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건
복음서들은 부활을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선포하고 있다. 부활은 제자들의 환상이나 조작이 아니다. 그들의 심리적 상태나 실제적 상황으로 보아 부활이 조작될 수 없었다. 십자가에 매달렸던 분이 다시 살아났다. 부활은 실재사건이다. 그러므로 제자들의 부활신앙이 부활의 사실을 위한 근거가 아니라 부활사건이 부활신앙을 형성시켰다. 우리의 신앙은 실제 발생한 사건과 결부되어 있으며 우리의 구원은 진정 실제로 일어난 부활로써 이루어진다.
부활은 역사 안에 들어왔다가 살고 죽었던 그리스도와 상관되는 사실이다. 그리스도는 복음 선포 안에 살아계신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났으므로 선포되신다. 신앙은 살아계신 분의 실재를 그 바탕으로 삼는다. 예수는 제자들에 의해서 살아계신 분으로 증언되었으며 현재에 활동하는 분으로 체험되셨다. 사도들이 체험하고 선포하였던 근본 내용은 예수가 살아계셔서「신자」(사도1, 3)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이다. 부활이 역사의 예수에게 발생한 사건이고 제자들에게 체험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것은「역사적」사건이다.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부활이 부활의 신앙을 위한 바탕이 된다.『예수를 부활시킨 것은 제자들의 신앙이 아니며 그들을 신앙에로 이끈 것은 하느님에 의해 다시 살아난 분이다』
예수가 제자 덕분에 사는 것이 아니라 그분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산다. 부활의 소식은 신앙에의 응답이긴 하지만 신앙의 부산물은 아니다』(Hㆍ큉). 빈 무덤과 부활발현은 부활의 사실성을 입증하는 사실들이다. 그것들은 부활이 정말로 발생하였다는 것, 즉 부활의 역사적 사실성과, 십자가에 매달렸던 예수가 부활하신 분과 동일 인물임을 말하려는 것이다.
전 인격의 부활
예수의 전 인격이 살아난 것이지 그분의 영혼만 부활한 것이 아니다. 성서에는 부활하신 분의 육체성이 부각되어있다:『자 만져 보아라. 유령은 뼈와 살이 없지만 보다시피 나에게는 있지 않느냐?』(루가24, 39)
부활은 예수의 전 인격과 결부된 실재이다.「살아계신 분」은 사도들이 알고 있던 역사적이며 구체적인 인간, 나자렛 예수이다. 그리스도는 자신의 육체성과 더불어 육체성 안에서 부활하였다. 이것이「육신」부활의 의미이다. 육신 부활한 즉 지상에서 겪었던 전 존재와 더불어 다시 살아난 그리스도는 전 인격으로서 하느님과 함께 계시면서 세상 및 우리와 관계를 믿고 계신다. 즉 현존하신다. 부활은 인간의 전 실재와 관련된 새로운 존재 양식이다. 하느님에 의해 인간의 전 실재가 들여 높혀지는 것이다. 그래서 부활은 삶의 충만이며, 역사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다. 부활한 예수의 사람은 새로운 몸의 새로운 삶이다. 이것이『영적 몸』이란 성서적 표현의 의미이다.
역사를 초월한 사건
부활은 예수가 자신의 지상적「역사적」삶에로 귀환한 것 즉 소생이 아니다. 신약성서 안에 부활사건 자체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는 것은 부활이 역사를 초월한 사건이기 때문에 부활하신 분은 역사 안에서 살다 죽으신 분이지만 부활로써 역사의 영역을 벗어났으므로 인간에 의하여 언어로 표현될 수도 없고 탐색에 의해 검증될 수도 없다.『다시 일어나다』『다시 깨어나다』등 부활의 표현들은 우리에게 체험될 수도 검증될 수도 없는 부활사건 자체를 암시한다.
성서는 다만 부활하신 분이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을 즉 살아있는 자기의 모습을 제자들에게 나타 내보이는 발현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이다. 부활의「역사성」은 세상의 역사 안에 들어왔던 분에게서 발생한 사건이며 또 부활하신 분에 대한 체험이 여전히 역사 안에 살고 있던 제자들에게 발생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지 부활사건 자체가 역시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처럼 체험과 검증의 대상이 되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활하신 분은 전 인격으로서 여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즉 영광스럽게 된 몸(영적 몸)으로써 세상 및 역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부활로써 그리스도는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벗어났다. 그분의 부활은 죽음 이전의 지상적 삶에로 되돌아가서 이 삶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시ㆍ공의 제한을 받지 않는 즉 죽음에 의해 제약받지 않는 하느님의 새 삶에로 옮아갔음을 의미한다. 그분은 자기의 과거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미래 속으로 부활하였다. 부활은 이 세상 안에서 발생하였으나 죄와 죽음의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중의 한 사건이 아니라 전적으로 새로운 하느님의 사건이다. 그러므로 예수부활은 시공의 한계를 벗어나, 여전히 이 세상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효력을 발생시키며 마지막 부활 즉 우리의 부활을 위한「첫 열매」가 되는 것이다.
결국 부활은 예수의 삶과 죽음 속에서 일어난 하느님의 행위들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효력을 발생하도록 해주는 사건이다. 그리스도 사건은 한 특정된 시간과 공간 앞에서 발생하였다. 역사의 예수에게서 발생한 부활 덕분에 그리스도 사건들이 시공의 제약을 극복하게 되었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상에서 쟁취한 주권 즉 죄와 죽음에 대한 최종승리가 온 세상과 온 인류를 위하여『한 번에 다 이루어진』(히브7, 27)것이 되었다. 십자가가『한 번에 다 이루어진』사건이라면 부활은 그 사건의 영원하고 현재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사건의 것이다. 그래서 십자가는 단 한번 영원히 이루어진 사건이므로 그리스도는 다시 살아나서 우리를 위하여 죄의 권세를 쳐 이기고 하느님을 위해 살고 계신다.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께서 다시는 죽는 일이 없어 죽음이 다시는 그분을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번 죽으심으로써 죄의 권세를 꺾으셨고 다시 살아나셔서는 하느님을 위해서 살고 계십니다.』(로마6, 9-10)
삼위일체 사건
이 모든 것이 성령 안에서 이루어진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영적 몸』이 되셨기 때문이다. 하느님에 의하여 성령 안에서 다시 살아난 그리스도는『거룩하게 하는 영』(로마1, 4)으로 인하여 하느님의 아들로 즉위되었고 자신의 권능을 행사한다. 부활하신 분은『마지막 아담』구원받은 새 인류의 우두머리로서『생명을 주는 영』(1고린15, 45)이 되었다. 그리스도는 영이고 (2고린3, 17)이다. 성부에 의하여 성령 안에서 세상에 파견된 성자는 성령 안에서 성부의 변함없는 사랑을 체험하고 응답하면서 살다죽었다가 여전히 성부에 의해 성령 안에서 다시 살아나 성부와 함께 성령을 통하여 이세상안에 현존하신다. 그리스도인은『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 30)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면서 성령과 함께『오소서, 주 예수여!』(묵시22, 20)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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