서 찾게 된다. 나타나엘은 아마도 많은 랍비들이 하듯 무화과나무 밑에서 성서를 읽고 있었을 것이다. 부하를 알아보는 지도자,제자를 알아보는 스승은 그 것 자체로써 존경을 받는다. 나타나엘은『스승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라고 첫 신앙고백을 하였다. 사실 이 말은 나타나엘이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예수를 참된 메시아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 시대 사람들의 관념에서는 하느님의 아들이란 타이틀은 하느님이 보낸 사람이란 뜻 정도로 알아두고 있었다. 나타나엘도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했을 때 이러한 뜻으로 한 말이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예수님 자신은 영원으로 부터 계시는 하느님 자신이었고 그 분을 통하여 모든 것이 창조되었고 그 분을 통하여 모든 것이 빛을 보게 되는 하느님 자신이라는 교리를 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요한1장1~4). 그래서 나타나엘에게 너는 앞으로 하늘이 열리고 하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대목은 창세기28장(2절을 빗대어 하신 말씀이다. 이것은 그 옛날 야곱이 하늘과 땅 사이의 통교를 천간에 놓여 진 사다리를 천사들이 오가는 것을 꿈에 본 환시로써 아득하게 예고한 예시였다. (참세기28장10~17)그것이 지금예수를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첫 제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이 진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위하여 예수께서는 복음서에서「아멘」이라는 말을 앞서 사용하였다. 아멘이란 말은 예수님 이전에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뜻으로 했고 사도시대 이후에는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는 뜻으로 기도 끝맺음말로 썼다.
예수님은 이 말을 당신이 하는 말이 진실 된다는 것을 확정하는 뜻으로 썼다. 이 말은 예수께서는 두 번 중복하는 형식으로 강조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요한 복음서에만 나온다. 요한 복음서에서는 이 중복 아멘이 25번이 나온다. 절대로 틀림없다는 뜻이다. 사도시대교회의 예수께 대한 굳은 신앙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들이란 표현은 예수님에게는 아직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십자가의 사형을 받을 때에 유대아인들이 예수를 고발하는 주 죄목이 스스로 하느님이 아들을 자처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줄곧 사람의 아들이란 명목으로 자처하게 된다. 「사람의 아들」이란 표현은 다니엘서의 하느님의 영광을 나타낼 사람이란 뜻으로 표현된 말이다(7장13장 이하). 옛날 번역에서는 인자(人子)로 번역되었던 말로서 예수께서 자신을 가리켜「이 사람」이란 말로 쓰여진 말이다. 「사람의아들」은 필리보가 「그 사람」이라고 지칭한 말이고 모든 이스라엘백성이 알아듣던「그 사람」이다. 이 일은 예수께서 당신모습을 드러내는 제5일이었고 제6일은 베타니아에서 가나로 여행하는 도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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