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색의 4층건물 전제가 대형 광목으로 둘러쳐졌다. 건물안 곳곳에는 고추와 숯을 매단 금줄이 드리워져 있고 건물밖 야외조각장에는 마대ㆍ짚단 등을 이용한 조각물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하늘과 마주하고 있다.
얼핏 상가집을 연상케하는 이 광경은「죽음」을 주제로 서울 바탕골 예술관(대표ㆍ박의순)이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5일까지 마련했던 행동예술제「9일장」의 상징적인 모습.
연극ㆍ무용ㆍ음악ㆍ미술 등에 종사하는 1백여명의 예술인이 참가,「죽음」이란 주제를 가지고 현실ㆍ죽음ㆍ상징ㆍ축제성으로 요약되는 행위예술로써 구체적인 죽음의 형태를 표현한 이번 예술제는 건물에 걸려진 아홉개의 고(묶음)를 매일 하나씩 풀어가면서 진행됐다.
톱날과 망치에 의해 부숴져 나가는 나무궤짝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전율했고 연기자들의 절묘한 춤놀림 앞에서 죽음을 맞는듯 했다.
20년동안 키워온 한 나무가 시커멓게 죽어버린것과「미쳐서 살다가 제대로 죽는 것이 삶」이라는 돈키호테의 말을 던져준 한 신부의 넔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번「9일장」을 마련했다는 박의순(50ㆍ베로니카)씨는 『겨레의 아픔과 시대의 아픔을 장사지내고 죽음을 탄생의 전단계로 축복해 보려는 것이 행사의 근 목적』이라고 밝혔다.
7월 28일 예술관을 상가처럼 꾸미는 것으로 시작된「9일장」은 구상시인의 「시낭송회」를 비롯 타인에 의해 파괴되는 생명과 그 분노를 담은 기국서씨의 행위예술「방관V」와 이를 몸으로 표현한 임경숙씨의 「우리의 마벨」이 공연됐다.
또한「심청가」를 해위예술로 각색한 「청의 죽음」공해와 핵의 공포를 담은촘「적색경보」, 무세중씨의 「통ㆍ피ㆍ살」(통일을 위한 살풀이)등으로 이어진 이번 예술제는 마직막 날인 8월 5일 건물과 고목을 감을 광목을 제거하고 지신밟기ㆍ순굿으로 막을 내렸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