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하늘의 영광과 지상의 평화를 전하는 천사들의 우렁찬 노래소리가 온누리에 울려 퍼지는 기쁜 성찬절을 맞이하여 축복의인사말씀을드리면서 아울러 북녘동포들과 북한교회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특히 오늘의 북한교회는 1949년이후 40년이란 기나긴 겨울잠 끝에 새로운 움직임을 나타내듯 보여지며, 비록 목자있는 교회로서의 완전한 모습은 아닐지라고 혈율을 취하신「말씀」의신비에 접금하는「뜻있는몸짓」을 보여주고 있음이 주목됩니다.
이제 북한교회가 더이상「침묵의교회」로 불리우지 않기를 열망하며, 공산이념이 절대적으로 신봉되는 북한사회 안에서라도『메시아 예언의 성취 그 자체이신』(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자비로우신 하느님」참조)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새로운역사 창조의 길로 들어서야 할 줄 믿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교회가 처음 사회환경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뒷받침이 필요하지만『카이사르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것은 하느님에게 돌리는』(마태오22,21)섬리의 역사 실현에대한 굳건한 믿음이 이보다 앞서 요구되는 것임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교회의 형재자매들만이 아니라 공산주의자들까지포함하는 우리 동족 모두를 위해서 기도하고 희생을 바쳐왔습니다. 또한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성사를 봉헌하여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너희는 서로 사랑하라』는것과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크신 2가지 계명을 실천하는 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 실천이 간접적인 것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 보다 직접적인 실천노력이 가능한 방도가 마련되어야할것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도와 희생이 보다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근자의 남북관계개선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남북한 정권 모두가 민족적인 개선노력에 박차를가하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이미 우리는 민족분단의 극복이 단순히 정치적 통합을 도모하는 체제경쟁의 차원에서 이루어질수 없는 것임을 누차 강조하여 왔습니다. 또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이나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삼는 남한이나 모두 유물론적 문명에 함몰되어감으로써 복음적 구원을 실현하는 참다운 공동선의 추구로부터 멀어져가는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은 분단극복이란 다름아닌 명실상부한 민족공동체의 회복인 것이며 이는 민족구성원 모두가 하느님의 한 자녀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한몸을 이루고 『각각 서로 서호의 지체 구실을 하기때문에』(로마12,5)『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다른 모든 지체도 함께 아파한다』(1고린 12,26)는 깊은 신념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이제 정말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절실한 기도와 희생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남북한이 서로 남보듯하면서 헐뜯을 때보다도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할때 하느님의 은총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통일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국제환경과의 관계도 신중히 고려하지않을수 없을것이며, 민족적 자주성과 평화 실현의 문제도 조금도 소홀히 다룰수 없을것입니다.
이와같은 견지에서 볼때 남북한 당국은 최근의 동서관계 변화와 중소관계의 변화에 비추어 민족사회의 진로모색을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는데 있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며, 가능한 범위내에서의 공동보조를 이루어 가는데 필요한 공동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 모색에 있어서도 복음적 회개의 노력이 가장 본질적인 것임을 강조합니다 .남과 북이 스스로 회개하고 우리 민족 전체가 회개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모두가 하느님께 머리를 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침묵의 교회」라는오랜 허물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여나야 하는 북한교회는 반만년의 민족사속에서 새롭게 태어냐야할 북한사회의 의미를 대변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북한교회의 참모습을 이루어내기 위한 우리의 기도와 희생은 곧바로 북한사회의 참모습을 이루어 내기 위한 기도와 희생인것이며, 우리 민족사회의 참모습을 이루어내는 구원의 노력 그자체인 것입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인류구원의 표지이며 새로운 창조를 뜻하는 메시아의 탄생을 기념하는 우리는 분단극복의 새역사 창조를 내다보면서, 이를위한 민족쇄신의 회개와 희생이 요구됨을 증거하고 우리 스스로 이를 실천해 나가는 굳건한 신앙의 길에 매진해야만 하겠습니다.
더우기 엄동설한끝에 찾아오는 봄이 소리를 듣는것과도 같은 깊고 그윽한 마음으로 북한교회의 깨어남을 고대하고 지켜보면서, 인류구원의 메시아이신 예수그리스도께서 베들레헴의 마굿간의 구유를 택하신것처럼 북한교회에 소리없이 찾아드심을 간절히 기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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