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헌장은 성체성사에 관한 교리를 이렇게 집약하여 표현한다。『우리 구세주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 최후의 만찬 중에 당신의 살과 피로써 감사의 제사를 제정하셨으니, 이는 당신이 재림하시는 날까지 십자가의 제사를 세계에 영속화하고 또한 사랑하시는 당신의 정배인 성교회에 당신의 죽으심과 부활의 기념제를 위탁하시기 위함이였다。이 제사는 자비의 성사요, 일치의 표징이요, 사랑의 맺음이며, 또한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게 하여 마음을 은총으로 충만케 하고 우리에게 장래 영광의 보증을 주는 빠스카 (죽음에서 영광된 새 생명으로 건너가게 하는) 잔치이다。』(전례헌장 47함)
헌장은 세가지 사실과 두가지 의미를 천명하고 있다。주께서 최후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고, 성체는 십자가의 제사를 재현하는 것이고, 구속사업을 기념하는 이 성사를 교회에 맡기셨다는사실들과 성찬식이 제사요 잔치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둘째 사실부터 설명하자。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상을 따라 창조하신 인간이 자유를 납용하여 범죄함으로써 스스로의 힘으로는 영원한 구원에 이르지 못하게 되었으나, 하느님은 창조보다 더 큰 사랑으로 성자를 구세주로 보내시어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게 하셨고, 인간이 되신 그리스도는 인간들을 대표하여 당신 자신을 십자가에서 속죄의 제물로 바치시어 인간들이 범죄로 인한 하느님의 처벌에서 해방되도록 하셨다。
그리스도의 속죄의 제사는 역사의 시점에서 일회한으로 바쳐졌지만 만인이 그 구속의 은총을 받아야 한다。그런데 모든 제사는 제물을 나누어 먹는 음복의 절차가 있어서 이 음복으로 인간과 초월자가 상통하는 것이다。
십자가의 제사에서는 제관도 예수 자신이요, 제물도 예수 자신이므로 이 구원의 제사에 참여하는 우리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예수를 받아먹어야 제사가 완전한 것이 될 것이다。그래서 주님은 성체성사라는 특별한 방법으로 당신을 우리에게 제사 음식으로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미 요한 6장이 전하는 대로 당신이 생명의 빵이며 이빵을 먹는자에게 영생을 약속하셨다。
성체성사의 설정을 묘사하는 기록이 신약에 네번 보인다。마르꼬 (14, 22~25)와 그 영향을 받은 마태오(26~29)는 팔레스타인 지방교회의 성찬식 전승을 기록하고, 루까(22, 19~20)와 바울로는 (I고린11, 23~25)안티오키아 등 희랍어 사용 지방 교회들의 전승을 기록하고 있어서 표현상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인 내용은 네가지 증언이 일치한다。
주님은 유대인의 과월절 전날 만찬석에서 빵과 포도주를 축복하여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이것은 내 몸이요 내 피이니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 예를 행하라고 당부하셨다。「이석은 내몸이다」「이것은 내 피이다」하신 말씀으로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제자들이 먹고 마시도록 하셨다。
빵과 포도주의 성체로의 변화는 물리적 또는 화학적 변화가 아니고, 인간의 논리로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변화이다。그래서 성체성사는 기적이 아니고 신비이다。우리는 신앙으로써 주님의 말씀을 승복할 따름이다。축성된 빵과 포도주의 형태 안에 그리스도께서 신비롭게 현존하신다는 사실을 믿을 뿐이다。
주님은 성체로써 십자가의 제물인 당신의 몸을 우리에게 주셨고 포도주로 보이는 당신의 피로써 하느님과 인간사이에 영구하고 결정적인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다。
새로운 계약이란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이 되고, 하느님은 우리의 하느님이 되신다는 내용이다。
예수는 당신의 수난과 부활로서 이룩하신, 죄악에서의 해방과 은총의 성취로서 완성된 구원의 대역사를 그의 제자들이 영구히 기념하고 그 결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성체성사 거행을 계속하라고 당부하셨다。이러한 기념제의 반복은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오묘한 구언경륜을 찬양하고 그 구원은총에 감사하고, 그 구원의 복음을 널리 선포하기 위함이다。(I고린11, 26)
우리는 성체를 영함으로써 각자 안에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과 부활의 구세사건을 재현하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에 결합되어 그리스도와 함께 구속의 제물로 성부께 봉헌된다。그리고 함께 영성체하는 다른 형제들과도 그리스도 안에 일치하여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를 형성한다。
또 성체성사는 우리가 미구에 천국에서 하느님과 완전히 일치하는 행복과 영광을 미리 맛보게 하는 잔치요, 그 영광스러운 천상 잔치를 보증해 주는 빠스카 잔치이다。성체성사는 정점이며 모든 힘이 흘러 나오는 원천이다』(전례헌장 10함)
그러므로 우리는 성찬식에 나아갈 때에, 제사에 임하는 경건하고 엄숙한 태도와 잔치에 임하는 명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야 한다。미사참례는 그리스도인의 최선의 기도요, 최대의 은총이요, 최고의 영광이며, 지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하느님과의 일치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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