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이면서 군인출신이었던 이냐시오는「보다 큰주님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모토아래 예수회를 창설한 것이 16세기의 일이다. 지난 4세기 동안 영광과 패배의 수난을 거치면서 예수회는 교회사와 사상사의 흐름 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특히 프로테스탄트의 소위<종교개혁>운동에 톡발되어 대항해서 이룩된 가톨릭의 <자기개혁>(반종교개혁)운동 속에서 근대화의 기수로서 자처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제주이티즘>이란 표현은 많은 오해와 이상한 상상과 선이비견을 동반하고 있다. 예수회주의라는 본뜻 외에 비방어로 <음험><괴변술><해이한 도덕><심중유보>등의 뜻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이 비방적 의미는 <개연론>과<양심판례학>등의 오해에서 비롯됐지만, 또한 예수회에 가해진<목적은 수단을 신성화한다. >는 공식을 주장 실천한다는 악의적 중상에서 유래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17세기 불란서에서 있었던 「프로팽시알 논쟁」은 파스칼과 예수회원 사이의 커다란 스캔들을 불러모았다. 결국 쟝세니즘을 둘러싼 갈리칸니즘과 교황권 지상주의의 갈등으로 비약되고 말았다. 예수회는 1773년 교황 끌레멘스 14세에 의해 창설된지 2백 30년만에 해산되고 만다. 그리고 40년 동안 죽음의 체험을 거친 다음, 1814년 삐오 7세 교황에 의해 전면 부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수회의 역사는 주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 박해와 추방과 고난의 역사로 점철된 과거와 오늘을 계승하고 있다. 「예수회의 심리」는 리페르트가 쓴 명저 중의 하나다. 4세기 동안 예수회의 실체를 간결하게 뼈대를 꼬집어서 심층으로부터 분석비판적 저서다. 이책은 예수회라는 가톨릭 수도단체를 그의 생성과 작용과 양상을 하나의 현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예수회의 자의식에서 자기동일성과 이상을 심리학적 측면에서 기술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영광과 불명예스러웠던 과거의 역사를 심층에서 조명하고 해명의 근거를 모색한다. 반세기 전에 독일에서 툴간된 이 저서가 우리말로 번역되기전까지에는 특별한 의의가 있다. 즉 역자 자신이 몸담아 걸어온 예수회원으로서의 생애와 함께 한국예수의 독립관구로서의 승격에 즈음해서 이 저서를 대본으로 삼아 수도회의 창립정신을 재조명하자는 숨은 의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회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여러 상이한 수도단체들의 역사와 비교하는 것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예수회의 중심사상은 신의 나라의 건설자, 세계의 정복자, 성부의 뜻을 따라 일하고 싸우며, 또한 고통을 받는 戰士로서의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청빈ㆍ청결ㆍ순명이라는 3허원은 모든 가톨릭 수도회의 공통적 저변이다. 그러나 예수회의 장엄 허원수사는 제 4의 허원을 발한다. 즉 교황에 대한 순명허원이다. 이는 교황이 종교적 사항과 목적을 위하여 위일 또는파견을 명령할 때의 순명을 말한다. 예수회는 로욜라적도 아니며 아냐시오적도 아니다. 그것은 초민족적 인간성과 바오로적 그리스도교 정신의 초연한 융합이라고 저자는 결론한다. 따라서 예수회는 그 본질에 있어서 교육수도회 아니며, 신앙이반에 대한 반동적 투쟁의 수도회도 아니라는 것이다. 부록에서 역자는 제 28대 총장을 역임한 베드로 아루뻬 신부의 예수회원에 관한 담화문을 발췌소개하고 있다. 바티깐 공의회를 전후해서 예수회의 실체에 대한 심각한 의의를 제기하고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자기반성의 생동한 음성을 담고 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예수회에 대해서 현대 무신론에 대처해야 한다는 특별한 임무를 부과했다. 아울러 예수회의 현대적 사명,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대의식과 사회정의 실현을 가장 큰 과제로 부각시켰다. 1985년 한국예수회는 마침내 미국관구에서 독립관구로 승격했다. 제 29대 총회장 콜벤바하 신부가 내한하여 직접 한국 예수회의 승격을 선포한 사실은 한국교회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계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이러한 변천을 체험하고 있는 예수회를 이해한다는 데 적절한 안내서의 구실을 할 것이다.
변규룡(서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