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가출 부랑아 또는 성장고아, 연장고아, 무의탁 고아라고 불리는「떠돌이 청소년」. 이들은 성탄절과 연말연시가 다가오는 이말 때쯤이면 더욱 따뜻한 가정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쓸쓸함으로 가슴을 메꾼다. 떠돌이 청소년이란 거처를 정하지 못하고 신문팔이 등 가두판매업과 요식업체에서 일당제로 근무하거나 또는 지하도 육교 등지에서 구걸행위를 하며 단지 하루의 삶을 유지해나가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대개결손 가정의 가출아, 고아보육시설에서 성장하다 가출한 아이들 또는 고아 보육원에서 20세 이후사회로 배출됐지만 안정된 직업과 거주지를 정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이들이다. 성탄의 참 기쁨을 누구도 돌보지 않는 소외된 이웃과 나누려는 취지로 떠돌이청소년의 삶과 그 실태를 알아보았다.
자정이 넘은 영등포 역 앞의 한 만화방.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요 낳았으며 잘 키워 주던가요. 나는 7살 때 버려져 지금까지 여러 군데의 고아시설들에 있다가 뛰쳐나와서 그냥 살아가고 있지요 뭐. 후후』
자조 섞인 웃음소리와 함께 귀찮다는 듯이 대꾸하는 박종석(17)군의 말이다. 떠돌이 청소년들은 대다수가 주민등록증도 없이 생활하기 때문에 공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자연히 건전한 사회인이 될 수 없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거도 여름에는 거리나 산에서 노숙을 하고 겨울에는 만화방을 이용하여 생화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만화방을 거처로 이용하고 있는 박군 같은 경우도『고아원을 뛰쳐나온 이후 이일 저 일을 그때 그 때 해가며 살았어요… 공부 같은 것은 다른 아이들의 것 이죠… 몸이 아플 때 제일 외로웠어요… 추운데 특별히 갈 곳이 있어야지요』하며 자신과 친구들의 힘든 삶을 말해 주었다.
아울러 박군은 눈물어린 눈을 닦으며『가족법을 만들어 자식을 잘 키우도록 해야해요』라고 버려진 슬픔을 토로、진한 정을 그리워하여 있음도 몸으로 말해 주었다.
떠돌이 청소년의 수입원은 주로 신문을 팔거나 지하도 육교 등에서 구걸, 또는 매혈을 하여 버는 것으로써 대개 하루 5천원정도의 수입을 갖는다. 하지만 이정도의 수입은 약 구입, 음주, 식대 등을 제외하면 거의 남는 것이 없어 오히려 빚까지 지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이들의 생활은 하루를 유지하는 삶일 뿐 미래에 대한 희망은 꿈도 꿀 수 없어 마취성이 강한 약을 먹거나 자신들의 빈곤과 절망감을 파괴적으로 표출, 범법자가 되기 쉽다.
그래서 떠돌아 청소년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이들의 삶은 극단적으로 잘못 흐를 경우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부모로 부터 버림받아 고아원에서 성장하고, 커서는 거리에서 구걸행각을 하며 노후에는 갱생원에서 일생을 마칠 수도 있는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 등』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살자니 고통이요, 죽자니 아까운 청춘입니다』고 만나는 떠돌이 청소년들마다 입버릇처럼 되뇌는 이 말은 그들 마음 안에 삶의 공허감과 일말의 삶의 의욕이 공존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즉, 이들이 처한 문제는 결국 그들이 갖고 있는 환경을 탈피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형성되지 못한 것과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없어 자신의 절망적인 미래에 좌절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 실례로 계모 밑에서 학대를 받다가 국민학생 때 가출, 박종석군과 비슷한 떠돌이 생활을해온 김충겸(가명ㆍ23)군은『떠돌이 생활 중에 만난 친구들 중에는 정말 똑똑하고 삶에 대한 의욕도 있는 친구들이 많다』면서『하지만 사회가 이들을 전혀 뒷받침해주지 못해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그냥 밑바닥 생활로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항변하듯이 말했다.
체육부 산하 청소년 전문위원실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현재 떠돌아 청소년은 84~87년간 2만여명인 것으로 추산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관계전문가들은 이들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을 뿐더러 단지 국내고아원 수용시설과 가출아동들의 수치를 산정집계만 해도 2만은 훨씬 넘을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떠돌이 청소년이 이렇게 많음에도 불구, 이들에 대한 복지시설이나 대책은 극히 미비할 뿐이다. 또한 사회의 인식도 대개의 경우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들을 도외시하기 때문에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고 방치해 두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 이들에 대한 보호시설은 정부에서 지원받는 동광학사와 종교계에서 지원하는 예수그리스도의 집, 데레사의 집, 은총의 집, 나눔의 집, 나자렛의 집 등에 불과하다.
또한 가톨릭의 3백여개나 되는 사회복지 시설을 찾아보아도 위에서 언급한시설외엔 별다른 시설이 없다. 또 이상의 것들도 이들만을 전문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떠돌이 청소년들이 주거불안정 등 그들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벗어나기 힘든 상황을 극복케하고 건전한사회인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종교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떠돌이 청소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존 복지시설은 여러군데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떠돌이 청소년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안정선(30세비스챤)씨는『떠돌이 청소년들이 막상 기존복지 시설에서 수용을 시도하려 노력해도 떠돌이 청소년들이 기존시설의 다른 이용자들과 화합하지 못하는 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이들만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시설과 전문 봉사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안씨는 이들이 거의 이십대 전후이지만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기 때문에『호적을 만들어주어 시민으로서의 안정감을 되찾게 해주는 것도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안씨뿐만 아니라 이 관계 전문가들은 이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사랑으로 이들 특유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삶을 함께 나눌수 있는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을 모으고 있다.
『하늘 높은 곳에는 천주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이에게 평화』『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등 성탄의 글귀와 캐롤이 도심가를 물들이고 있는 요즘시기.
죄인들과 소외된 이들을 위해 강생하시는 아기 예수의 성탄의 참 기쁨이 이들에게도 진정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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