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물구나무를 서듯 천정을 향해 두 다리를 높이 쳐들었을 때 온 몸의 피가 머리 쪽으로 몰려왔다.
순간 그의 머리 속을 번개 같이 때리고 지나가는 생각!
『앗 이거다. 이건지도 모른다. 물구나무 서면 온 몸의 피가 머리 쪽으로 내려온다. 고였던 피는 얼굴을 상기시키고 다시 일어나면 피는 다시 서서히 밑으로 내려가지만 머리는 맑아지고 온 몸에 생활기가 생기지 않는가? 그렇다 물구나무! 물구나무 사람이 물구나무 서듯 나무도 물구나무를- 물구나무를…』
그는 아픈 몸을 상관 않고 실험실로 뛰어갔다.
얼마 후 학계에서는 비난의 소리가 빗발치듯 들려왔다.
『뭐라구 어린 뿌리에다 거꾸로 접목을?』
『예 뿌리에 접 붙이는 것도 당치 않은데 그것도 거꾸로 붙인다고 합니다』
『접목에서 상하는 혼동하면 죽는다는 건 기초 원리가 아닌가?』
『누가 아닙니까? 제대로 붙여서도 거부반응 때문에 죽기 일순데 거꾸로 붙이다뇨』
『마침내 박교수는 돌았군』
『네 돌았어요』
그러나 박교수씨는 신념에 차 있었었다. 그의 신념은 날로 확고해져 갔다.
『상하를 뒤바꾸면 죽는다는 것은 정설이다. 그러나 과학에 영원한 정설은 없다. 낡은 정설에 매여 창조적 정열을 쏟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디 과학도인가? 도전! 정설에 대한 도전! 그것만이 새 정설을 찾아내는 원동력이 아니냔 말야! 거꾸로 접 붙였다고 나보고 돌았다고? 그러나 자연비를 풀어보겠다는 정열이 없으면 자연은 신비를 내보이지 않는다.
박교수씨는 연구원들에게 일일이 그의 접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자 말씀 들어봐. 상하를 거꾸로 뒤바꾸면 죽는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상하를 뒤바꾸면 죽기는 커녕 영구성을 지닌다. 굳은 조직은 상하를 뒤바꾸면 물론 죽지만 굳어지지 않은 조직은 필요에 따라 조건이 변화한다. 그리고 적응한다. 그러기에 거꾸로 접 붙였다 해서 어린 조직에 관한 한 죽는다는 말은 모순야. 잘못된 정설이야! 하느님은 나에게 그것을 보여 주셨어! 자 이걸 이걸 보라구』얼마 후 온실에 몰려든 연구원들은 놀랐다.
『아니? 뿌리를 내렸군요. 거꾸로 접 붙인 것이 뿌리를 내렸군요』
『내려도 무성하게 내렸어요. 아주 무성하게』
아내까지 감격하며 눈물을 흘렸다. 성공! 드디어 성공을 한 것이다.
이 소식이 외국에 전해지자 곧 격려의 편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박교수씨, 귀하의 논문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본인이 일찌기 깊은 관심을 갖고 개발해온 종자 접목에 대하여 귀하는 여러 번 실험을 거쳐 개량을 했고 또한 이번에 획기적인 어린 뿌리 거꾸로 접 붙이기에 성공을 걷우셨다니 놀랍고 반갑습니다. 여기 육종학회에서는 귀하의 새로 개발한 이 접목법에 대하여 야단법석이며 종래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정설을 만들어 낸 귀하의 창조적 노력에 찬사와 아울러 크나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부디 앞으로 좀 더 확실한 새 묘목을 얻어내기 위해 계속 실험을 하시고 그 데이타를 수시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북미 커네티컷 농업시험장 닥터 게일리』
평소 연락이 잦던 닥터 게일리에게서 격려를 받은 박교수씨는 실지로 묘목을 기르기 시작했다.
때마침 예비역 장성이 오만 본의 육묘를 부탁해 왔다. 무척 고무적이었다.
2월! 그 추위 속에서 비닐 하우스를 세우고 접 붙이는 이들에게 기술교육을 실시했다.
『지금 당신은 생명을 다루고 있어요. 그저 단순히 밤의 어린 뿌리를 잘라서 접수를 붙여 비끌어 맨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정형외과 의사가 손가락이나 팔의 봉합수술을 한다는 기분으로 아니 잘라진 동체와 동체를 봉합한다는 기분으로 정성껏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이것은 하나의 결혼이지요. 열매를 맺기 시작한 지 오래인 늙은 나무 가지와 어린 뿌리와의 만남! 곧 노인과 새색시와의 결혼이란 말예요!
사람도 젊은 색시를 만나면 회춘한다지 않소. 나무도 마찬가지예요. 어린 색시를 만나면 회춘을 해서 더 빨리 더 크게 더 많이 열매를 맺어요.
더구나 이렇게 거꾸로 접 붙이면 무슨 효과를 나타내는지 아시오? 사람이 물구나무 서면 피가 머리에 모이듯 위에서 동화된 물질이 내려오다 뿌리에 한동안 모여 있다가 비로소 내려가오! 그러는 사이에 식물 홀몬과 아니면 탄수화물 기타 영양분이 원줄기에 저축되는 기간이 길어서 호르몬 작용으로 꽃을 빨리 피게 하고 더 빨리 열매를 맺게 하고 많이 탐스럽게 맺게 한다 말이오. 거듭 말하지만 지금 당신은 생명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박교수씨는 접목묘를 옮기고는 일주일에 이틀씩 꼬박 기술 지도를 했다. 먼 길을 택시를 타고 다니며….
마침내 4월이 왔다.
오만 본 접목묘를 심어 놓은 비닐 하우스에 조심스럽게 밭을 들여놓는 순간 그는 너무도 감격하여 아내를 큰 소리로 불렀다.
『여보! 여보!』
『왜 그러세요』
『빨리 빨리 와 보구려』
아내는 급히 뛰어왔다. 비닐 하우스 안으로 달려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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