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가톨릭문예작품공모」단편 소설부문 우수작 입상자 김영인(비비나)씨가 본사 제공으로 지난11월4일부터 16일까지 12박13일간 동남아를 순례했다. 김영인씨는 입상 부상으로 성 김대건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대만ㆍ필리핀ㆍ싱가폴ㆍ말레이지아ㆍ태국ㆍ홍콩ㆍ마카오에 이르는 동남아를 순례하며 직접 보고 느낀점을 기행문 형식으로 기고해 왔다. 김영인씨의 동남아 순례기행문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대만을 기점으로하여 필리핀ㆍ싱가폴ㆍ말레이지아의 페낭ㆍ태국의 파타야와 방콕 그리고 홍콩을 거쳐 마카오를 방문하게 되는 성지순례.
일행은 아홉명이 전부이다. 할아버지 세분과 할머니 네분 그리고 영행사의 젊은 직원과 나. 얼핏 단조롭고 조촐한 구성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지치시지들 않을까 은근히 걱정을 하며 대만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약세시간반의 거리, 아열대 식물이 무성하고 일년 내내 아름다운꽃으로 덮여 있어서 동양에서는 옛부터「봉래섬」으로 불러온 대만. 17세기에 청나라의 복건성에 편입되었따가 19세기말청일전쟁의 결과 일본이빼앗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때까지 통치한 이곳은 본토에서 이주해온 사람들과 더붙어 대만ㆍ일본ㆍ중국의 문화와 사회가 혼합된 복잡한 사회상의 띄고있다.
대만에 온지 사흘째, 시내 한복판에서 일제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건물들과 중국인 특유의 생활을 엿볼수 있는 불교ㆍ유교ㆍ도교의 수많은 수묘(寺廟)의적ㆍ황ㆍ녹색의 화려한 기와를 얹은 지붕ㆍ돌기둥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문화의 정수와 전통적인 중국인 특유의 생활양식과 예술이 살아 있는 대만이다. 국립고궁박물관만 해도 그렇다.
국립고궁박물관. 타이뻬이시 서쪽으로 약 8km떨어져 있는데, 4층건물의 외관은 중세 중국의 왕궁을 본 땄다고 한다.
자유중국정부가 중국본토에서 옮겨올때 가지고 온 중국고대의 귀중한 문화재62만여점이 소장되어 있다. 공개하는 문화재는 약 3천여점으로 3개월에 한번씩 바꾸어 전시되는데, 전부를 전시하려면 20여년이 걸린다고.
사실 전시된 3천점을 보기도 바쁘다. 대충 대충 보고 지나가는데도 반나절은 걸린다. 일행중에 몇분은 힘이 드시는지 그만 중도에서 보기를 포기하신다.
기원전 1500년의 은(殷)ㆍ상(商)나라 시대의 각종 총동기를 비롯한 전시품들의 방대한 양도 양이러니와 그 섬세한 손끝을 바라보고 있자니 중국에 대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중국대륙에서 조차 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비상하다고 하는데, 인구 10억의 그 대륙적 기질을 한눈에 보게 하는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곳이었다.
출발 후 처음으로 맞은 일요일. 오늘 새벽에는 호텔근처에 있는 도원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렸다. 유교ㆍ불교ㆍ도교가 거의 생활화되다시피한 이곳에서 성당을 찾기란 그렇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한 1백여명이 겨우 미사를 드릴만한 작은 성당이었는데, 성당이란 말 대신에「천주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중국신부님과 중국인들이 한 스무명쯤 그리고 우리일행이 참석한 조촐한 미사였다. 일행중에서 한분이 우리 일행 모두를 위해 미사예물을 봉헌하셨다. 순 중국어 미사였으나 대충 눈치를 보아가며 미사를 드린다. 봉헌시간에 어린복사가 조그만 잠자리채 같은 것을 가지고 의자 사이를 돌아다니며 헌금을 걷는 것외에는 다른 점이 없다.
미사가 끝나자 일행을 호기심어린 눈으는 바라보던 그곳 신자들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석로 하나임을 느낄 수 있었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한다. 전혀 알아듣지는 못했어도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신것이 기쁘신지 노인들께선 연신 입을 벙긋거리신다.
우리보다 먼저 교리를 받아들인 나라, 그러나 지금은 우리에 비해 여건이 뒤떨어져 있는 나라, 이곳에 가톨릭 성지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서운해하지 않았다.
유난히 억새풀이 많은이곳, 대만의 산과 들에 온통 갈꽃이 나부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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