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일종이 땡 땡 땡 멀리멀리 퍼진다. 저 깊고 깊은 산속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 화려해만가는 성탄과 달리 조출한 기쁨으로 희망의 약속을 기다리는 작은 공소의 성탄 맞이를 소개한다.
충청북도 연동군 학산면 서산리 아평에 위치한 학산공소. 경부선 열차를 타고 2시간 50분여를 달리면 영동역에 닿는다. 영동역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30분가량 가면 학산공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용하고 차분한 거리에 감나무가 늘어선 채 아직 몇 개 붙어있는 붉은 감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 위에 성모상이 있고 목조로 된 작은 집. 이곳이 학산공소의 모습이다.
우리교회의 가장 큰 축일인 성탄절을 준비하는 학산공소에도 성탄의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는 조용히 스며든다.
총 1백50여명의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생활을 어려움을 나누는 학산공소는 30년 전에 세워졌다.
신자들끼리 무슨 일이 있는지 너무(?)훤히 알고 얼굴표정 하나에서 근심을 읽어내는 학산공소 신자들은 이름 그대로 한 식구들 같다.
대림을 맞아 6시 아침기도 예절로 시작되는 학산공소의 성탄준비는 조용한 가운데 부산하다.
대림의 시작과 함께 학산공소는 겨울나기를 위해 전신자가 소풍날을 정해놓고 산에 올라가 난로를 지필 땔감들을 마련한다. 석유나 석탄 같은 난로는 아니지만 공소의 신자들이 함께 준비해 놓은 땔감으로 지피는 난로는 따뜻하다.
학산공소는 성탄절 밤이되면 어린이들이 준비한「성탄예술제」와 함께 성탄공소예절을 갖는다.
반짝반짝 화려한 도시성당의 장식도 좋지만 학산공소의 성탄장식은 나무ㆍ풀등의 자연물로 이루어진 조촐한 모습.『지난주에 교리교사 선생님과 함께 산에 가서 전나무를 꺾어다 놓았어요. 이젠 낙엽이랑 솜을 이용해서 장식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한결 맑다.
해마다 중학생들은 산에 가서 이끼를 캐어 아기예수님의 구유를 꾸며놓는다.
공소 뒤에 붙은 작은 방에는 부녀들이 모여 있다. 83세 되는 장로사 할머니를 비롯 모두 모여서 공소에 깔게 될 방석을 손질하는 것.
50명 정도면 꽉차는 공소에 성탄절이 되면 어린이들은 맨바닥에 앉아 예절을 참석해야하므로 앉아 어머니들이 방석을 만들기로 했다. 손틀 2대를 놓고 집에서 가져온 솜에다 정성을 더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솜방석을 만들었다.
학교를 마치는 3, 4시가 되면 공소주변은 차츰 술렁이기 시작한다.『찬미예수님!』하고 인사하며 공소에 1등으로 도착한 동희(1학년ㆍ베드로)는 이번성탄예술제에서「어른들은 몰라요」춤을 춘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왜 연습하냐구요? 그거야 아기예수님 기쁘게 해 드릴려고 그러지요』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은 연극ㆍ무용ㆍ방송극ㆍ합창 등을 밤늦게까지 준비한다.
올해는 대림달력을 제작하고 아끼고 돕는 생활실천사항들을 지켜나가고 있다. 특히 매주금요일은 선생님과 함께 면에 있는 영동성당에 가서 평일미사를 드린다.
공소예절에만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미사는 생소하기도 하지만 경건하고 멋진 시간이기도 하다.『어린이들이 미사전례를 잘 몰라서 틀리는 경우가 많아요. 자주 미사를 봉헌하게 해야 하는데 신부님이 오셔서 미사를 집전하실 때도 공소가 너무 비좁아 어린이들은 참석을 못해요. 대림기간동안이나마 어린이들이 미사전례에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하는 교리교사 이재석씨.
교리교사를 12년 동안 해 오고 있는 그는 어린이들에겐 너무 어렵고 딱딱한 공소예절을 어린이에게 맞게 수정한, 자체 어린이예절을 거행한다고 덧붙였다.
농촌지역의 청소년들이 태부족한 실정이라 학산공소의 경우 고등학생들이 어린이들의 교리교육을 담담하고 있는 실정.
체계적인 교리교육을 위해 교구에서 실시하는 교육ㆍ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생인 교사들이 시험이나 학교행사가 있을 경우는 교리에 애를 먹기도 한다.
지난 84년 교황방한 때 신자들이 많이 늘어난 학산공소는 특히 레지오마리애의 활동이 활발하다. 성인 레지오마리애는 3개의 쁘레시디움이 있고 어린이 레지오마리애도 3개의 쁘레시디움이 있다.
성사생활이 어려운 공소의 경우, 신앙을 잃게 되는 신자들의 수가 많아 방문하고 권면하는 일을 주로 하는 레지오마리애 단원들은 성탄판공성사를 전 신자가 다 볼 수 있게 알려주는 데 앞장을 선다.
모든 농촌지역의 공소가 갖는 어려움이 그러한 듯이 학산공소도 경제적인 어려움에 가장 크다.
10년째 공소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 헨리꼬씨는『어린이들도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공소를 크게 짓는 일이 시급하지만 신자들의 헌금으로는 너무 부족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산공소의 경우, 재정적인 어려움을 메우는 것의 하나는 해마다 한 번씩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토산품바자에 특산품을 내다 파는 일.
한 해 동안 공소의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감잎차ㆍ참기름을 직접 다듬고 짜낸다.
감잎차를 만들 때는 감잎을 하나하나 행주로 닦아서 썰어 말리며 정성으로 다듬어 준비한다.
가난과 추위도 공동체적인 생활로 가꾸어 가는 학산공소. 풋풋한 인정 속에, 낮게 드리는 삼종기도 소리 속에 성탄의 희망은 알차게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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