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신난다. 진작 이래야지…』
『아빠 엄마, 우리 가족이 이렇게 오붓하게 먼길을 간적이 얼마만이지요』
『정말 오랜만이구나, 아마 몇해전이지』
꼬맹이 왈 『우리는 공부에 시달리고 이 세상 어떤자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할까, 지긋한 지옥문지기 같은 것들…』
『그래 미안하다. 자주 이런 기회를 만들지 못해서-』
달리는 차속에서의 부자간의 대화다. 생각해 보면 공부에 시달리고 마음을 활짝 열어 준 적이 기억에도 멀다. 오늘은 멋지게 시원하게 여름을 즐겨보자, 그리고 아이들에게 봉사하자.
크게 웃는 파도가 밀려온다. 수평과 지평선의 어름이 일자로 긋는 아스라한 곳이 하얀 솜털마냥 하늘과 구름과 피어오른다. 어젠듯 추억은 오늘에서 되새김질하는 아름다운 그때를 천진한 고추잠지로 놀던 시절이 자꾸만 자꾸만 서성이면서 달려가는 것은 왜일까. 묵은 소나무가 덩치로 정을 갖게하는 역사의 산 생명이 더욱 힘을 돋게하는 것은 또한 어떤 참이란 말인가. 어머니의 짙고 깊은 애정이 언어와 솔같이 누비고 호고해서 조심스런 태깔은 한산세저의 상긋한 촉감의 시원함은 어머니의 정성이 서린 자식에대한 사랑이 아닌가. 매콤한 어머니의 매질처럼 나의 경박한 입과 교만한 마음을 다스리기위한 자연의 한바탕의 엄포가 아니었을까.
나는 하나의 자연인. 이 세월이 가기전에 겸손한 마음으로 들곡보다 더 깊고 무겁게 고개숙이고 자연의 노여움에 승복하고 자연의 자비로움에 감사할 일이다. 태양과 숲과 어울리는 조화는 봇물이 터지듯 숨결이 가쁘게만 저며온다.
어쩐지 오늘에서 들과 산의 가지가지 나무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진다. 몸으로 자연에게 다가가는 것도 좋지만 마음으로 자연의 가르침에 귀기울이고 순종하는 것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한 방법이 아닐까. 그러면 자연의 가장 크고 쉬운 가르침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정직」이 아니겠는가. 자연은 거짓이 없고 완벽한 약속의 표시이다.
그런 완벽한 정직이 인간의 자연을 의지하고 살수 있는 기분이 되었거늘 감히 그런 약속조차 교란시키려들고있다. 우리는 이 신성하고 때묻지 않은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산곡네 웃음을 맛보자. 청량한 참 맑은 물나라가 다정한 낭만을 읊조리면서 정다운 벗으로 하고, 줄줄이 엮어진 나무와 그리고 새의 노래로 공기로 씻고 마음으로 땀을 저며내며 쉬엄쉬엄 오르는 신선함은 참아 파라다이스가 여긴가한다. 진정코 마음을 통통 비운 미의 풍장이다.
짙푸른 7월 파도가 손짓하는 성하, 이상과 낭만이 출정하는 바다의 함성. 성큼 다가온 여름. 주인 없는 나룻배가 정오에 졸고 있는 한적한 모습이 내구력이 단단한 교태가 감미롭다.
××
몇해전 나의 가족은 작은 친척의 초대로 주문진 동해 해수욕장엘 간 일이 있다. 모래알이 가늘고, 밀리고 밀리는 파도의 색깔은 비취빛으로 가득했다. 발가벗은 욕객들이 점점이 떠있는 꽃송이가 파도에 하늘거리는 것과도 같이 천연색으로 찬연했다. 망망한 수평선은 끝이 어디이며 구름 저쪽은 어떤 세계일까 아이들과 모래성도 쌓고 사랑도 쌓고 꿈도 쌓아 넓디 넓은 마음을 저 넓은 바다에 실어다 주기도 하고, 자식과 어버이의 사랑의 언어로 꽃을 피웠다. 이는 꼭 생명의 때깔로 기쁨을 더위를 몰아 바다 위로 파도에 띄어 보낸다.
아내와 아이들과 친척의 가족들이 이 많은 가운데 선택된 인연을 갖고 온사람 온마음이 함께하는 웃음의 마을로 되어지고 있다. 사람은 이렇게 좋게만 보이는 것을 왜 나쁘게 보일때가 오는지 쓸쓸한 심정을 달래도 본다.
뜻밖에도 제자를 만났다. 그때에도 애인이 없다고했다. 이제는 얼굴을 붉힐필요도 없는 성숙한 여인으로 이성의 만남으로 반갑기만 했다. 몸가짐이 싱그럽게만 보이고 옛이야기하면서 동해의 바다 모래위를 맨발로 걷던 맹랑한 시절이 시원하게만 느꺼워지면서도 웬지 그때가 생각나고 천진스런 어린애 마음이 된다.
『데레사 (아내) 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이제는 정작으로 선 엄연한 자세가 알팡스럽게 여겨지는 나를 본다. 그래서 사람은 사랑을 소유의 세계에서가 아니라 존재의 세계에서 그 보람을 갖고 사는 것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확실히 여름은 자연을 성숙시키는 비료가 되며, 조용히 마음을 정돈하는 신앙으로 산다는 것이다.
지금도 파도가 숲의 향기가 나의 마음에 아이들의 가슴에 자리하고 있다.
▲80년 월간문학 제39회 「수필부문」 당선
▲「대표 에세이」 동인
▲작품 「이땅에 사는 뜻은」 「희평산나무와 어머니」 「울릉도」 등
▲전주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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