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문화의 부재(不在)가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문화풍토 속에서 교회의 토착화라는 과제를 안고 활동을 벌어온 올해문화계 결산을 통해「문화속의 복음화」를 가늠해 본다. 교회의 복음을 자연스럽고 강렬하게 전할 수 있는 통로를 문화라고 볼 때, 문화계의 활동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화란 일조일석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89년 문화를 통한 복음화의 파동을 기대해본다.
출판
올해 한해 특별히 일반일들에게 많이 읽혀진 가톨릭작품은 거의 없다. 꾸준히 읽혀지는 작품들로는 시집ㆍ성인용 동화ㆍ수필 등이 주를 이루었다.
서울 교보문고 스테디셀러 집계에 의하면 이해인 수녀의「민들레의 영토」「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도종환씨의「접시꽃 당신」쉘 실버스타인의 번역동화「아낌없이 주는 나무」등이 꼽혔다.
서울 종로서적에서 근무하는 한 점원은『가톨릭적인 내용의 책은 주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경향이며 해방신학을 다룬 책들도 잘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교회 내 출판 현황은 비교적 활발하여 「분도출판사」「가톨릭출판사」「성바오로 출판사」등 오래된 출판사 외에도「계성출판사」「요셉출판사」「황석두 루가서원」등에서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출간했다.
특히 올해 출간된 교회서적도 여전히 외국서적의 번역물이 가장 많아 한국교회의 모습과 위상을 다룬 출판물의 부족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음악
음악계의 활동은 다른 분야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많은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가톨릭음악의 두드러진 특징은「순교자현양 칸타타」「국악미사」등 한국적인 음악을 교회음악에 접목시켰다는 점. 강수근 수사의 음반「국악미사」는 일반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또한 올해 순교자현양 칸타타는 7월 서울 혜화동 청소년회관 강당에서의 연주를 시작으로 부산ㆍ대구등지를 순회 연주했으며, 9월5일 KBS에서 방영,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어 10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순교자현양 칸타타를 작곡한 수원교구 이종철 신부는『음악은 모든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교회의 모습과 하느님을 알리는 방법』이라고 말하면서『순교자들의 피와 신앙의 힘을 통해 가톨릭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88년 서울올림픽에 가려 빛을 내지 못했던 장애자올림픽에 앞서 가톨릭ㆍ개신교ㆍ원불교 수도자가 모여 삼소음악회를 가졌던 것도 올해 음악활동의 두드러진 한 모습.
장애자올림픽 기금마련을 위해 지난 10월3일 서울호암아트홀에서 열린「삼소음악회」에서는「주 찬미」「아베마리아」등이 연주됐다.
한편 젊은이들 사이에서 펴져가고 있는「생활찬미성가」모임을 통한 성가 부르기 운동도 올해 음악활동의 하나로 지적될 수 있다.
가두에서 심장병 어린이 돕기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명동청년연합회「푸른 친우들」은 수차례 공연을 갖기도 했다.
연극ㆍ영화
올해 가톨릭적인작품을 공연한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가톨릭작품을 주로 공연해온 서울 바탕골소극장의 경우, 5월「대성당의 살인」ㆍ6월「금관의 예수」를 공연했다.
이밖에 다른 극단 작품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영화의 경우도 전무하다.
또한 TV극으로는 MBCTV에서 한무숙씨의 장편「만남」을 방영, 가톨릭교회의 박해모습을 소개했다. KBS의 경우 성탄특집극으로「마리아 백자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특히「국악미사」곡이 소개된다.
미술
서양화ㆍ동양화ㆍ조각ㆍ공예 등 분야가다양한 미술계에서 가톨릭 미술인의 활동은 가톨릭미술가협회의 회원전에서 종합ㆍ정리된다.
대표적으로 지난12월 서울과 부천지역 가톨릭미술가협회가 각각 회원전을 개최, 작품을 통해 가톨릭의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표출했다.
안양등지에서도 가톨릭 미술가협회 결성의 움직임이 있고 내년에 지역별로 산재한 가톨릭 미술인의 연합전도 구상중이다.
캐나다 거주 조각가 장연탁씨, 한국의 중견 조각가 최종태ㆍ유영교씨 등이 개인전을 개최했고 금속공예가 주예경씨의 금속공예전 등도 가톨릭 미술계뿐 아니라 한국 미술계를 풍성하게 한 작품전이었다.
특히 신자 미술인의 작품활동은 작품내용이 반드시 종교적인 색채를 띤 것이 아니라 해도 작품 내면에 흐르는 맥이 종교와 신앙과 상통하는 예가 많아 가톨릭 문화가 우리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진
88년 한 해 동안 대내외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분야가운데 가톨릭 사진인의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작가 이기윤씨가 금년 봄 대한민국 사진전에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것을 비롯, 이재길, 한석홍씨 등은 88올림픽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초대전을 개최해 사진속에 한국의 멋을 담아 소개하기도 했다.
사진가 개인의 활동뿐만 아니라 가톨릭 사진가 협회의 활성화도 금년 가톨릭사진계의 큰 수확이다.
가톨릭 사진가협회는 금년 초 운영체제를 대폭개정, 회원의 자격범위를 확대하고 기성작가가 아닌 사진 동호인을 위해 준회원제를 도입 당초27명의 회원이 1백50여명으로 늘어났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월1회 출사회를 충실히 이끌기도 했다.
또 서울 가톨릭 사진가 협회를 주축으로 전국 각 교구로 가톨릭 사진가협회결성의 움직임이 활발해 앞으로 가톨릭 사진인의 활동이 주목된다.
한국 가톨릭사진가협회가 주최한 제3회 가톨릭 사진공모전에 금년부터 비신자 사진인의 참여도 개방해 어느 해보다 풍부한 내용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입상자 가운데 이미 영세준비를 하는 이가 속출, 간접선교의 역할을 해낸 것도 금년 가톨릭 사진계의 결실이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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