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중「말씀의 전례」끝부분에「신자들의 기도」를 바치게 된다. 이 기도는 초기교회때부터 바쳐오다가 본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게 되자 6세기 이후에는 사라졌다.
그러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에 와서 그 의미가 다시 부각돼 되살아난, 그야말로 우여곡절을 가진 기도이다.
신자들의 기도가 폐지됐던 이유는 기도의 내용 자체가 교회 공동체와는 거리가 먼, 지나치게 사적이고 개인적인 감정표현에 흘렀기 때문이다.
이 기도가 제2차 바티깐공의회에서 부활된 것은 공의회이전 소홀히 취급됐던 말씀의 전례를 새롭게 인식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자들이 미사전례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공의회는「신자들의 기도」를 주일과 파공축일 미사 중 설교 다음에 복구시키도록 명시하고 기도의 내용은 거룩한 교회, 우리를 권위로써 다스리는 사람들, 여러가지 곤경에 처해있는 이들, 모든 인류 및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바치도록(전례헌장 53)하고 있다.
우리 한국교회에서는 일반적으로「신자들의 기도」를 ①교회전체가 필요한 일들 ②위정자와 세계구원 ③여러가지 곤경에 처해있는 이들 ④지역공동체의 소망 등의 순으로 대략 네사람이 하도록하고 미사해설책에 매주일 그 기도문을 삽입해 놓았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본당에서는 이 기도문대신 신자들이 직접 기도문을 지어 바치고 있는데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닌듯 싶다.
실례를 들면 어떤 사람은 혼자서 위의 네가지를 한꺼번에 다 해치운다. 그 내용이 지루할 뿐 아니라 뒷사람들이 기도할꺼리가 없어진다.
또 어떤 사람은 문장솜씨를 자랑이라도 하듯 각종 미사여구와 유명인들의 말이나 시등을 인용해가며 시간을 축낸다. 목소리나 자세 자체가 하느님을 크게 꾸짖는듯한 태도도 볼 수 있다.
또 기도의 대상으로 성모마리아나 성인성녀를 들먹이는 경우도 없지않다. 많은경우 자기본당에만 국한되는 내용을 기도하기도 한다.
교회전체 공동체의 지향을 대변해야할「신자들의 기도」가 이처럼 잘못되고있다면 오히려 미사해설책에서 제시하는 내용대로만 하는 편이 더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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