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부터 깊은 밤까지 물건을 파는사람과 서는 사람들의 발길로 언제나 붐비는 시장, 각양각색의 상품들과 푸짐하게 널려져있는 각종 식품류의 풍성함과는 대조적으로 그안에 몸담고 살아가는 상인들의 삶은 그렇게 번듯하지만은 않다.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일하는 것외에도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땀과 노력, 그리고 희생이 요구되는 것이 시장안의 생태구조이다.
시장안에서 살아보지 못한 사람이면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이 있는대신 노력한만큼의 댓가가 주어지는 정확한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시장사람들은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
시장사람들의 생활이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일하는 시간대가 다르다는 것.
따라서 시장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보통 사람들의 생활방식과는 다를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자녀교육 가정생활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실정은 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있는 신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본당중심의 신앙생활에 참여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시간속에서 살기때문에 많은 일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장사람들.
「지극히 평범한자들」인시장 사람들에게 우리 교회는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있는가. 지역사회와 호흡을 함께하고 있는 본당들은 이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또한 시장에서 몸담그고 있는 신자들은 어떻게 신앙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까.
현재 서울 동대문시장을 비롯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노량진수산시장 등에는 80년초부터 상인신자들리 모임을 결성, 인근 본당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내 「가락동신자모임」은 여타 단체와는 달리 회칙도 임원도 없이 그저 신앙을 같이 나누고 지키려는 상인신자들이 모여 만든 작은 공동체로서 이곳 신자들에게는 더없이 귀한「만남의 장」이 되고있다.
이곳 상인들은 대부분 도매중매인들로서 청과물시장의 경우 새벽 3시부터 오후 2시경까지 장이 서고 있으며 야채상들은 밤 10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일하고 있다.
이들 상인들의 일과 시간은 연중무휴로 변함이 없으며 개인생활과 가정생활은 오후 빈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가락동 신자모임이 결성된 것은 85년 6월. 농수산물시장이 용산에서 현재의 장소로 이전한 다음부터 시작된 가락동 신자모임은 한 신자의 노력과 가락동본당 주임 배갑진 신부의 특별한 관심으로 결심을 맺게됐다.
비록 식당의 한쪽 구석방에 마련된 좁은 공간에서 봉헌되는 미사지만 복음을 목말라하는 상인신자들에게는 한달에 두번씩 봉헌되는 미사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 성체를 오랫만에 영한다는 기쁨도 있지만 고백성사와 함께 미사후에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정담이 마냥 즐겁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신자파악도 안되는 등의 어려움 때문에 참여자 수가 극히 적었으나 불과 1년여만에 2백여명의 신자로 늘어났고 매미사에 50여명이 참례하고 있다.
또한 가락동신자모임은 인근에 위치한 가락동본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레지오활동과 예비자교리반을 가락동본당의 협조를 얻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본당의 각종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가락동신자모임의 설립주역을 맡았던 정옥기(45ㆍ안드레아)씨는『시장안에서 미사가 처음 봉헌됐을때 29여년동안 냉담했던 한 자매가 찾아와 고백성사를 보고 눈물짓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누구보다도 정직하며 열심히 살고있는 신자상인들이 시간에 쫓겨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것을 볼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업에 쫓기면서 신앙생활과 시장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뛰는 이들은 인근본당의 배려로 회합실 및 성당 사용과 사목자들의 지도 등 편의를 제공받고는 있지만 시장의 특성을 살린 사목적지원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아직도 직업의 특수성때문에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인신자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시장을 관할하고 있는 각 본당들은 이들의 신앙생활을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돌봐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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