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金南祚)는 사랑 초서(草書)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습니다.
시작의 시작
끝의 끝이신 이름
萬民의 主님 이름
사랑하는 이의
바로 위의 이름
이라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수적 표현으로서 일은 외로움입니다. 사랑은 외로운 것인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사랑도 외로움에서 시작되었고 부처님의 사랑도 외로움에서 시작되었고 소크라테스의 사랑도 외로움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 속에서 외로움을 이기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우리 인간의 천부적인 외로움 즉 아무런 예고도 없이 또 누구의 동반자도 없이 외로이 왔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또 누구의 동반자도 없이 끝도 없는 죽음으로 라는 것은 얼마나 엄숙한 외로움이겠습니까?
그 외로움을 알지 못하고 그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며 그 외로움을 겪지 않는 자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외로움은 사랑의 원인이며 외로움을 이기는 자 사랑의 실천자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하나밖에 없는 외로움은 아닌 것입니다. 외로움을 이기기 위하여 남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사랑하게 되는 것이며 서로가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곳에 사랑이 나타납니다. 사랑이 자꾸만 보다 높은 자기를 형성해 주는 이치는 사랑을 혼자 할 수 없는 이치이며 남을 전제하는 때문인 것입니다. 사람은 궁극적으로 남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열매는 내가 맛보는 것입니다
사랑이 하나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면에서 여러 가지 모양의 사랑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 사랑은 하나에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면 안 됩니다. 사랑이 하나라고 하는 점은 결국 모두가 하나에로 돌아가는 하나에로 통합되는 그런 높은 의미의 하나인 것입니다. 마치 수많은 해바라기가 저마다 고개를 돌려도 그것은 결국 하나, 태양을 향하는 이치와 같은 것입니다. 넓고 좁고 깊고 얕으며 길고 짧은 수많은 강물이 결국 하나 바다에로 향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태양도 바다도 우리를 싫어할 리가 없지만 다만 우리가 태양도 바다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뜻이 우리말에서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한(韓)의 한국인데 그 한이란 하나이며 동시에 그것은 가장 큰(大) 것을 뜻한다는 사실입니다. 순수한 의미로 크다는 말은「한」으로 표현된 것이 사실입니다. 한낮은 대낮이요 한밭은 큰 밭(大田)이요 한 개는 큰 산(大嶺)입니다. 하나는 한이요 한은 큰 것입니다.
사랑은 하나요 하나는 큰 것이니 사랑은 큰 것입니다. 이 세상에 사랑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 사랑으로 죽고 사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목숨을 던지며 여자가 남자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며 스승이 제자를 구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충신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모두 큰 사랑의 실천입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가 어찌 자식을 위해 목숨을 던지며 남편을 위해 사랑하지 않는 아내가 어찌 남편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수 있으며 제자를 사랑하지 않는 스승이 어찌 제자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수 있겠으며 나라를 사랑하는 열렬한 애국심 없이 어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내 목숨보다 더 귀중한 것이 없지만 그 목숨도 사랑의 값에는 미흡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랑보다 더 큰 것이 없다는 우리말은 정말 의미 있는 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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