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사회를 막론하고 그 사회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이나 의식구조는 상류층보다도 하류층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상류계층은 대부분 높은 교육수준을 갖고있어 외래문화에 대한 수용력과 적응력이 높지만 하류계층은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은채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국의 신흥종교가 민족종교운동 내지는 민중종교운동의 성격을 띄운다는 사실은 이 종교들이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종교적 유산들을 그대로 계승 ㆍ 보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이 혼합주의와 통일사상을 특징으로 한다는 사실도 이들의 교리속에는 한국의 전통문화들이 배척되지 않고 그대로 포용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민간신앙이나 토착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소위 민족종교들은 한국의 전통사상을 거의 원형 그대로 간직한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계 신흥종교들도 한국의 전통사상을 거의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리스도교계 신흥종교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문화들이 어떠한 형식으로 그들 교리속에 수용되고 있는지 살펴 보기로 한다.
우선, 이들은 한국문화의 핵이며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의 근간을 이루는 무속신앙을 거의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무속은 이들의 교리나 신학에 있어서는 부분적 요소가 아닌 중심적 내용이다. 이들은 무속의 특성인 해원사상(解怨思想) 을 근간으로 하여 그밖의 신학적 설명들을 전개한다. 통일교의 원리(그들은 교리를 원리라고 부른다)를 보면 하는님과 예수님 모든 인간 그리고 모든 피조세계는 깊은 한(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통일교에서는 하느님은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인해 자신의 창조목적이 완성되지 못한 것에 대해 한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범죄때문에 창조본연의 상태에 들어가지못한 인간과 피조세계 또한 한에 맺혀있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오신 예수님도 자신의 구속활동을 완성하지 못한채 십자가에 처형당했기 때문에 한을 갖고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통일교에서는 이러한 모든 한을 해원시키는 것이 하는님의 창조사업에 도참하는 것이며 지삼천국을 건설하는 것이며 지상천국을 건설한는 기본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통일교의 해원사상은 승한일(勝恨日)이라는 축일과 총해원식아라는 전례행위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밖에도 「택한 자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이 심판기의 역사라는 새일수도원, 인간의 범죄로 천부 (天父)왕의 부자관계가 끊어졌다는 삼광수도원, 그리고 한민족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가 선민의 기적을 얻음으로써 해원되었다는 그리스도교계 신흥종교들의 공통교리는 바로 무속사상이 이들 교리의 기본이 됨을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과 한국 전통사상과의 접합은 국조신앙(國祖信仰)인 단군 사상의 수용에서도 나타난다. 통일교에서는 환웅(桓雄)의 강세를 메시아의 강림을 예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곰이 환웅과 결혼하는 것을 한민족이 메시아를 영접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또 한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 쑥과 마늘을 먹으며 재를 지키는 것을 한민족이 메시아를 영접하기까지는 오랜동안 고통과 수난을 받아야 함을 상징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은 춘향전과 심청전에서 주인공이 수 많은 고통을 겪은 후에 배우자와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 바로 한민족의 선택과정을 예언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통일교 이외에도 그리스도교계 신흥종교에서의 단군사상 수용은 단군을 「단」 지파 (창세기30,6) 의 후예라고 설명하는 전도관, 단군이 하느님을 섬기고 경천사상 (敬天思想)을 정치이념으로 삼은 것은 한민족이 「새시대의 사명국」으로 선택받은 증거라는 세 계일가공회, 단군상을 모시는 정도교 등 수 많은 교단에서 찾을 수 있다.
이밖에도 이들은 거의 모든 민간신앙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면 정감록 신앙을 통일교에서는 예수가 한국에 재림할 증표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으며 정도교에서는 정도령의 「정도」 (正道)를 「正道」 라고 해석하고 세계일가공회의 양도천 목사는 자기가 바로 정도령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풍수지리설을 원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전도관의 소래산, 일월 산기도원의 일월산 세계일가공회와 새일수도원 및 세계종교연합법황청의 계룡산, 산성기도원의 동래산성, 팔영산기도원의 천등산, 장막성전의 청계산,시온산제국의 매산 등은 풍수지리설과 관련하여 메시아의 강림지, 성지 (聖地) 또 는 말세심판의 피난처로 해석되고 있는것이다.
한편, 이들의 교리에서는 불교와 유교의 요소도 자주 엿보인다. 한맺힌 영(靈)이 영계를 떠 돌다 자기의 후손이나 상대기준에 맞는 지상인간에게 협조함으로써 영계에서의 자기 지위를 높힌다는 통일교, 불타성인적 무아생화(佛陀聖人的 無我生活)을 통해 인류문화의 윤리적 이상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삼광수도원, 무극성불(無極聖佛) 또는 생불(生佛) 을 신앙대상으로 삼는 정도교의 교리 등은 불교적 요소의 한단면인 것이다. 그리고 유교적 요소로는 충 ㆍ 효 ㆍ 열(충효열)을 인간윤리의 기본으로 삼는 통일교, 효적 생명(孝的 生命)을 로고스적 본성으로 보며 죄는 천부님께 대한 불효의 결과하고 하는 삼광수도원, 애 ㆍ 효 ㆍ 충 ㆍ 경(愛孝忠敬)을 4대 지조로 삼는 동방교의 교리 등에서 나타난다. 이밖에도 이들의 교리속에는 음양사상 ㆍ 역학(力學) ㆍ생수이론(生水理論) 가족주의 등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학과 전통예술까지 도습합되고 있음을 여러 자료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계 신흥종교들은 자신들이야 말로 복음과 한국문화를 일체화시켰으며, 따라서 복음의 토착화를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복음의 원형과 본질이 훼손된다면 그것은 복음의 토착화도 또한 복음의 육화(肉)도 아닌 것이다.
그리스도교계 신흥종교들이 기성교단으로부터 이단이라고 비판받는 것은 그들이 복음의 원형과 본질을 훼손시키면서까지 한국문화와의 습합을 시도한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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