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검은 대륙으로 떠났던 메리놀수녀회 김성옥(베르나뎃따) 수녀가 최근 휴가차 고국에 왔다가 8월 28일 출국에 앞서 본사에 아프리카 선교 체험기를 보내왔다. 이에 본지는 케냐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는 주민들과 함께 삶을 나누어온 김성옥 수녀가 3년간의 생생한 체험담을 정리한 아프리카선교체험기를 2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
서운한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시는 어머님을 뒷전에 놓고 1984년 2월 15일 나는 아프리카로 향했다. 태양의 나라 아프리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기분이었다.
인도에서 하룻밤을 지냐고 2월 16일날 밤베이 공항으로 향하고 있을때 나는 이상한 택시를 보았다. 검은차에 붉은천을 택시뒤에 달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섬찍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2시간 후 탑승을 했는데 내가 싫어하는 모기친구들이 귓전에 빙빙 돌고 있었다.
인도에서 케냐에 있는 투카나강을 지나 나이로비에 도착했을때 내가 탄 비행기는 상하좌우로 날기 시작했다.
옆에 달린 날개는 성이라도 났는지 큰 소리를 내고있었고 탑승한 꼬마들은 울기 시작했다. 산소까지 부족하여 숨쉬기도 어려웠다. 이제는 비행기 사고로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나는 하느님께 기도했다.
이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주님 뜻대로 하소서. 2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났는데 맨앞줄에 앉은 아저씨와 내 앞에서 두번째 앞자리에 낮은 아저씨 두명이 숨을 쉬지못하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도와주려 했는데 급상하로 날기때문에 일어날 수도 없었다. 6개나 되는 산소통을 뒤에 놓은 채 끝내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상태는 10분정도로 추측된다. 20분후 우리들은 나이로비 공항에 착륙했다. 팔다리가 떨리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세관을 통하고 밖에 나오니 우리 수녀님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수녀님들을 뵈니 눈물이 왈칵 쏟아져 시야를 가렸다. 살았다는 안도감에서일까?
이틀 밤을 나이로비에서 지내고 펄라 수녀님과 같이 나뉴키로 향했다. RㆍVㆍP버스는 케냐에서 제일 좋은 버스였다. 3시간30분 정도 북쪽으로 향하는 중에 5㎝되는 바퀴벌레가 나를 환영이라도 하는듯 운전석에서 부터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나는 이제는 머리속에서만 생각하던 태양의 나라 아프리카에 와있음을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나는 이 모든 어려운 조건에 적응해야하기 때문이다.
적응하려면 많은 노력과 용기 그리고 시간이 필요했다. 옆에 앉아계신 우리 수녀님이 걱정하는 내 얼굴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삶을 개척하는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뉴키는 사막이라고도 볼 수 있다. 메마른 땅위에 서있는 가시나무들이 여기저기 서있었다. 또 염소와 양 그리고 소들이 메마른 풀을 뜯고있는 모습을 보니 그 짐승들이 처량해보였다.
앞에 우뚝 서 있는 유명한 케냐산이 마음에 들었다. 꼭대기에 눈 덮인 산을 보니 웅장하고 희망을 안아다 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차때문에 1주일동안 힘이들었다. 2번째 맞는 월요일날 아침 집을 지키는 우리 아저씨가 성당 옆에 죽어있었다. 간밤에 강도가 들어와 아저씨를 살해했고 성당에 모셔놓은 성체함을 들고 달아났다. 그날 우리들은 일을 못했다. 집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스와힐리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시간있는대로 가정방문을 했다. 우선 만남이 즐거웠다. 검은 얼굴의 웃음은 해바리기처럼 밝았다. 이 지역은 주로 카쿠유 부족들이 모여사는 지역이며 98%가 키쿠 유족들이었다.
어느날 아침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신발도 신지않은 꼬마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먼지와 땀과 파리로 뒤범벅이된 꼬마들의 손을 보니 반갑기는 했지만 악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마음이 없는 악수를 하고나니 병이 옮는 기분이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악수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며칠 지나니 악수하는 것도 익숙해졌고 하는 일마다 재미가 있었다.
어느날 저녁, 저녁노을은 우리에게 꿈을 안겨다 주었다. 아프리카의 저녁 노을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스럽다.
석양의 빛에 따라 뛰노는 꼬마들,그리고 양과 염소 꽃사슴 너구리는 주님의 잔치에 참석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피곤하고 배고픔을 잊어버린채 평화스럽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뛰어다니는 그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처럼 보였다.
정말 아름답고 흐뭇한 저녁이었다. 또 하느님게 감사드렸다. 우리들은 콧노래를 부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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