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의 신축 공사가 끝나고 나에게 한대의 자가용이 주어졌다. 물론 동력이 아니라 인력 (人力)이었고 네 바퀴가 아니라 두 바퀴짜리 자전거였지만 자전거를 갖게된 기쁨은 컸다. 터덜거리며 신자가정을 찾을 수 밖에 없던 나에게 기동력을 준 것이었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신자가 정을 향하여 달릴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전거의 패달을 밟으며 신창동의 냉담자 가정을 열번도 더 찾아갔고 열번 찍은 나무가 되어 전가족이 회개하여 성사를 받고 딸들이 세례를 받게됐으며 30년 냉담자 유리안나씨의 냉담에 종지부를 찍게하고, 한 평생 형님의 손에 길러져 월남을 다녀와 착하고 순박한 여인과 결혼하여 재롱동이 딸들이 아빠를 위하여 짝작꿍을 말하게 되었을 때 위암 판정을 받고 발버둥치다가 운명에 승복하며 손을 잡고 죽어가는 야고보씨의 대부가되어 주기도 했다.
또 외국에 유학 간후 소식이 끊긴 아들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에 방황하다가 세례를 받고서는 하느님께 선물로 가져갈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죽는 날까지 성당 마당을 쓸겠다고 고집하면서 80이 다되도록 빗자루를 놓지않던 요셉 할아버지의 죽음을 지키기 위하며 눈길을 달리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고통스러워 하던 일, 단칸방 여름날 시신이 모셔진 방에다가 취사를 위하여 불을 지펴 24시간도 경과하기 전에 시커멓게 물집이 잡히고 썩어가는 시신을 염하는 자리에서 기도하며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또 고3 졸업을 앞두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튀김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성인 대접을해 주던일, 중고생들을 데리고 여름 연수교육을 나갔다가 장마비를 피하여 대형 닭장에서 3일을 지새우며 학생들의 흥을 돋구기 위하여 자진해서 고고춤을 추기도했다.
제대 한달 남기고 자동차 사고로 죽은 아들을 국군묘지에 장사 지내고 돌아온 마리아씨에게『내가 아들이되어 주겠다』고 자청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슬픔과 고통을 참지못하는 그에게『마리아씨 신앙인이 이런 큰 슬픔과 고통을 당하여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는지를 우리에게 좀보여주시오』라고 무리한 주문을 하여 눈물과 함께 슬픔을 자유롭게 쏟아버리지 못하게 한 것은 못내 후회가 된다.
이렇게 뛰는 한편 교리반 성서교육반은 물론이려니와 성당마당의 화초에서 부터 화장실 청소까지 나의 책임이었기에 시간을 쪼개고 또 나누어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러나 신통한 것은 그토록 정신없이 뛰는 동안에도 나의 연약한 육체는 오히려 더욱 건강해져 가고 있었다. 즉 마음의 평화가 있는 곳에 육신의 평화도 가능한 법칙과 함께 하느님께서 내게 맡기신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건강을 지켜주신다고 믿기도 했다.
창동교회의 5년의 역사속에서 빼어놓을수 없는 것은 정말 우연이라면 우연이고 하느님의 섭리라면 섭리라고 말할 수 있는 인연으로 인하여 나도 한가정을 꾸밀수있었고 너무나 나를 닮은 두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둔 가장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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