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반원들의 분뇨 바가지 투척 등 잔악한 폭력사태로 얼마 전까지 사회적 물의를 빚은바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3동재개발지구. 철거반원 중 한사람이『이 짓은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짓이 못된다고 울며 돌아섰다』고 할 정도로 철거폭력 사태가 심했던 현장이다.
1천 2백 세대가 거주하고 있었던 이곳은 모두 철거되고 중산층 정도만 일주 가능한 아파트가 한창 건설 중에 있다.
철거된 1천2백세대중 오도 갈데없게 된 27세대만이 철거지 옆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 통일공원 내에서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철거민중 한세대인 국영란씨(벨라뎃따)의 집을 방문, 이들이 직접 느끼는 철거와 삶의 애환을 알아보고 지금까지의 철거현황을 모아봤다.
국영란씨의 가족은 남편과 자녀 넷으로 6식구이며 집은 통일공원 내 3개 천막 중 가운데 천막의 한부분이다.
집은 세대별로 구분하기 위해 얇은 합판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약2평정도의 크기다 여기에거주하고 있는 다른 철거민들도 비슷한 정도의 규모로 분할되어 방 한 칸에 온 식구가 살고 있다.
빨래터와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취사는 각 집에 조그맣게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이런 형태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통일공원내의 철거민 중의 한사람인 국씨는 설상가상으로 늘 상 불안한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곳으로 강제 철거된 이후에도 네 번에 걸친 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구청장에게 겨울에는 철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놨지만 추워지고 있는 요즈음 도와 1공구에서 강제 철거가 자행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한결같이『마음 편하게 이곳에서나마 생활을 정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각계의 사람에게 하소연한다고 한다.
국씨와 철거민들은 자신들이 겪은 철거경험을 얘기하는데 있어 한결같이『재개발정책은 빈부의차를 더 심하게 하는 요인이며 재개발정책은 가난한 사람이 아닌 부유한 사람을 위주로 하는 정책』이라고 힐난한다.
또한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똑같이 철거된 이들도 한 식구처럼 여겨지는 마음의 풍성함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씨는 지금의 상태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같은 신자들이 가난한 교우를 돌보아 주지 않고 물질주의에 휩쓸려 가진 자의 편에 서서 압력과 이해 못하는 눈초리를 던질 때 가장 가슴 아팠다고 심정을 얘기하면서『삶의 주거를 잃은 아픔과 그 과정을 통해서 겪는 개인의 변화는 개인의 차가 있을 뿐 비슷할 것』이라고 철거 과정후의 심정을 정리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도시빈민은 창신 3동 외에 무수히 많다. 세계주거문제협의회 아시아지부에서 위촉한 도시빈민의 주거상황 실태조사단이 지난 9월5일부터 조사해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85년 이후 4만8천재의 가옥이 헐려 72만의 철거민이 생겼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33만6천여 채의 집이 재개발지구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도시빈민과 도시빈민이 겪는 아픔은 당사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일해재단에 바쳤던 수십 수백억의 돈, 재개발지구에 있는 국ㆍ공유지를 불하함으로써 막대한 재정수입을 올리는 정부의 돈을 우리에게 돌리면 쉽게 문제해결에 접근할 것』이라는 철거민의 말을 그냥 흘러버릴 수만은 없다.
관계전문가들이 재개발에 대해 충언하고 있듯이 이제는 주택행정이영세민을 위주로 하는 정책으로 대전환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몰아치는 산중턱 통일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는 창신3동 재개발지역 주민들의 소박한 꿈「단지 이곳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이 다시 외면당하지 않기를 기대해도 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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