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을 향한 열병이 고3에서 고1로 확대되어가고 자녀들의 진로, 진학에 관한 부모의 관심은 자녀와의 대화내용 전부를 공부, 공부로 거의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고3인 H는 어느날 갑자기 한쪽 눈말 사물이 겹쳐 보이고 가물가물해해지는 증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험은 얼마 안남었다. 시험은 얼마 안남았는데… 안과에 가서 정밀검사를 몇차례 했으나 심리적인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받았다.
『열심히 공부하는데 시험에 실패를 한다면 얼마나 형편없는 아이로 보일 까요. 막내라서 모두들 귀여워해주시고 친구들중에서도 리더였거든요. 선생님들도 기대하고 계시구요, 그런데 중간고사때부터 이렇게 되었으니 어떻게 해요. 엄마가 공부 욕심 너무 내지 말라고 그러셔서 기말고사때는 대충봤어요. 그랬더니 좀 나은듯도 해요』시험에 낙제한다면 털썩 주저앉아 아무것도 못할 것같다는 상상을 하기만 하면 앞이 캄캄해진 H의 증상은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부모와 나누어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자신에 대한 완전주의적 요구 때문에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H는 언제나 원하는 것이 주어지지 않으면 울어버렸고 「이것」하고 손으로 짚기만 해도 모든것이 손에 쥐어졌던 어린시절처럼 응석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자기비하-『나 혼자만 사람들축에 못끼고 외톨이라고 느낀다고 할까요. 친구관계 또한 표면적으로는 잘 유지하고 있지만 자존심 상할때가 한두번이 아녜요. 일방적으로 베풀어 주어야만 하는 것같아서 나혼자 지낼까도 해보지만 그러면 아마 못견딜거예요. 차라리 내가 참자 하면서 잘해주거든요.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비참해요. 친구들은 모를거예요.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게 없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내면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남들이 행동해주어야 한다고, 비합리적으로 요구하고 명령하면서 스스로 분노의 감정을 야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H는 인정하지 않으려했다.
친구에게 거절당한다면 「나는 무능력자다」라는 상상속에 꼼짝없이 갇혀 있을 때, 입학시험에 실패하면 「쓸모없는 사람이다」라는 절망을 할때, 공포와 걱정과 불안을 눈사람처럼 키워놓고 어떻게 빠져나올수 있을것인가.
우리는 속상할 때 가슴에 화가 쌓일때 끈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자리에 눕는 모습을 요즈음도 드라마속에서 가끔본다.
나날의 긴장속에서 기진맥진이 된 H도 이마에 띠를 두른듯 두통이 오더니 눈으로 증상이 나타나게 됨으로써 자기를 합리화할 수 있는 도피처를 찾은 것이다. 상담은 긴장·압박·불안·공포의 원인인 완전주의로부터 벗어나 잇는 그대로의 자기모습을 인정하면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능력을 키워나가도록 진행이 되었다. 단단한 둑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폭풍우를 의연하게 견디어내면서 친구의 생활 또한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된 H가, 일류대에 합격하고 싶다는 것보다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발견하기까지는 사랑·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들의 배려가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었다.
가정은 모든 인간관계의 구심점이 되는 곳이다. 일시적으로 무기력해질 수도 있는 수험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쉽게 극복하면서 정서적 안정과 튼튼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가족 모두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들의 고통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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