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인류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 공동체이다. 가정은 먼저 남편과 아내의 사랑의 공동체요,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간의 신뢰와 사랑의 공동체이다. 사랑이 없으면 가정은 공동체가 아니고 작은 인간집단에 불과하다.
그리스도교인의 가정은 자연법에 의하여 혼인 당사자들이 서로가 자기 전체를 상대방에 바침으로써 한 몸을 이루고, 생리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서로 보완하여 함께 성숙된 인격으로 발전하는 것 외에, 혼인성사의 은총으로 서로 영성 적 일치에 부르심을 받고, 그리스도와 그의 정배인 교회와의 일치를 표상한다. 그리스도교적 특성에 의하여 신자가정은 당연히 일부일처제일 수 밖에 없고, 영원한 구원을 향한 반려자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셨으니 불가해소한 것이다(마꼬르10, 1~12).
가정공동체의 둘째 요소는 부모와 자녀와의 인연이다. 이 인연은 혈연에 의한 불가분의 관계이며, 자녀로 인하여 부모는 성숙하고, 자녀는 생명과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부모에게서 받아서 한 인간으로 성숙하는 것이다.
가정이 참다운 공동체로서 유지 발전하려면 단순히 한 집에 기거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못하고, 가족 구성원 각자의 위치와 역할을 서로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교리에 의하면, 모든 인간의 남녀라는 성별에 관계없이 타인에게 양보하거나 흡수될 수 없는 인격의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남편의 인격이나 아내의 인격은 하느님과 사람 앞에 동등한 것이고, 부부 서로가 상대방을 사랑할뿐 아니라 존경해야한다. 남편을 가장(家長)이라 부르는 이유는 사회통념상 남편이 가정을 대표하고 대외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뜻이지, 가정에서 독재적으로 군림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통하여 여성들이 제대로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근세에 와서 극단적인 여권신장론과 여성해방운동이 일어났지만,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을 무시하고 남자와 같이 취급하자는 것은 오히려 여성을 그전보다 반대방향에서 속박하는 것이다.
참된 여권신장은 여성의 인격의 존엄성을 창조된 그대로 인정하고, 그 능력을 개발하여 능력에 따라 활동무대를 개방하고, 성적(性的)이유로 습관된 차별대우를 불식하고, 여성을 여성으로서 또 모성(母性)으로서 완성시켜 주는 것이다.
다른 한편, 남편들의 사회활동이 바빠지면서 가정에 대한 남편과 아버지의 책임을 소홀히하는 경향이 있다. 독재적이고 억압적인 남편과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 많은 비극이 있었지만, 근래에는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남편과 아버지 때문에 발생하는 가정의 심리적 윤리적 불균형과 청소년들의 탈선과 아내들의 좌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건전한 가정을 인체에 비유하면, 남편은 머리요 아내는 심장이다. 머리와 심장의 역할이 제대로 완수될 때에 가정은 본래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머리와 심장의 비유는 교회에서의 그리스도의 역할과 성렬의 역할을 설명하는 비유와 같다. 그리스도께서 구원의 은총으로 사람들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모으시고 인도하심으로 교회의 머리가 되시고, 성령께서는 교회안에 계시면서 교회가 성장하고 활동하도록 힘을 주시기 때문에 교회의 혼 또는 심장이라한다.
교회가 그리스도와 성령에 의하여 일치된 공동체라면, 신자가정도 그리스도를 표현하는 남편과 성령을 표현하는 아내와의 사랑의 일치로 성립된만큼 작은교회 또는 가정교회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구원을위한 교회사명의 일각을 신자가정도 담당하고 있다. 가정은 가족들에게 인간의 길과 구원의 길을 가르침으로써 예언직을 수행하고 가족을 성사와 기도로써 성화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고, 그들을 현세의 행복과 영원한 구원에로 인도함으로써 왕직을 수행한다.
가정은 생명의 전달자로서 하느님의 창조사업의 협력자이다. 근래에 인구과잉의 위험을 과장하여 반자연적 피임이나 낙태를 합법화하려는 경향이있다. 교회도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무조건 많이 낳으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교회는 인간에 관한 모든 문제의 인격적 윤리적 성격을 도외시하고 순전히 생리적 경제적 사회적 물질적으로만 인간문제를 취급하는 경향을 반대하는 것이다.
인간의 성문제를 순전히 생리적 심리적 관점에서만 고려하여 성적쾌락의 추구는 무제한으로 인정하고 그책임을 회피하는 사조와,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필요한 절제와 극기와 희생의 관념을 거부하고 윤리적 훈련과 노력도 없이 생물적 경제적 발전만을 추구하는 비인간적 사상과 제도를 비판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자연법에 준하는 피임방법을 허용하고있다.
가정은 인간교육의 기초학교이다. 모든 인간은 가정에서 출산되고 가정에서 사람으로 사는 방법을 배워서 사회에 진출한다. 그래서 인간교육의 일차적 임무는 가정에 귀속된다. 그런데 많은 가정에서 자녀에게 지식이나 기술은 배우게하면서도 참다운 인간성의 계발이나 도덕적 성숙에 긴요한 훈련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
지식이나 기술은 학교에 맡길지라도 인성교육은 가정에서의 훈육없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가정은 인간존중, 생명존중 타인의 권리존중, 사랑과 희생과 협력과 봉사의 의미를 가르치고 배우는 기초 교실이 되어야 한다.
신자가정은 하느님과 열성과 은총의 실재를 체험하고 터득하는 교실이다.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하느님과 대화하고 영원한 가치에 대하여 눈뜨기 시작한다. 어린이는 이해하기 이전의 실천을 통하여 인간의 길과 신앙의 길을 터득한다. 기도하고 실천하는 가정에서 성직자 수도자들이 많이 배출된다는 것을 경험이 말해준다. 이 사람들에게 교회는 상당이기 전에 가정이었던 것이다.
여러가지 신심운동이나 사도직운동에 열심한 사람들에게도 자기 가정을 작은 교회로 만드는 노력이 부족하다. 가정이 성화되어야 사회와 교회가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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