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선교지역의 풍속과 문화를 존중하고 학술선교방식을 채택했던 예수회회원들이 활동을 중심으로 한 서양자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의 「16세기 동양선교」를 수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서양자 수녀는 지난해 8월 17일자부터 본보에 연재된 「경교의 동방전래와 그 영향」을 집필한 바 있다.
◆동양의 사도 프란치스꼬 사베리오
프란치스꼬 사베리오는 1506년 스페인 나바라주 팜프로 나부근에서 부친 요한과 모친 마리아 사이에 3남 3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나바라는 프랑스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사베리오는 18세에 중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빠리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던중 마침 그곳에 유학온 이냐시오 로욜라와 한방에 기거하게 되었다.
로욜라가 사베리오에게 수도회를 함께 창설하자고 권유하여 1534년 8월 15일 빠리 치명자 산상에서 그외 5명과 3대 서원을 발하고 예수회를 창설하게 되었다. 사베리오는 로욜라의 충실한 제자요 예수회 창설 멤버이며 주석(柱石)이었다. 1622년 3월 12일 로욜라와 사베리오는 교황 그레고리오 15세에 의하여 성인으로 승품되었다.
사베리오는 바오로 사도의 선교방식을 따른 예수회 회원이었으며 선교지역의 풍속과 문화를 존중하고 학술선교 방식을 채택하였다.
포르투갈의 왕 요한 3세로부터 동양식민지지역에 선교를 담당해 달라는 요청에 의해 프란치스꼬 사베리오와 동료예수회 회원들은 1542년 5월 6일 인도의 수도 「고아」에 도착하였다.
포르투갈은 1510년 인도「고아」를 식민지로 점령하고 교황청에 요청하여 프란치스꼬회와 아오스딩회가「고아」에 파견되어 선교하였다. 1533년 교황 끌레멘스 7세는「고아」교구를 설립하고 동아지역의 교무를 통관하게 하였다.
사베리오는 가두에서 작은 종을 치면서 군중을 모으고 강론하기도 하고 어촌을 다니며 선교하여 많은 사람들을 입교시켰으나 사제가 적어 그들을 잘 인도하지 못하여 신앙을 잃게 되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사베리오는 트란반코브 지방에서 약 1만여명을 영세입교시키고 튜티코린을 선교의 중심지로 삼았다. 1545년 9월 말래카에서 선교하다가 1546년 1월 뉴기니아섬의 서쪽에 위치한 몰르카스 제도를 방문한후 1547년 6월 말래카에 귀환하였다.
사베리오는 말래카에서 중국 상인들을 통해 중국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베리오는 말래카에서 일본인 야지로(彌次郞)를 만나게 되었다. 야지로는 교육은 받지 못했으나 가정형편은 빈곤하지 않았으며 처자가 있었다. 야지로의 마을 사람들은 대다수가 중국해안에서 해적을하여 생계를 유지하였다 한다. 야지로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어 어느날 포르투갈 배에 승선하여 말래카에 왔다.
◆일본으로 선교를 떠남
사베리오는 야지로를 고아로 데려와 고아신학교에서 1년간 수업하게 한후 바오로라는 교명으로 세례를 주었다.
사베리오가 일본 선교계획을 세우자 주위에서 인도의 넓은 땅에서 선교해도 되는데 하필 항해가 위험하고 해적이 많은 호구(虎口)를 찾아갈게 무엇이냐고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베리오가 일본에 가기위해 말래카에서 중국배 한척을 구입했는데, 그배의 주인은 공교롭게도 해적이었다 한다. 배의 무게는 약 3백~4백톤 정도이고 돛이 3개 달렸는데 돛이 멍석이 되어 무겁고 거추장스러웠으며 배의 상좌에는 중국인들의 민간신앙인 마조신(媽祖神) 이 모셔있었다. 사베리오는 이와 같이 낡고 설비가 좋지않은 배로 위험한 항해를 감행했던 것이다. 사베리오 신부·토레스 신부·패르난데스 수사·야지로 그외에 4명이 중국배에 승선하여 규슈(九州)의 남부 가고시마(鹿兒島) 에 도착하였다.
규슈지방은 사베리오가 들어오기전에 포르투갈 상인들이 드나들 었으므로 그들을 통해 어느정도 천주교에 대하여 들었다고는 하나 선교사가 들어온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영주는 뜻밖에도 선교사 일행을 따뜻이 맞이하고 신하들에게 천주교 신자가 되어도 좋다고 할 정도였다.
사베리오는 1년간 열심히 일본어를 배웠다. 그는 야지로의 형 간지로(勘四郞) 의 도움으로 천주교의 주요 교리를 일본어로 번역하였다. 1549년에 가고시마의 신자가 1백50여명이나 되었으며 그 부근지역에는 이미 4백50여명이 영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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