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교구에 또 한분의「보좌주교」가 새로 탄생됨으로써 보좌주교란 용어가 그다지 생소하지는 않게 되었다. 서울대교구는 이제 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의 두분의 보좌주교를 모시게 됨으로써 2백년 한국교회사상 한 교구에 두분의 보좌주교를 모시게 된 것은 처음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보좌주교수를 더 늘릴수도 있다. 외국의 큰 교구의 경우 여러명의 보좌주교를 두고 있는 곳이 흔하기 때문이다.
보좌주교(補佐主敎)는 말 뜻 그대로 교구장의 직무를 보좌하는 주교를 말한다. 즉 교구의 관할영역이 방대해 교구장주교 한사람으로서는 효율적인 사목활동을 전개할 수 없을 때 해당교구장의 요청에 따라 교황이 보좌주교를 임명하게 된다. 이렇게 임명되는 보좌주교는 자신이 직접 재치권(裁治權)을 행사할 수 있는 교구가 없는 명의주교(名義主敎)이다. 이런 경우 보좌주교는 주교의 품급으로는 동일하지만 직무와 권한은 교황청이나 해당 교구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에 국한된다.
우리 교회가 명의 주교를 두게된 역사는 325년의 니제아 공의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공의회에서는 그당시 이단으로 처벌받았다가 회개한 노바시아노파(派) 주교들에게 재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교구는 없이 주교의 칭호와 영예를 존속시켜준데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후 7~8세기에 회교도에 의해 동방ㆍ아프리카ㆍ스페인 등 지서 추방된 주교들과 13세기에 이 교도에 의해 추방된 주교들 그리고 터어키가 성지를 점령한 후 쫓겨난 주교들은 서방교회로 넘어와 보좌주교들이 되었다. 보좌주교들에게는 과거 교구장들이 재치권을 행사했던 실지교구명(失地敎區名)이 주어지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김옥균 보좌주교는 지르바(Girba)의, 강우일 보좌주교는 발레치오(Balecio)의 명의주교이다.
오늘날 보좌주교는 교구징승계권이 부여된 경우와 승계권이 없는 경우로 대별된다. 전자와 후자는 명칭과 권한이 분명히 구별돼있으나(Coajutor, auxiliaris) 우리말로는 아직 뚜렷이 구별이 안돼있어 다소의 혼란을 빚는 것도 사실이다. 현 대전교구장 경갑룡 주교는 과거 서울 대교구의 보좌주교로 명의주교에서 교구장주교가 됐으며 대구 대교구의 이문희 대주교는 보좌주교에서 85년 1월 5일 대구 대교구장의 승계권을 부여받으면서「승계권을 갖는 대주교」(Coajutor Archibishop)로 그 명칭과 권한이 바뀌었다.
<風>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