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사이로 대야를 타고 달리는 기분-힘들어 죽겄다…』
한번 들으면 무슨 내용인지 조차 감을 잡기 어려운 이 가사는 요즘인기를 얻고 있다. 개그맨「쓰리랑 부부」가 크리스마스 캐롤「징글벨」을 개사해 만든「개그 캐롤」의 한 대목이다.
최근 2~3년 전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이같은「개그ㆍ코믹 캐롤」은『재미있다. 흥을 돋군다』는 반응도 얻고 있지만 디스코풍의 춤곡 리듬일변도에 자신들이 인기를 모은 유행어 흉내 내기를 대거삽입, 지나치게 상업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개그 캐롤은「쓰리랑 부부-메리 크리스마스」「도시의 천사들-밥풀떼기 캐롤」「황기순-아버지 바지 줄여 입고」「심형래-펭귄 캐롤」「어때요?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코믹 캐롤」등 6개 종류.
디스크와 테이프로 같이 나오고 있는 이 캐롤들은 듣다보면 중간 중간에「딴 맘 먹으면 죽어-넌 내꺼야」「언니 나 골뱅이하나 추가야」등 유행어가 캐롤 분위기와 상관없이 불쑥 튀어 나와 당혹감을 안겨준다.
시중 백화점에서 하루에 40개정도가 나갈 정도로 일반 캐롤 테이프나 음반보다 잘 팔린다는 개그 캐롤 테이프 및 음반은 주로 나이어린 청소년층이 많이 찾고 있고 방송에서 나오는 캐롤을 아무런 뜻 없이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청소년들과 늘 만나고 있는 보라매 청소년회관의 김춘아 과장은『많은 아이들이 전통적인 교회 캐롤을 부르면 무척 어색해하고 캐롤은 디스코 풍으로 부르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면서『멋모르고 그런 흉내를 내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며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상업적인 분위기에 그대로 희생되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우려했다.
을지로 지하상가 입구의 한 레코드점 주인은『물론 그런 개롤을 들으면 나도 몰래 웃음이 흘러나오지만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고 아이들이 모방할까봐 잘 틀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예수 성탄 대축일로 전례화 하고 있는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개그 캐롤의 득세는 날로 상업화 되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한 표본이라는 점에서 좀 더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가톨릭ㆍ개신교를 합쳐 기독교 신자가 전인구의 2%도 되지 않는 싱가폴의 백화점들이 11월말부터 캐롤을 틀어놓고 손님을 끄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 상업성을 비판하는 캐롤「크리스마스는 무엇인가」를 작곡하기도한 반예문 신부는『신자나 비신자 모두 크리스마스를 그냥 즐겁게 보내는데만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11월말부터 캐롤을 들을 수 있지만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의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세태를 지적했다.
『무엇인가 아쉽다』는 말로 개그 캐롤을 표현하는 반 신부는『세계적으로「고요한밤 거룩한 밤」「징글벨」등 옛날 캐롤을 능가할만한 새 캐롤이 나오지 않고 기존 캐롤이 상업화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풍조』라면서『현대음악을 하는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척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각장애자를 위한 음반「나의 친구에게」중에 반신부가 작곡한「크리스마스는 무엇인가」가「조건 없는 사랑」으로 수록돼있고 성바오로시청각 교리교재연구소에서 라틴아메리카ㆍ폴란드 등「각국의 캐롤집」「크리스마스 협주곡」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관계자들은 2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에 대림성가를 보급한 포비 라이서(Pobi Reiser)의 말을 빌어 캐롤의 참 의미를 대변한다.
『살쯔부르크 대림성가는 연중 가장 고요하고 경견한 시기에 결코 민속적인 구경거리나 기분을 돋구어 수입을 올리는 장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의 염원을 이웃에 전하고 스스로의 기쁨을 간직하게 하는 희망의 성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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